리뷰/영화이야기

김명민과 크리스찬 베일 그리고 마츠다 유사쿠의 공통점은?

朱雀 2009. 8. 31.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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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무려 20kg을 감량하며 김명민이 루게릭 환자로 열연한 <내 사랑 내 곁에>의 예고편이 공개되었다. 거기서 깡마른 몸의 김명민은 보는 것 자체로 안쓰럽고 정말 루게릭 환자로 보일 지경이었다. 불과 2분 남짓의 예고편인데도 루게릭 병으로 점점 상태가 나빠져가는 김명민과 그를 사랑하는 하지원의 애절한 마음이 절절히 전해질 정도였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그런 김명민의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머시니스트>에서 30kg을 감량한 크리스찬 베일을 떠올리게 했다. 신경질적인 노동자역을 해내기 위해 크리스찬 베일은 엄청난 감량을 했고, 사진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정말 뼈와 가죽밖에 안 남아 보기에도 신경질적이고 짜증나는 캐릭터로 완벽하게 태어났다. 국내에선 영화와 TV에서 동시에 상영했는데, 브라운관에서 너무나 깡마른 그의 몸을 보는 순간 그 자체로 끔찍해서 꺼버릴 수 밖에 없었다.


재밌는 것은 그가 <머시니스트> 다음 작품으로 <배트맨 비긴즈>를 찍었다는 사실이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이전부터 그의 작품을 보고 새로운 배트맨으로 그를 점찍었지만, 워너사의 간부들은 전작 <머시니스트> 너무 마른 그의 왜소한 몸매 때문에 걱정스러워했다. 그런데 막상 <배트맨 비긴즈>의 촬영이 시작되자, 크리스찬 베일은 보기 부담스러울 정도로 몸을 찌우고 근육질로 도배해 촬영장의 모든 이들을 놀라게 했다. 급기야 놀란 감독이 “보기 좋긴 한데, 너무 찌운 것 같으니 조금 빼달라”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한다.

<배트맨 비긴즈>의 스페셜 피처에서 크리스찬 베일은 그런 일화를 웃으면서 이야기했지만, 듣는 입장에선 무시무시할 뿐이었다. 체중감량을 해본 이들은 너무나 잘 알지만 그 과정은 엄청난 고통이다. 타자도 90킬로에 육박한 적이 있어서, 이러면 안되겠다 싶어서 약 4개월에 걸쳐 20킬로를 빼본 적이 있다. 매일 2시간 이상 운동과 식이요법을 동행했다. 저녁 8시 이후 아무것도 입에 대지 않았는데, 정말 밤마다 먹고 싶은 것들 때문에 미칠 것 같았다. 몸은 힘든 건 어느 정도 견딜 수 있었지만,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참으로 힘들었다.

타자의 경우는 건강을 위해 감량한 것이지만, 김명민과 크리스찬 베일은 자신이 맡은 배역을 위해 건강에 무리가 올 정도로 엄청나게 감량을 한 케이스다. 물론 그들은 영화배우인 만큼 전문 트레이너와 식이요법사가 옆에 붙어서 그들을 도와줄 수 있고, 그걸고 수입을 올릴 수도 있다. 그러나 그건 부차적인 문제다. 그가 받을 스트레스는 도저히 상상이 되지 않는다. 살을 빼는 것은 자신이 맡은 배역을 잘 소화하기 위한 한 방법에 불과하다. 그들은 극심한 체중감량의 고통속에서 자신의 캐릭터를 정립하기 위해 수많은 시간을 고통과 불면으로 보내야한다. 우린 비록 2시간 남짓한 그들의 연기를 보며 감탄하고 박수치고 감동받지만 그걸 위해 그들이 받을 고통의 크기는 나로선 도저히 짐작되질 않는다.



마츠다 유사쿠 (松田優作, Matsuda Yusaku) / 일본배우
출생 1949년 9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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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민과 크리스찬 베일의 연기에 대한 열정을 생각하다보니 문득 요절한 일본의 천재배우 마츠다 유사쿠가 생각났다. 우리에겐 <블랙 레인>에 출연한 것으로 더욱 익숙한 그는 불과 얼마 안되는 출연분량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인상을 남긴다. 유사쿠의 연기에 대한 열정을 읽을 수 있는 에피소드엔 이런 게 있다. 자신이 맡은 배역을 소화하기 위해 그는 생니를 뽑았으며, 한때 너무 키가 크다고 생각해서 자신의 다리뼈를 자르는 수술까지 고민했을 정도다. 한마디로 그는 연기에 철저하게 미친 사내였다. 그런 그의 열정은 일본인 최초로 할리우드행을 가능케 했고, 그가 만약 1989년에 세상을 떠나지 않았다면 미국 시장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을지 모른다. <블랙 레인>의 성공적인 출연으로 할리우드 영화사들이 군침을 흘렸으니까.

언론에선 유독 ‘20kg 감량’한 사실만이 부각되어 보도되고 있다. 그리고 어떤 네티즌이 지적한 것처럼 살만 뺐다고 좋은 연기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안다. 김명민의 연기에 대한 열정을, 그리고 그가 살을 빼는 과정은 마치 수도승이 구도와 같은 과정이며, 자신의 배역을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한 스스로를 정화시키는 의식이었다는 사실을.

비록 2분 남짓한 예고편이지만 우린 그 속에서 완벽한 루게릭병 환자로 변한 김명민을 본다. 서서히 근육이 무기력해져가며 삶에 대한 희망을 잃어가고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안아줄 수 없는 무력한 영혼을 만나게 된다. 그의 표정 한번 눈빛 한번에서 우린 연기자 김명민이 아니라 루게릭병에 걸려 몸부림치는 환자 백종우를 느끼고 조우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김명민의 연기에, 크리스찬 베일에게, 마츠다 유사쿠에 대해 찬탄하고 열광하고 열렬한 환호를 보내는 것은 자신이 맡은 역할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는 장인정신과 조우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제나 최고의 연기를 보여주리란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9월 24일 개봉하는 <내 사랑 내 곁에>가 그래서 더욱 기대된다. 과연 연기자 김명민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하고 말이다. 

8/31일 다음 메인에 소개되었습니다. 오른쪽 맨 밑에 있는 게 이 글입니다. ^^


글이 괜찮으면 추천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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