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대부분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을 욕망한다. ‘감자별’ 47화에서 노민혁은 자신의 동생인 노준혁을 몹시 부러워한다. 왜? 나진아와 너무나 친하기 때문이다. 나진아는 노준혁을 향해 ‘여진구멍’이라고 별명을 부르고, 맘에 안들면 헤드록을 거는 등 너무나 편하고 허물없이 대한다.
영상, 사진 제공: CJ E&M
이에 비해 자신과는 꼬박꼬박 존댓말을 하고 그만큼 매우 예의바르게 지낸다. 그래서 노민혁은 나진아에게 자신에게 반말도 하고 편하게 지내라고 하지만, 그게 어디 하루아침에 될 일인가? 난감한 나진아는 야자타임을 제안하지만, 그 역시 두 사람의 사이를 어색하게 할 뿐이다.
나진아에게 있어서 여진구와 노민혁은 전혀 다른 상대이다. 여진구는 애초에 철거지역에 살 때부터 흉허물 없이 지낸 사이다. 게다가 지금은 회사도 같은 인턴직급으로 다니면서 이런 저런 일을 겪었다. 따라서 편할 수 밖에 없다.
반면 노민혁은 지금은 비록 사고로 기억을 잃은 상태긴 하지만, 회사 대표와 인턴으로 만난 관계다. 따라서 태생(?)부터 어려울 수 밖에 없는 관계다. 지금은 비교적 편하게 말할 수 있는 사이지만, 만약 노민혁인 기억을 되찾는 다면 다시 회사 대표와 일개 인턴 관계로 되돌아갈 수 밖에 없다.
기억을 잃은 노민혁은 그런 사정을 무시한 채, 나진아가 자신을 편하게 대해주길 바라지만 인간관계라는 게 어디 뜻대로 맘대로 되는 것이던가? 1번의 야자타임을 갖고 (나진아가) 자신을 너무나 불편해하자 그제서야 야자타임을 안하기로 한다.
그러면서 노민혁은 자신이 동생 노준혁처럼 둘이 편하게 만나는 장면을 상상해본다. 만약 여기서 이야기가 끝났다면 그냥 평범한 이야기가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노준혁 역시 형인 노민혁을 부러워하고 있었다는게 밝혀지면서 반전이 일어난다! 나진아가 형을 어려워하는 데는 대표시절 그의 ‘카리스마’가 있기 때문이다.
노준혁은 표시를 안하고 눈치가 둔한 나진아는 모르고 있지만, 사실 노준혁 역시 나진아를 좋아하고 있다. 그러나 너무 자신을 편하게만 대한다면? 거기엔 남자로서 자신을 좋아하지 않을 가능성도 상당히 크다. 따라서 노준혁의 입장에선 형을 어려워하는 나진아의 태도에서 ‘남자’로서 형을 좋아하는 건 아닐지 불안해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다.
<감자별>에서 나진아는 두 형제의 사랑을 모두 받는 인물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세 사람의 관계는 그저 친한 사이 정도일 뿐이다. 아직 정직원도 아닌 인턴에 남의 집 차고살이를 하고 있는 나진아에게 어쩌면 사랑은 사치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어디 사랑이 그 사람의 처지와 환경을 따져서 찾아오던가?
상황과 처지를 따진다면 노민혁과 노준혁도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다. 노민혁은 기억을 잃은 탓에 회사에 나가지 못하고 있다. 만약 그가 정상이 아니라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회사를 빼앗길 수도 있다. 노준혁은 아직까지 자신이 노수동의 친아들이란 사실을 모르고 있다. 그의 입장에선 하루하루 자신이 ‘가짜아들’이란 사실이 밝혀질까봐 불안불안한 나날들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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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아를 좋아하는 탓에 서로의 입장을 부러워하는 두 형제의 모습은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끔 만들었다. 꼭 사랑이 아니더라도 우린 여러 가지 이유로 다른 사람을 부러워하는 경우가 많다.
가장 일반적인 예로는 부자를 부러워하고, 또 어떤 때는 화가와 바이올리니스트처럼 예술가를 부러워할 때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부러워 하는 이들 역시 모든 것을 가진 것은 아니다. 그들 역시 다른 의미로 당신과 내가 부러울 수 있다. 평범한 삶을 산다는 이유로. 47화에서 서로를 부러워하는 두 형제의 모습은 단순히 한 여자를 향한 그들의 마음 일 수 있지만, 동시에 자신이 갖지 못한 것에 대해 욕망하는 우리의 모습을 그린 것 같아 몹시 의미심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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