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준을 너무 사랑해서 망친 ‘별에서 온 그대’

 

자고로 넘치면 부족하니만 못한 법! 어제 방송된 <별에서 온 그대>를 보면서 ‘너무 심하게 도민준에게 집착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김수현이 연기하는 도민준은 어떤 인물인가?

 

외계인은 그는 무려 400년 동안 지구에서 살았다. 그런데 겉모습은 하나도 늙지 않았다. 따라서 그의 수명은 아무리 적게 잡아도 1천살은 넘어간다고 할 수 있다. 즉, 그는 우리 인간의 기준에서 보자면 거의 불로불사의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것도 부족해서 그는 초능력을 가지고 있다! 천송이를 구하기 위해 유람선에 탈 때 드러났지만, 그는 순간이동이 가능하다. 그뿐인가? 시간을 멈추는 초능력을 가지고 있고, 심지어 6화에선 두 가지 능력(?)이 더 나왔다.

 

우선 첫 번째는 그가 도휘경을 밀 때 드러났지만 힘 역시 일반 사람보다 세다는 점이다. 여기까지만 해도 경악스러운 데, 두 번째는 더욱 경악스러웠다. 그의 재산은 거의 재벌급이라는 사실이다!

 

그는 조선시대때 별 다른 생각없이 땅을 사뒀는데, 알고보니 그곳들이 오늘날 롯데 잠심월드와 압구정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곳들이었다. 따라서 도민준은 잘 생기고 초능력이 있는 것도 부족해서 이젠 재벌급 재산을 가진 인물로 묘사되고 말았다.

 

물론 도민준이 무려 400년 가까이 지구에서 살다보니 별의별 일을 겪으면서 일반 인간과는 비교도 안되는 능력을 가졌다는 설정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고 여겨진다.

 

신성록이 자신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별에서 온 그대>를 스릴러로 바꾸는 놀라운 연기를 선사하고 있다. 그러나 그냥 평범한 지구인에 불과하다! 비록 재벌이지만 그가 과연 초능력자인 도민준의 상대가 될 수 있을까?

문제는 이런 도민준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등장인물간의 밸런스를 깨뜨린다는 점이다! 현재 도민준은 두 명의 남자와 심상치 않은 기류를 일으키고 있다. 첫 번째는 연쇄살인범인 이재경이다.

 

신성록이 연기하는 이재경은 자신의 야망과 계획을 위해서라면 살인도 서슴치 않는 무서운 인물이다. 그는 천송이가 자신과 한유라의 일을 알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살의를 품고 있다.

 

두 번째 인물은 유석 검사역의 오상진이다. 유석 검사는 한유라 자살사건을 조사하면서 CCTV에 우연히 찍은 도민준을 의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 그런데 결론부터 이야기해보자! 과연 이재경과 유석 검사가 도민준의 상대가 될 수 있을까? 정답은 ‘아니오’이다! 이재경이 비록 주도면밀한 살인마이고 그룹의 후계자라고 해도 400년이나 살았고 초능력까지 지닌 도민준의 상대가 될 수 없다.

 

유석 검사도 마찬가지다. 그는 검사로서 능력이 넘치더라도 개인에 불과하다! 이에 반해 도민준은 법에 대해서도 상당한 지식을 가진 인물이다. 그가 마음만 먹는다면 유석 검사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일은 너무나 간단하다.

 

왜 그런 이런 밸런스 붕괴가 일어났는가? 그것은 <별그대> 제작진이 김수현이 연기하는 도민준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능력을 너무 준 탓이다! 생각해보자! 초능력은 단 한가지만 있어도 평범한 인간을 당할 수 밖에 없는 거짓말 같은 능력이다.

 

따라서 등장인물에게 초능력을 부여할때는 패널티를 부여하는 게 기본적이다. 슈퍼맨이 아무도 없는 곳에서 옷을 갈아입는 다던가, 울트라맨의 변신시간이 고작 3분에 불과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런데 <별에서 온 그대>는 김수현이 연기하는 도민준을 매력적으로 보이고 싶은 욕심이 앞선 나머지 너무나 많은 능력을 남발하는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김수현이 연기하는 도민준은 너무나 잘 생겼다.

 

그런데 그것도 부족해서 그는 대학에서 강사를 할 정도로 학식이 풍부하고, 예전 위장신분(?)때는 의사로 법조인으로 활약했다! 게다가 다수의 초능력(?)도 보유하고, 심지어 재벌급 재산까지 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사기 캐릭터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이런 캐릭터의 상대라면 최소한 한 나라에서 운영하는 비밀정보조직이던지, 같은 외계인 아니면 최소한 초능력자야 어느 정도 밸런스가 맞지 않을까?

 

개인적으론 앞으로 어떤 상황이 펼쳐져도 이재경과 유석 검사가 상대라면 ‘말도 안돼’라고 툴툴거리면서 보게 될 것 같다. 재밌게 보고 있는 드라마인데 설정이 너무 말이 안되서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