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도민준은 결국 슈퍼맨이었다!? ‘별에서 온 그대’

朱雀 2014. 1. 9.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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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별그대에서 가장 충격적인 장면은 도민준이 천송이를 구하는 마지막 장면이 아니었을까? 천송이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듣고 정말 슈퍼맨처럼 나타나서 질주하는 차를 한순간에 정지시키는 그의 무시무시한 괴력은 그 어떤 슈퍼히어로물의 주인공보다 박력 넘치고 멋지기그지 없었다!

 

그러고 보니 어제 도민준은 그 어떤 때보다 자신의 초능력을 많이 발휘했다! 책을 보기 위해 서재에서 손도 안대고 생각만으로 책을 움직이고, 안티팬이 천송이를 테러하자 차안에서 순간이동해서 그녀를 구하고, 천송이에게 배달된 인형을 투시해서 몰래카메라를 찾아내고.

 

<별에서 온 그대>를 어제 보면서 새삼 느낀 것이지만 참으로 많은 장르가 뒤섞여 있다. 우선 천송이가 나오는 장면은 기본적으로 코믹하다! 혀를 엄청 굴려서 영어를 발음하고 도매니저와 상의하는 내용(?)의 대다수가 식사 관련인 점에서 그러하다.

 

자신의 비밀을 알게 된 천송이를 감시하는 이재경의 모습은 그 존재자체로 스릴러적인 면모를 풍기고, 도민준-천송이-이휘경-유세미로 이어지는 4각 관계는 한국 드라마의 전형적인 러브라인을 형성하면서 <별그대>가 기본적으로 멜로물임을 증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별에서 온 그대>는 다양한 장르가 한 드라마안에 녹아들어있는 것일까? 첫 번째 이유는 드라마의 소재고갈이 그 이유가 될 듯 싶다. 한국은 단 하루라도 드라마가 하지 않는 날이 없다.

 

공중파에서만 일주일에 수십 편의 드라마가 방영되는 현실에서, 삼각-사각관계가 기본이 되는 멜로물은 그 나물에 그 밥이 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시청자에게 지루함을 주기 않기 위해 다양한 장르를 혼합하는 게 첫 번째 이유가 될 것 같다.

 

두 번째 이유는 드라마 한편으로 모든 문화적 욕구를 충족하려는 시청자들의 심리 때문이 아닐까 싶다. 사실 <별에서 온 그대>처럼 외계인이 주인공인 경우는 일본에선 라이트 노벨이라 부르는 서브 컬처물에선 정말 흔하게 찾을 수 있다.

 

이웃 나라 일본만 해도 시민들은 다양한 장르의 소설과 영화 등의 문화를 통해서 다양한 문화적 욕구들이 충족될 수 있다. 그런데 한국에선 그게 불가능하다. 우선 5천만 인구의 약간 어중간한 시장규모가 그 이유가 될 것 같다. 보통 내수는 인구 1억명이 넘어가야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형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적 라이트 노벨류가 나오기엔 수요층이 너무 적다. 무엇보다 강한 문화적 쏠림을 그 이유로 들 수 있겠다. 우리 문화계에선 소위 잘 나가는 것만 계속 잘 나간다’. 천만관객을 동원하는 영화들이 나오지만, 대신에 50~100만 규모 혹은 그보다 작은 흥행단위가 잘 나오질 못한다.

 

책도 베스트셀러만 드라마도 인기 드라마만 본다. 물론 여기엔 가벼운 주머니 사정도 한몫을 한다. 뮤지컬 표는 10만원을 넘어가고, 영화 한편을 보려고 해도 애인과 둘이 가면 가뿐하게 4~5만원은 들어간다(영화보고 식사까지 하면).

 

그러다보니 (날이 갈수록) 문화생활은 ‘TV시청으로 한정되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다양한 문화적 욕구를 드라마 한편으로 때우려는(?) 현상이 벌어지는 건 아닐까? 다양한 장르가 접목된 것은 <별에서 온 그대>가 처음이 아니다. 작년에 큰 반향을 일으킨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 이미 그 조짐을 찾아볼 수 있다.

 

예전에도 드라마에서 CG가 삽입되고 만화적 상상력이 동원되었지만, <별에서 온 그대>처럼 슈퍼 히어로물의 특징까지 이식된 경우는 처음이다! 이는 여러 장르를 넘나드는 드라마를 수용할 수 있는 젊은 관객들이 늘어난 탓이라 봐야하지 않을까?

 

<너목들>에서 성공적인 반향을 일으켰고, <별그대>에서 다시 한번 입증되었기에 앞으로 공중파 드라마에서 다양한 장르적 특징이 한 드라마에 이식되는 경우를 자주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계속해서 성공을 하기 위해선 장르를 넘나드는 안정적인 조화와 균형감각이 필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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