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이야기

예술품에 목숨을 걸 가치가 있는가? ‘모뉴먼츠맨: 세기의 작전’

朱雀 2014. 2. 28. 08:07
728x90
반응형


 

예술품을 전쟁의 포화속에서 지켜내는 것이 목숨을 걸만큼 가치가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해 쉽게 답할 수 있는 인물은 별로 없을 것이다. 영화 <모뉴먼츠맨: 세기의 작전>(이하 ‘<모뉴먼츠맨>’) ‘그렇다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미술 역사학자 프랭크는 2차 세계대전 말기 히틀러가 광적으로 수집하고 있는 예술품들을 구해내기 위해서 모뉴맨츠맨을 결성한다. 그러나 관객의 예상대로 그는 늘 난관에 부딪친다.

 

야전지휘관들이 하나같이 협조를 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유는 다양하다! 어떤 이는 나치에게 자식을 잃었기 때문에 복수를 해야하는데, ‘문화유적지가 무슨 상관이냐?’고 되묻는다. 평화협정을 맺은 이들은 자신과 병사들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 문화유적지의 폭격의 위험성을 경고해도 전혀 들어주지 않는다.

 

<모뉴먼츠맨>의 소재는 무척이나 흥미롭다! 나치의 손길로부터 인류의 걸작들을 구해내기 결성된 모뉴맨츠맨은 하나같이 전쟁과는 거리가 먼 인물들이다. 미술관 관장, 건축가, 조각가, 미술품 거래상, 예술품 감정가 등등.

 

따라서 그들이 기초군사훈련만 받은 상태에서 전쟁터 한복판에 들어가는 상황은 매우 흥미를 자아낸다. 다음 상황이 어떻게 진행될지 예측불허이기 때문에. 그러나 일반적인 관객이라면 영화를 보면서 지루함을 느끼기가 쉽다.

 

예상과 달리 코믹한 장면이 연출되거나 극적인 장면전환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영화는 오히려 관객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생과 사가 오고가는 전장에서 아군의 폭격과 공격마저 막으면서 예술품을 지켜야 할까?

 

일단 생명이 오고가는 상황에선 사람부터 구하고 보는 게 맞지 않을까? 그러나 동시에 모뉴맨츠맨의 리더인 프랭크의 말도 쉽게 넘길 수 없다. 인류는 한 세대를 없애도 다시 태어나고 자라면서 국가는 다시 번성할 수 있다.

 

그러나 인류의 지혜와 영감이 어린 예술품이 파괴된다면? 그야말로 인류는 맥이 끊긴 채 세대를 이어가기만 하는 존재로 전락하지 않겠는가? 한 나라의 민족을 없앤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그러나 문화유산을 모조리 파괴하는 것은 안타깝게도 가능하다. 그리고 자신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모두 잃은 민족은 이미 끝났다고 봐야할 것이다. ? 자신의 정체성을 찾을 대상이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나치가 벌인 유대인 학살은 정말이지 끔찍하기 짝이 없는 범죄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가 예술품들의 수집에 혼신을 다하고, 패망이 가까워지자 파괴해버린 사실은 더욱 큰 범죄가 아닐까?

 

? 인류의 정체성을 없애버린 것이기 때문이다. 미켈란젤로, 피카소, 레오나르도 다빈치 등등 영화속 등장하는 작품들의 이름은 그 자체로 인류의 역사 그 자체다! 그런 작품을 수집한 것도 엄청난 범죄인데, 파괴하는 대목에 이르면 그야말로 울분에 차오를 뿐이다.

 

게다가 2차 세계대전 당시 구소련이 전쟁에서 부상쯤으로 예술품을 나치에게서 가져가는 대목에선 더욱 화가 치밀어오를 뿐이다. 영화의 톤은 잔잔하고 이야기진행도 큰 고저가 없다.

 

영화가 관객의 허를 찌르는 대목은 오히려 평화로운 줄 알았던 곳에서 갑자기 총격전이 벌어지고, 스나이퍼가 있어서 잡고 보니 어린이 였다는 식의 이야기들 이다. 그리고 나치가 숨긴 예술품을 찾았을 땐 무반응이던 사람들이 금괴를 찾자, 난리법석을 떠는 장면은 그야말로 '블랙 코미디' 그 자체다! <모뉴먼츠맨>2차 세계대전의 끔찍함을 굳이 강조해서 보여주지 않는다.

 

그러나 사이사이 스쳐지나가는 이야기들은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기에 충분하다. 사랑하는 가족의 메시지를 받는데, 그때 다른 이는 총상을 입고 죽어가는 장면을 교차해서 보줌으로써 전쟁의 잔인함을 그대로 웅변해준다.

 

오늘날 우리가 (유럽의) 박물관에서 혹은 문화유산에서 보는 작품들의 상당 수가 모뉴맨츠들의 손에 의해서 구해낸 것이란 사실은 참으로 놀랍다. 무려 5백만점이 넘는 예술품들이 그들에 의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는 실화는 전쟁의 참상속에서도 인류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지키려 애쓰는 이들의 또 다른 전쟁을 보여준다.

 

아울러 평화롭게 농사를 짓던 인물이 전장에서 죄 없는 유대인을 학살하고, 인류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그저 골동품으로 취급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예술품의 가치란 어떻게 매겨져야 하는 것인지 깊은 고민에 빠뜨리게 한다.

 

일반적인 할리우드적 재미를 원한다면 <모뉴먼츠맨>은 현명한 선택은 아닌 것 같다. 그러나 영화를 보면서 숨은 역사를 보고, 그 안에서 여러 가지를 느끼고 싶다면 <모뉴먼츠맨>은 훌륭한 선택이라 여겨진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