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공연 전시

신선한 충격의 리딩공연 ‘레드슈즈’

朱雀 2014. 3. 26.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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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위 공연을 홍보하면서, CJ E&M으로부터 경제적 대가(무료입장권)를 받았습니다.

  


안데르센의 동화 빨간구두는 아마 많은 이들에게 익숙한 이야기일 것이다. 그런데 이를 모티브로 해서 뮤지컬을 올린다고 하면 어떤 작품이 될까? CJ E&M 소셜 리포터즈로 초청받아 가게 된 리딩 공연 <레드슈즈>가 그런 작품이었다!

 

지난 324일 오후 8CJ아지트에서 리딩공연으로 만나게 된 작품은 매우 흥미로웠다! 사실 처음 시놉시스를 봤을 때 일제강점기시대가 배경인 것을 알고는 나도 모르게 왜죠? 왜 그런 거죠?”라는 <감자별>의 고경표식 말투가 나오고 말았다.

 

일제강점기는 현대를 살아가는 대다수 이들에겐 교과서에서나 배운 먼 옛날의 이야기다. 따라서 그냥 현대를 배경으로 하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 그게 감정이입이 더 쉬우니까.

 

 

그러나 리딩공연을 관람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일제강점기는 당연하지만 선과 악이 분명하게 구별되는 시기다. ‘레드슈즈를 무대에 올린 마모루는 조선인이지만 자신의 천한 신분이란 한계를 넘어서서 마침내 조선총독부 부장까지 된 인물이다.

 

따라서 이제 막 무용수가 된 자경이 그를 흠모하게 되고, 같은 무용단의 히로인인 혜인을 동경하면서 질투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레드슈즈는 이 작품에서 여러 가지 메타포를 지니고 있다.

 

<레드슈즈>는 무용단이 공연하는 작품이지만, 사실상 조선총독부의 입맛에 철저히 맞춘 작품이다. 따라서 어떤 내용인지 전혀 밝혀지지 않지만, 조선인들의 눈과 귀를 철저하게 속이는 작품이라는 사실은 알 수 있다.

 

또한 혜인은 <레드슈즈>로 조선 최고의 스타가 되었지만, ‘새로운 것에 도전해보고 싶어한다. 그러나 조선총독부의 철저한 관리 및 감독하에 있는 상황에서 그녀는 다른 작품을 할 수가 없다. 이번이 두 번째 메타포다!

 

안데르센의 동화에서 소녀가 가난해서 빨간 구두를 샀다가, 나중엔 빨간 구두의 화려함에 현혹되어 또 사는 것과는 대비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마지막은 역시 에 관한 것이다. 동화 <빨간구두>에서 소녀는 빨간 구두를 신고 장례식장에 가선 안된다는 금기를 깬 탓에 영원히 춤을 추게 되는 저주를 받게 된다.

 

반면 <레드슈즈>의 혜인과 자경은 <레드슈즈>로 조선 최고의 스타가 되지만, 동시에 <레드슈즈>이외의 다른 작품을 할 수 없는 저주를 받게 된다. 따라서 <레드슈즈>는 동화의 모티브를 가져와서 상당히 풍부하게 작품 속에서 녹아냈다고 할 수 있겠다.

 

<레드슈즈>는 욕망의 상징이다! 마모루는 천한 신분에서 벗어나 자신의 운명을 개척했다. 혜인은 <레드슈즈>를 통해서 조선 최고의 스타가 되었다. 기생을 어머니로 둔 자경은 자신의 운명을 바꾸고 싶어한다.

 

당연하지만 욕망엔 선과 악이 없다. <레드슈즈>의 등장인물들은 각자 욕망을 이루기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 그러나 <레드슈즈>는 동시에 족쇄가 되어버린다. 조선총독부가 조선인 출신인 마모루를 조선총독부 부장에 앉히고, 혜인을 최고 스타로 만들어 준 것은 조선인들에게 너희도 노력하면 이렇게 될 수 있다라는 본보기를 위한 것이다. 즉 식민지인들의 눈과 귀를 속이기 위한 것이다.

 

, 애초에 마모루와 혜인이 아니어도 상관이 없단 이야기다. 조선 총독부의 충실한 종으로서 일하는 마모루 역시 그 사실을 모를 리가 없다. 만약 현대를 배경으로 했다면? 관객의 입장에선 자기 욕망에 충실해서 나쁠 것 없지 않나?’라는 반응이 나올 수 있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일제강점기를 시대적 배경으로 했기에 우린 문제의식을 가질 수 밖에 없다
. 우린 누구나 마모루의 욕망이 잘못 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천한 신분을 벗어날 기회가 그것밖에 보이질 않는다면?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해서, 지금보다 나은 삶을 위해서 그걸 택할 수 밖에 없지 않았을까?

 

과연 우리가 마모루와 같은 상황이라면? 혜인이나 자경과 같은 상황이라면 우린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실로 매우 어렵고도 난처한 질문이다.

 

<레드슈즈>는 리딩공연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에너지가 느껴졌다! 배우들은 앉아서 대사를 한다는 차이만 있을 뿐, 무대상황이 머릿속에 그대로 그려질 정도로 때론 처절하게 때론 애절하게 때론 폭소를 터트리게끔 열연을 펼쳤다!

 

리딩 공연이 끝나고 나서도 한동안 가슴이 먹먹했다. 분명히 비극으로 치달을 수 밖에 없었지만 그들을 향해서 잘잘못을 따지기엔 나 역시 뜨거운 욕망을 지닌 인간이기 때문이었다.

 

공연을 보는 내내 만약 이게 정말 뮤지컬로 공연된다면 어떨까?’라는 상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만약 <레드슈즈>가 실제로 공연된다면? 당연히 티켓을 끊고 공연을 보러가게 될 것 같다.

 

그만큼 <레드슈즈>는 매우 잘 만들어진 작품이었다. CJ문화재단의 신인 공연창작자 지원 프로그램인 크리에이티브마인즈가 올해 첫 선보인 <레드슈즈>는 이야기 구성과 배우들의 열연 그리고 음악이 매우 잘 어울려진 수준 높은 작품이었다. 꼭 무대 위에서 정식으로 공연하게 되길. 벌써부터 그 무대가 기대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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