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왜 하무염은 누명을 썼을까? ‘갑동이’

朱雀 2014. 4. 28.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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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에서 하무염은 마지막에 의외의 행동을 한다. 자신이 용의자로 몰린 상황에서 내가 범인이다라고 고백한 것이다. 아마 <갑동이> 최고의 장면이 아닐까 싶다. 이야기를 잠깐 앞으로 돌리자. 하무염은 하필이면 누구보다 촉이 좋은 탓에 2번째 사건의 희생자가 있는 장소에 찾아갔다가, 양철곤 형사과장과 맞딱드리게 된다.

 

 

그리고 양철곤은 형사들에게 지시해서 하무염을 용의자로 체포한다. 드라마를 보면서 가장 시청자를 답답하게 하는 부분은 바로 이 지점이다. 시청자들은 이미 상황을 알고 있기 때문에 하무염이 억울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따라서 하무염이 억울하게 유치장에 갇히고 심문을 받는 반면에 진범인 류태오는 자신의 집에서 편안하게 있는 장면은 너무나 비교되면서 분노하게 만든다. 그런데 또 한번의 반전이 일어난다! 하무염이 범인이라는 증거가 부족한 나머지, 경찰은 정신과 의사에게 소견을 받기로 한다.

 

 

 

 

 

 

그리고 당연히 그 일은 오마리아에게 넘어가게 된다. 하무염은 병원으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한 노인에게 습격을 받게 되고, 그 노인은 경찰의 제지에 항거하다가 그만 2층에서 떨어질 뻔한다. 하무염이 몸을 날려서 노인을 구하는 장면은 새삼 그가 정의로운 인물이란 사실을 시청자에게 일깨운다.

 

 

오마리아는 하무염의 머리에 일종의 거짓말탐지기를 달고 2번째 희생자 사진을 보여주면서 목격자라고 거짓말을 한다. 그런데 하무염은 대답을 하지 못한다. 뇌의 반응을 살펴본 오마리아는 하무염이 진범이 아니라고 확신한다.

 

 

허나 하무염은 이후 2번째 희생자를 현장에서 본 것을 기억해낸다. 이는 훗날을 위한 포석이 아닐까? 하무염은 분명히 희생자를 보았지만 답변을 하지 못했다.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아무리 정교한 거짓말탐지기라도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는 이에겐 소용이 없다. 따라서 거짓말탐지기는 참고용으로 쓰일 뿐이지, 증거로 채택되지 않는다.

 

 

 

 

 

 

 

류태오가 마지율에게 숙제를 받는 장면 역시 이후 전개를 기대하게 하는 장면이다! 마지율은 현재 하무염과 류태오를 주인공으로 해서 <짐승의 길>이란 웹툰을 연재중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마지율은 자신도 모르게 진범에게 다음 범행에 대해 알려달라고 한 것이나 다름없다.

 

 

드라마상에서 류태오는 자신의 영웅인 갑동이를 넘어서고자 예고범행을 하고 있다. 그러나 언론을 통한 예고범행은 이미 식상한(?) 것이 되어버렸다. 제작진은 오늘날 가장 인기있는 장르인 웹툰에 주목했다! 오늘날 웹툰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영화의 원작이 될 정도로 그 사회적 파장이 적지 않다.

 

 

게다가 웹툰은 속성상 인터넷에 수시로 업데이트가 가능하다. 따라서 류태오가 마지율의 웹툰을 통해서 자신의 범행을 미리 예고하게 되는 부분은 시대의 변화에 따른 영리한 장치라고 여겨진다.

 

 

 

 

 

<갑동이>에서 마음에 드는 부분은 하무염 뿐만 아니라 오마리아의 비중이 작지 않다는 데 있다. 오마리아는 자신이 갑동이에게 납치당했을 때, 그때와 똑같은 휘파람 소리를 보호감호소에서 듣게 된다. 따라서 오마리아가 보호감호소에 갑동이가 있다는 것은 거의 확신이 되어버린다.

 

 

그런데 보호감호소에서 갑동이가 누구인가?’는 이미 풀린 수수께끼라고 생각했다. 바로 약간 바보같은 인물(이름을 모르므로)이었다. 그는 이미 DNA샘플을 채집하는 과정에서 일부러 빠지려고 하고, 오마리아가 술래잡기를 할때 일부러 넘어져서 손이 잡히지 않게끔 했다. 그러면서 들킬 뻔 했네라는 말까지 해서 시청자들이 갑동이로 거의 확신하게끔 만든다.

 

 

그러나 과연 드라마 <갑동이>는 이렇게 쉽게 갑동이의 정체를 밝히는 것일까? 다른 드라마지만 <응답하라 1994>에선 성나정의 남편이 쓰레기인지 칠봉이인지를 두고 끊임없이 시청자들이 갑론을박을 벌이게끔 만들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런 시청자의 갑론을박은 장안의 화제가 되고, 시청자들이 계속해서 몰입해서 드라마를 보게 되는 원동력이 된다. 그런 탓에 필자도 내가 너무 속단한 것은 아닐까?’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4화에선 신사란 별명의 다른 수상한 인물이 등장해서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받기에 이르렀다. 그는 여러모로 갑동이로 의심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4화에서 또 다른 재미있는 장면은 그동안 갑동이 DNA가 있다고 알았는데, 알고보니 갑동이 DNA는 훼손되었다는 장면이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범행현장에 범인의 DNA가 남아있다면, 드라마상에서 갑동이를 초반에 잡아내지 못한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일 것이다.

 

 

따라서 갑작스럽게 경찰 고위층에서 ‘DNA검사 중단을 지시할때 왜 그러지?’라는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었는데, 이렇게 시청자의 뒷통수를 치는 장면은 소소한 반전을 이루었다. 그러면서 양철곤이 과연 정의로운 경찰관인지 몹시 의문이 들게 되었다.

 

 

 

 

 

 

 

양철곤 정도 되는 인물이 하무염을 범인으로 의심하는 것은 여러모로 이해하기 힘들다. 일부러 고생시키기 위해서 그랬다면 상당히 이해된다. 양철곤은 부하를 시켜서 하무염의 면도기에서 DNA 시료를 채취해서 갑동이 DNA와 비교하려고 했다.

 

 

이미 자신이 의심했던 갑동이 용의자였던 하무염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탓에 아들의 DNA를 통해서 맞춰보려고 한 것이다. 따라서 그가 일부러 하무염을 용의자로 몰아서 억지로 자신의 의문에 답을 구하려고 한 것은 (용납하긴 어렵지만)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그러나 하무염이 스스로 범인이라고 자백하는 마지막 장면에 이르면 여러모로 혼란스러워진다. 경찰수뇌부는 하무염이 갇힌 상황에서 3차 범햄이 일어나는 상황을 몹시 두려워한다. 왜냐하면 이런 일이 벌어질 경우 경찰에 대해 언론과 여론이 범인은 놔두고 엉뚱한 이를 잡고 있었다라고 공격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하무염이 3차 범행이 이루어질 것은 본능적으로 직감한 상황에서 일부러 그런 결과를 위해서 그랬다고 생각해볼 수도 있다. 그러나 하무염은 4화에서 그려졌지만 자신을 폭행한 노인이 계단에서 떨어지려고 하자 거의 본능적으로 구하는 인물이다.

 

그런 인물이 양철곤을 곤란하게 만들기 위해서 범행이 벌어질 것을 뻔히 알면서도 일부러 그런 상황은 연출한다고 보긴 어렵다. 오히려 그보다는 나름 다른 계산이 있어서 그랬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이를테면 현재 갑동이 사건에서 제외된 하무염이 사건에 대해 좀 더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서, 그러니까 사건의 중심에서 수사를 하기 위한 나름의 고육지책이라고 말이다.

 

<갑동이> 4화에선 시청자들이 원하는 수준의 이야기 진행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 전개를 위해서 중요한 설정과 복선들은 깔렸다고 볼 수 있다. 다음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시청자 입장에선 벌써부터 궁금하기 이를 데 없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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