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꽃할배’ 스페인편이 막을 내렸다. 개인적으로 ‘꽃할배’를 보면서 느낀 인상 깊은 점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먼저 나영석PD에 관한 부분이다. 나PD는 다른 예능PD와 달리 자신의 존재를 수시로 드러낸다.
이전까지 PD들이 프로에서 얼굴을 내비치지 않는 것은 혹여 시청자들이 몰입하는데 방해가 될까봐였다. 그런데 나PD는 역으로 들어간다! 나PD는 이서진과 할배들을 괴롭(?)히는 악당으로 ‘꽃할배’에 모습을 비춘다.
맘씨 좋은 이순재에게 접근해서 이전보다 용돈을 깎아서 주고, 이서진과 끊임없이 입장료와 숙박료를 두고 다투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꼭 저래야 하나?’라는 의문이 들지 않는가?
나영석 PD는 ‘꽃할배’에서 악당역을 맡은 것이다! 모든 프로가 그렇지만 예능 역시 서사이다! 어떤 이야기든 악당이 없다면 이야기가 진행이 되질 않는다. ‘꽃보다 할배’는 기본적으로 배낭여행 이야기다.
그런데 배낭여행에서 악당이 등장할 수 있는가? 그래서 나영석 PD는 기꺼이 악당역을 떠맡은 것이라고 본다. 그가 악독할수록 이서진과 꽃할배들의 선량함과 활약을 상대적으로 더욱 빛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꽃할배’에서 기가 막힌 것중에 하나는 조그마한 소재하나 놓치지 않는 부분이다. 이서진이 꽃할배를 모시고 세비야를 입성하는 부분을 떠올려보자! 네비게이션의 말을 듣고 엄청나게 헤매는 그 모습은 시청자들이 웃음을 터트릴 수 밖에 없게끔 만든다.
무생물인 네비게이션을 ‘내비녀’로 표현하는 부분은 어딘가 친근함을 부여한다. 그리고 누구나 네비게이션 때문에 헤맨 경험은 있으리라. 그런 악몽같은 경험을 편집으로 판타지(?)영화처럼 꾸며대는 연출력엔 그저 감탄사가 나올 뿐이다.
그뿐인가? ‘꽃보다 누나’와 ‘꽃할배’들을 비교하는 부분 역시 좋은 스토리텔링이다! 이승기가 차안에서 트는 음악에 심취하고 추임새까지 넣는 꽃누나와 달리, 시끄럽다고 헛기침을 하는 꽃할배들의 모습은 자연스럽게 비교되면서 웃음을 준다.
사실 작은 것 하나하나에도 세심하게 관찰하고 많은 이야기를 해주는 꽃누나들과 달리 늘 조용히 있는 꽃할배들은 제작진으로썬 이야기를 넣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런데 꽃누나들과 비교해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는 제작진의 솜씨엔 그저 혀를 내두를 따름이다.
<꽃보다 할배>에선 또한 서사의 구조를 확실하게 따라간다. 7화에서 꽃할배들이 별다섯개짜리 호텔에 묵는 장면을 보자! 그전까지 꽃할배들은 5인실 한인 민박-야간기차-별두개 호텔-아파트를 거쳐서 마지막에 최고급 호텔에 묵게 되었다.
별것 아닌 것 같아도 이건 시청자에게 묘한 쾌감을 선사한다. 왜? 꽃할배들이 힘들고 어려운 여정을 거쳐서 뭔가 영광을 이뤄낸 것 같기 때문이다. 영웅이야기를 보면 대다수가 가장 비천한 노예에서 가장 존귀한 왕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이야기는 얼핏 진부해 보이지만 많은 이들에게 쾌감을 선사한다. <꽃할배>는 배낭여행을 하는 컨셉이기 때문에 영웅들처럼 모험을 하긴 어렵다. 그래서 대신 숙소를 업그레이드 시켜서 그런 쾌감을 주려고 한게 아닐까?
<꽃보다 할배> 스페인의 마지막화를 보면, 왜 꽃할배들에게 배낭여행을 시켰는지 이유를 밝힌다. 오늘날 젊은이들이 배낭여행을 가는 경우는 너무나 많다. 오늘날 해외여행은 너무나 쉽다. 따라서 만약 ‘꽃보다 할배’가 아니라 ‘꽃보다 젊은이(?)‘라면 지금보다 인기가 없었을 것이다.
왜? 20~30대 젊은 남자가 배냥여행을 가는 건 너무나 흔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평균연령 76세인 네 할배는 젊은 시절 일하느라고 여행을 갈 수 없었다. 그들은 이제 황혼기에 힘든 여행을 떠났다.
그래서 그들은 약을 입에 달고 살고 조금만 걸어도 힘겨워한다. 그러나 노구의 몸으로도 그들은 스페인의 문화유산과 음식들 앞에서 너무나 즐거워하고 행복해한다.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르기 때문에 매 순간을 너무나 소중해 하는 그들의 모습은 ‘여행의 참의미’에 대해서 새삼 생각게 한다.
게다가 신구가 마지막에 혼자서 리스본에 가는 부분은 ‘꿈’에 대해 생각게 한다. 우린 누구나 막연한 꿈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걸 마음에만 담고만 있으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무조건 ‘일단 저지르고 보라’는 신구의 말은 그래서 더욱 인상깊게 다가온다.
그러면서도 혼자 리스본에 와서 아쉬워하는 신구의 모습은 여행에 대해 인생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아무리 좋은 풍경과 맛있는 음식도 혼자 보고 먹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고 말이다.
‘꽃보다 할배’는 우리에게 이런 식으로 스토리텔링의 진수를 선보였다! 이런 스토리텔링에 시청자들이 열광하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더 이상한 일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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