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마지막에 등장했던 박봄은 의외의 행동으로 시청자를 포복절도는 아니더라도 꽤 웃게 만들었다. 새벽 3시에 집에 들어온 그녀는 자신이 2명의 룸메이트와 함께 방을 쓴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이소라가 키우는 (애완견) 지젤이 자신을 보고 낯설어서 짖어대자 너무나 난감해한다. 왜? 자신 때문에 잠자던 다른 이들이 방해를 받기 때문이다. 결국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이불과 베개만 들고 거실에 나와서 잠을 청한다.
박봄이 누구인가? 2NE1의 멤버로서 인기 연예인이 아닌가? 그런 그녀가 우리처럼 다른 이에게 방해가 될까봐 이불과 베개만 가지고 거실로 가는 모습은 뭔가 묘한 느낌을 주게 한다.
게다가 거실에서 조세호와 이동욱 그리고 박민우와 함께 이야기하는 장면을 보자! 그녀는 이동욱이 자신의 건너편에 있다는 이유로 ‘저쪽씨’라고 부른다. 그녀의 독특한 화법은 시종일관 시청자를 웃게 만든다.
<룸메이트>는 관찰형 예능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냥 함께 같이 살아가는 11명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큰 사건도 없고, 정해진 임무도 없다. 따라서 산만하게 이야기가 흘러가기 쉽다.
그런데 <룸메이트>는 그런 뻔함(?)을 벗어나기 위해서 무척이나 노력한다. 그 예로 2화에선 수 많은 반전(?)이 등장했다. 조세호는 자신의 잠옷이 실크라고 자랑하다가 그만 의자에 털썩 주저앉다가 터져(?)버리는 사건이 발생한다.
박봄은 아침에 배고픈 나머지 빵하나를 먹고 다시 자는 귀여운 모습을 연출하고, 밤에 멕시코 대사관에 떨어진 장난감 헬리콥터를 찾으러갔던 남자들은 외국어로 대화해야 하기 때문에 잠시 멘붕에 빠졌다가 가위바위보로 말할 사람을 정한다.
그리고 말레이시아로 유학을 다녀온 서강준이 당첨된다. 영어를 잘 구사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쩔쩔매는 그의 모습은 의외로 다가온다. 오히려 콩굴리쉬(?)에 가까운 발음으로 조세호가 의외의 활약을 펼치는 장면에선 흡사 코미디 영화를 보는 기분이 들 지경이다.
그 후로도 서강준의 핸드폰 개통을 위해 함께 간 이동욱이 점원의 설명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장면은 두 꽃미남이 순간 꽃바보(?)로 보이게 만드는 위력을 발휘하면서 웃음을 준다.
11명이서 규칙을 만드는 자리에서 모든 여성 멤버들이 ‘요리를 못한다’고 고백(?)하자 어쩔 수 없이 주방장이 되는 신성우가 박봄의 제안으로 5년이나 기른 턱수염을 깎는 장면은 별것 아닌데도 너무나 호돌갑 떨면서 좋아하는 박봄-송가연-조세호의 모습 때문에 웃음을 짓게 된다.
<룸메이트>는 드라마나 시트콤이 아니다. 따라서 어떤 큰 사건이 있을 수가 없다. 게다가 자연스러움을 선호하는 오늘날의 예능에서 누군가가 악역을 하는 것도 무리수가 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룰메이트’의 멤버들 가운데는 그럴 만한 인물도 보이질 않는다-
따라서 소소한 사건들과 재미를 줄 수 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룸메이트>는 초반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럭저럭 괜찮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꽃미모를 자랑하는 서강준과 엑소의 찬열이 피아노까지 잘 치는 상황은 순정만화를 떠올리게 한다.
그런데 곧 이어서 박민우가 한참을 고민하다가 자신은 ‘설겆이를 잘한다’라고 말하는 장면은 나름의 반전과 웃음을 선사한다. 진행을 하고 전체를 잡아주는 멤버가 없는 점은 아쉽지만, 대신에 덕분에 11명의 멤버들의 모습을 골고루 볼 수 있고, 그들의 인간적인 매력을 엿볼 수 있는 <룸메이트>는 그래서 매력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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