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선 전길남 박사가 ‘연결’이란 키워드로 ‘서울디지털포럼(SDF) 2014’에서 기조연설을 했다. 전길남 박사는 1980년대부터 인터넷의 개척자로 활약해온 인물로 한국인 최초로 최초로 인터넷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었고, 존 포스텔 인터넷 서비스 상, 세계 기술 상을 수여했다.
카이스트 명예교수이자 게이오 대학교 교수인 그는 ‘인터넷 사용자 숫자를 아십니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했다. 막연하게 몇십억 단위로 알았지만, 전길남 박사는 ‘27억명’이란 숫자와 더불어서 ‘2015년 정도면 약 70억명’이 된다는 구체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전 세계 인구중 약 90%가 인터넷에 연결되는 시대에 과연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전길남 박사는 우리가 IT 관련뉴스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숫자 대신에 진지한 화두를 던졌다.
오늘날의 인터넷은 웹의 등장과 함께 엄청난 첫 번째 변화를 맞이했다. 통신분야의 발달과 함께 우린 엄청난 속도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고, 이윽고 스마트폰 한 대로 인터넷에 접근하는 시대까지 도달했다.
이런 사회에서 오늘날 우리는 인터넷을 교통수단처럼 사회적 기본 인프라로 인식하게 되었다. 그가 말한대로 인터넷이 없었다면 ‘SDF 2014’같은 행사자체가 이루어질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인터넷에 ‘어떻게 인프라를 구축하냐?’는 참으로 의미심장한 물음이었다. 전길남 박사에 따르면 개도국의 경우 월소득에서 약 100달러 정도를 인터넷 접속을 위해 쓰고 있다고. 그들은 대체로 PC방과 인터넷 까페를 활용하고 있단다.
아마도 6년 후엔 스마트폰이 그 자리를 대체할 것으로 예견된다. 그러나 우리 역시 초창기에 겪은 일이지만 초고속통신망이 뚫렸을 때, 주로 미국 사이트에 접속할 수 밖에 없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우린 모국어로 서비스에 접근하길 원한다. 우리가 이런 국내 서비스를 가지게 된 것은 지극히 최근의 일이다. 개도국의 입장에선 현재 스마트폰을 비롯한 디바이스의 가격도 부담스럽지만, 이런 모국어로 된 인프라 구축은 더욱 중요한 과제로 떠오를 수 밖에 없다.
전길남 박사는 또한 아시아의 역할에 대해서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인터넷 유저의 50%는 약 아시아 인구다. 그러나 아시아 인구가 인터넷에 기여한 바는? 인터넷은 말 그대로 개방형 기술이다.
미국은 60%, 유럽은 30%, 기껏해야 아시아는 5~10% 정도다. 그 대목에 이르자 괜시리 찔렸다.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인터넷을 이용한 사업을 흔히 접할 수 있다. 그러나 거기에는 모두 다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지, 공공의 목적을 위한 경우를 거의 찾기 힘들다.
물론 인간은 ‘이기적인 동물’이며, 인간의 삶에 있어서 돈은 매우 중요한 재화다. 그러나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중요한 것들은 의외로 ‘돈’이 아니라 공공선을 위해서 만들어지 경우도 많다.
인터넷이 그 대표적인 사례가 아닌가? 전길남 박사는 한국의 특수한 상황을 강조한다. 개도국에서 상당기간 머물다가 선진국이 된 우리. 그는 우리가 선진국 문턱에 진입한 데는 인터넷 기술이 단단히 한몫을 했다고 역설한다.
따라서 한국 역시 인터넷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여 주장했다! 오늘날 인터넷에 접속하기 위해선 비싼 스마트폰과 비싼 요금을 치러야만 한다. 그런데 개도국의 시민들은 그럴 수가 없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좋은 교육을 받지 못한 이들은 질 낮은 직업을 가질 수 밖에 없고, 그건 가난의 되물림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그 ‘고리’를 끊기 위해서 전길남 박사는 ‘디지털 격차의 해소’를 주장했다.
그리고 그 방법으로 한국 사람들을 해외로 내보내는 것을 주장한다. 유엔회원 국가 기준으로 50개 국가가 자체적으로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는데, 한국인들이 거기에 상당 부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그는 믿었다.
그리고 나머지 100개 국가들은 더 폭 넓은 도움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길남 박사는 한국이 교량국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다. IT기술의 발전이 모두에게 혜택을 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격차를 불러일으키는 시대에 전길남 박사의 말은 여러모로 이치에 닿는 것 같았다.
수혜국에서 원조국으로 바뀐 한국은 이제 어떻게 하면 전 세계에 이바지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시점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그 도움이 단순히 물질적인 수준에 끝나서는 매우 곤란하다.
다른 나라의 문화와 풍습을 익히면서, 그들에게 가장 맞는 접근법을 세심하게 찾고 공공선을 이룩하기 노력하자는 전길남 박사의 말은 황금 만능주의와 물질 이기주의가 판치는 대한민국에서 매우 시의적절하고 유의미한 발언이라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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