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속 무비월드>를 본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영화는 수다다>라는 코너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코너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데도 상관없다. 팝 칼럼니스트 김태훈과 영화평론가 이동진이 영화 한편을 놓고 진지한 이야기부터 뒷담화에 가까운 이야기까지 하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낄낄거리면서,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게 된다.
필자도 그런 인물중에 한명이다. 나른한 토요일 오전에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가 두 사람의 수다를 보곤 반해서, 매주 토요일 오전 11시면 으례 맞춰 있었다. 그런데 이런?! <금요일엔 수다다>라는 프로가 있다는 사실을 이번 기자간담회에 초청 받고나서야 알았다. 그래서 정식으로 다운받아보면서 <금요일엔 수다다>라는 프로의 매력을 흠뻑 맛보고야 말았다.
그래서 기대에 차서 목동에 위치한 모 레스토랑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 부푼 마음을 갖고 앉았다. 약속된 시간이 되자 김태훈과 이동진이 입장했다. 그들의 첫인상은 TV에서와 별 다를 바가 없었다. 김태훈 팝 칼럼니스트는 어딘가 장난끼가 넘쳐보였고, 이동진 영화평론가는 선량한 느낌이 가득했다.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이동진은 멋진 이야기를 했다. “로버트 드니로에 대해 ‘연기력이 부족한 배우도 함께 공연하면 없는 연기력을 보여준다’라는 말이 있다. 나에게 김태훈은 그런 존재”라고. 이 얼마나 멋진 말인가? 함께 하는 파트너에 대해 이보다 더 멋지게 소개할 수 있을까? 김태훈은 1년에 한 번씩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을 함께 해왔기 때문에 “생방송은 하다보면 막힐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내가 뭔가를 던지면 그걸 잘 버무려서 다시 말해주기 때문에 너무나 편하다”라는 말로 이동진 영화평론가에 대해 이야기했다.
두 사람은 자신들이 진행하는 <금요일엔 수다다>가 토요일 새벽 1시에 진행되어서 불만을 느끼지 않을까? 김태훈은 예상외로 쿨했다! 아직 프로그램이 시작된 지 얼마 안되어서 정돈이 필요하다고. 그러면서 ‘취객이나 약속이 취소된 분들이 많이 보지 않을까 싶다’라는 특유의 농담을 덧붙였다.
이동진은 ‘시청률을 찾아본다’면서, 아무래도 새로 시작한 프로에 대해 느끼는 막중한 책임감을 은영 중에 내비쳤다. 그러나 ‘오늘날엔 다양한 경로로 보는 이들이 많기 때문에, 취약한 시간대라는 게 큰 의미가 없다’고. 그들이 함께 진행하는 <영화는 수다다>도 다른 매체로 보는 이들이 많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은 <영화는 수다> 때문에 즐거웠던 때를 소개했다. 바로 <영화는 수다다>를 통해 SBS 내부에서 열리는 시상식에서 상을 수상했기 때문이다. 담당PD에 따르면, <접속 무비월드>가 아니라, 하나의 코너에 불과한 <영화는 수다다>가 상을 받은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접속 무비월드>는 광고가 완판되는 효자 프로그램이다. 그 공은 두 사람이 진행하는 <영화는 수다다>라는 코너가 1등 공신이라는 사실을 SBS가 인정하는 것이다’라고. 새삼 <영화는 수다다>라는 코너가 얼마나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쯤 되니 문득 <금요일엔 수다다>의 녹화시간이 얼마나 시간이 드는 지 궁금해졌다. 약 4시간 정도가 소요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와우. 4시간이나 영화에 대해 수다를 떤다는 것은 정말 일이라고 해도 좋아하지 않으면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금요일엔 수다다>를 보면서 개인적으로 좋았던 것은 영화에 대해 너무 심각하지도 않고, 너무 예능적이지도 않은 그 가운데에 미묘하게 존재하는 ‘선’을 지키고자 하는 두 사람의 모습이었다.
김태훈은 진지한 이야기를 다루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홍보성으로 게스트가 나오는 프로가 안되었으면 좋겠다. 시청자가 원하는 게 무엇일까? 대중성으로 갈까? 아니면 예술쪽으로?’라는 말을 하면서 프로그램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대목을 보여주었다.
이동진 역시 영화개봉에 즈음해서 예능순례를 하는 주연배우들의 반복적인 이야기보다는 변별력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희망을 내비쳤다. 이를테면? ‘소설가 김영하, 발레리나 김주원 같은 이들의 영화이야기’란다. 이동진은 사석에서 그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영화에 대한 그들의 확고한 자기주관과 그들만의 독특한 시선을 들으면서 놀라웠다고 한다.
그런 이야기를 <금요일엔 수다다>에서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담당PD는 ‘두 사람의 의견을 전적으로 존중하고 최대한 프로그램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따라서 어쩌면 멀지 않은 시일내에 영화인이 아닌 다른 직업군의 종사자들이나 유명인들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볼 날도 멀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영화는 수다다>는 처음부터 게스트를 초청할 때 쉬웠을까? <영화는 수다다>는 별점을 매기고, 영화에 대해 강도높은 비판을 서슴지 않기 때문에 영화감독과 배우등 관계자들에게 항의가 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소식이 있었다. 실상은?
이동진은 실제로 그런 항의를 받은 때가 있다고 했다. 덕분에 꽤 친밀했던 관계가 끊어진 적도 있다고. 그러나 영화평론가로서 ‘어쩔 수 없는 숙명’으로 받아들인단다. ‘아무리 친해도 할말은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영화평론가로서 그의 소명의식이 빛나는 부분이었다!
영화에 대한 평론이 글에서 말로 바뀌는 현대에 대해 이동진은 어떻게 생각할까? 그는 ‘관객과의 대화’를 예로 들었다. 예전의 ‘관객과의 대화’는 단순히 ‘얼굴보고 이야기’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단다. 그러나 오늘날 외국영화가 개봉하면 종종 영화상영후 1시간 동안 영화에 대해 말로 해설할 때가 있는데, 표값이 1천원 이상 비쌈에도 불구하고 ‘매진’되는 상황이란다. 또한 미국에선 유명평론가들이 자기 책상에서 간단하게 동영상을 찍어서 유투브등에 올려서 ‘매체’로서 인정받는 사례를 들기도 했다.
영화를 단순히 감상하는 게 아니라 ‘뭔가 건져낼 게 없을까?’라고 고민하고, 단순히 홍보성이나 루머 해명이 아니라, 영화가 지니는 가치에 대해 말하고자 애쓰는 것을 새삼 이번 기자간담회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일년에 평균 500여편 이상의 영화를 보면서도 영화에 대한 애정이 식을 줄 모른다는 이동진 영화평론가와 영화를 너무나 사랑해서 한때 대학도 관련학과를 시험 쳤던 김태훈의 이야기는 한 시간이 넘도록 지루할 줄 몰랐다.
이제 3회를 방송하고 5회차까지 녹화를 끝마쳤다는 <금요일엔 수다다>는 영화 평론에 대해 많은 고민을 진지하게 그러나 재밌게 전달하기 위해 무척이나 고민하고 있었다. 황금콤비로서 우리에게 재밌는 영화 수다를 들려주는 김태훈과 이동진이 있다는 사실은 ‘투 썸즈업’으로 유명했던 미국의 영화평론가 로저 에버트와 진 시스켈을 떠올리게 한다.
미국의 두 영화평론가와 조금 상황은 다르지만, 다양한 영화에 대해 각기 어떤 매력을 지니고 있고, 어떤 점을 눈여겨 봐야하는지 짧은 시간 안에 이야기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한국의 로저 에버트와 진 시스켈이라 해도 크게 무리가 없지 않을까? 부디 지금의 고민과 노력들이 빛을 발해서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발칙하고 문제의식이 넘치는 영화담론을 TV 에서 들려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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