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이야기

예술성과 상업성 사이에서 길을 잃다! ‘인터스텔라’

朱雀 2014. 11. 10.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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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그랬겠지만, 나 역시 인터스텔라에 기대가 컸다. <배트맨> 3부작도 훌륭했지만, <인셉션>은 또 어땠는가? 그야말로 배우들의 연기와 각본 그리고 연출까지 삼위일체의 훌륭한 작품이 아니었는가?

 

 

따라서, 멸망 직전의 인류를 구하기 위해 우주로 나간다는 설정의 <인터스텔라>를 알게 되었을 때, ‘우주여행을 다룬 영화치고 괜찮은 작품이 없었는데란 불안감과 더불어 그래도 놀란 감독이 뭔가 다르겠지라는 기대감이 공존하게 되었다.

 

 

영화를 감상하고 난 지금의 느낌은? 철저한 실망이다. 그렇다고 작품이 형편 없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메튜 메커너히를 비롯하여 마이클 케인, 제시카 차스테인 등 배우들의 연기는 훌륭하기 그지 없었다.

 

 

웜홀과 블랙홀 그리고 미지의 행성을 압도적인 영화적 상상력으로 그려내는 장면도 나름 신선했다. 그러나 <인터스텔라>의 장점은 딱 거기서 멈춘다. 영화엔 물론 많은 미덕들이 있다.

 

 

-영화에 대한 결정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아직 영화

를 보지 않은 분들은 이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그동안 막연하게 알고 있었던 상대성 이론에 관한 부분과 웜홀이 이름처럼 그냥 구멍이 아니라 사실은 구체형태를 띠고 있다던가, 블랙홀이 이름처럼 검지 않고 빛난다는 사실 등이 그러하다.

 

 

 

 

게다가 황량해진 지구에서 벗어나서 프론티어 정신을 가지고 우주로 나아가고,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인류를 구하기 위한 숭고한 목적을 가지고 고군분투하는 우주비행사들의 모습은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인터스텔라>는 너무 욕심이 과했다! 영화는 중반부까지 다른 영화들에서 볼 수 있는 커다란 사건이나 갈등이 그려지지 않는다. 따라서 관객의 입장에선 중반쯤 되면 지루해질 수 밖에 없었다.

 

 

한참동안 황량해진 지구(그것도 대도시가 아닌 주인공이 사는 조그만(?) 동네만) 줄창 보여주고, 갑작스럽게 우주여행을 택한 쿠퍼(매튜 메커너히)의 모습은 조금 당황스럽다. 물론 아무리 런닝타임이 169분이라고 해도, 시간적 한계 때문에 모든 이야기를 보여줄 수 없다는 사실은 이해한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악당으로 등장하는 만박사와 인류의 지속을 위해 브랜드 박사가 실은 거짓말을 했다는 반전은 무척이나 난감했다. 물론 사람이 오랜 시간동안 혼자서 행성에 있다 보니 그럴 수도 있고, 인류의 존속을 위해 브래드 박사가 거짓말을 한 부분은 나름 이해는 간다.

 

 

그러나 ‘<인터스텔라>에서 과연 그런 설정이 왜 필요했는가?’ 라는 대목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아마도 이유는 관객들이 재미를 느낄 만한 반전을 주기 위한 게 아니었을까 싶다.

 

 

 

 

 

차라리 <인터스텔라>가 상대성 이론에서 밝혀지듯이 블랙홀 근처에 행성에 가다보니 몇 시간 밖에 있지 않았는데, 지구 시간으로 약 24년이 흘러버린 식의 사건만이 발생하는 식으로 흘러갔다면 더 낫지 않았을까?

 

 

그러나 그런 식의 전개는 흥미롭긴 해도,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 강렬한 반전과 재미를 주기 어렵다. 아마도 그런 탓에 (상업성을 위해서) 만 박사가 갑자기 악당이 되고-인류의 존속을 위해 누구보다 앞장서서 희생을 택한 만 박사가 너무나 갑작스럽게-, 브랜드 박사가 인류 존속을 위해 쿠퍼를 비롯한 우주비행사들에게 거짓말을 한 장면은 영화적 재미를 주기 위한 고육지책이 아니었나 싶다.

 

 

허나 그런 선택을 한 탓에 <인터스텔라>는 평범한 영화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웜홀이나 블랙홀을 나온 장면들도 그렇다. 우린 이미 <스타게이트>를 비롯한 다른 영화에서 차원이동을 하는 장면을 숱하게 보아왔다.

 

 

물론 <인터스텔라>의 놀란 감독은 보다 사실적인 웜홀과 블랙홀의 재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안다. 각본가가 실제로 대학에서 몇 년간 수업을 듣고, 웜홀에 대해 세계 최고의 전문가가 참여하는 식으로.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이다! 웜홀을 통해 간 다른 행성은 산을 연상시키는 파도가 치고, 온통 얼어붙은 행성을 보여주었다. 블랙홀에 들어간 주인공 쿠퍼는 그곳에서 자신의 딸의 방과 연결된 또 다른 공간으로 가게 된다.

 

 

 

 

 

사실 딸의 방에서 메시지를 보내고 -그것도 부족해서- NASA에 연락을 취한 인물이 사실 쿠퍼 였다는 식의 결말부는 씁쓸한 미소를 짓게 한다. 사실 이런 식의 이야기전개는 일본 애니에선 흔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뭐랄까? <인터스텔라><그래비티>와 일본 애니를 적당히 섞은 듯한 느낌을 받는다. 어쩌면 놀란 감독은 그동안의 성공 덕분에 안일해진 게 아닐까? 물론 지구를 벗어나서 우주적으로 확장된 그의 영화적 세계는 분명히 칭찬받을 만한 구석이 있다.

 

 

그러나 영화에서 보여주는 화면들은 이미 다른 영화들에서 시도되었거나 그려진 것들이다. 물론 놀란은 보다 사실적(?)으로 재현해내긴 했지만, 거기에 새롭거나 창조적인 시도는 없었다.

 

 

게다가 행복의 파랑새는 사실 내 주변에 있었다라는 결말에 이르면, ‘여긴 어디? 난 누구?’라는 상태에 이르고 만다. 도대체 영화가 관객에게 주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묻고 싶을 지경이다.

 

 

차라리 인류가 멸망 직전이라 2의 지구를 찾기 위한 끝없는 모험을 벌인 다거나, 아예 우주여행은 사실은 별의미가 없고 지구를 되살려리는 노력이 선행되야 하는 식의 확실한 선택을 했다면 이해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인터스텔라>는 이도저도 아니다. 딸에게 인류 구원의 메시지를 쿠퍼가 전달해주는데, 도대체 그 메시지가 어떻게 인류를 구원했는지 그려지지 않는 점은 무척이나 난감하다. 영화상에서 그려지는 것은 토성에 새롭게 콜로니를 구축한 것인데, 어차피 그런 방법을 택할 거라면, 왜 굳이 웜홀을 통해 우주선을 보내 새로운 행성을 탐색하는 방법을 처음에 시도했는지 설명해주지 않는 지점도 난감한 대목이다.

 

 

물론 169분이라고 해도 세세한 설명이 부족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은 인정한다. 그렇다 해도 <인터스텔라>에서 건너뛴 부분은 너무나 많다. 웜홀을 열어준 외계인은 누구도 그들의 목적이 전혀 그려지지 않는 부분은 특히 난감하다.-쿠퍼를 통해서 사실은 우리라고 하는데, 이건 아무리 봐도 억지스럽다. 100년후의 인류라 할지라도 웜홀을 통한 우주여행이 가능할 정도로 보이진 않고, 영화 어디에도 그런 대목이 그려지진 않으니까-

 

 

<인터스텔라>의 미덕은 우주를 위협하는 악당이 등장하지 않고, 식량부족과 환경오염에 시달리는 오늘날 우리의 상황을 돌이켜 보게 하고, 가족에 대해 인류에 대해 그리고 우주와 우리에 대해 생각해 보게끔 한 게 아닐까?

 

 

그러나 기존을 벗어난 파격적인 시도도 없고, 시나리오적으로도 딱히 새로울 게 없는 이번 작품에 대해 단순히 놀란 감독의 영화라고 칭찬해주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다른 이들은 멋진 영화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필자가 보기엔 그 어떤 참신함도 찾아볼 수 없는 그저 평작을 조금 벗어난 영화로 밖에 보여지질 않는다.

 

 

 

간단평: 배우들의 너무나 훌륭한 연기, 광활한 우주의 묘사는 압권!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건지 알 수 없는 시나리오는 난감. 결말은 난처. 예술성과 상업성 사이에서 길을 잃어버린 작품.

 

 

별점: 3.5(5점 만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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