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이야기

명대사강박증에 빠진 한국영화들

朱雀 2015. 8. 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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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의 특징을 꼽으라면 그중 첫번째로 욕설과 비속어가 대사에서 많이 쓰는 것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TV는 방송심의규정을 준수하기 때문에 우리가 생활용어수준(?)으로 쓰는 가벼운 욕설조차 하지 못하는, 그야말로 아무리 악당이라도 바른 생활(?)에 준하는 대사들을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런 이유일까? 한국영화를 보면 한이라도 풀겠다는 듯 입에 걸레를 물었는지 엄청난 비속어와 욕설의 향연을 들을 때가 많다. 분명 관객에 따라선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겠으나, 굳이 평범한 언어로 이야기해도 될 것을 가지고 무리하게 욕설로 이어가는 건, 분명 과한 부분이다.







두번째는 어떻게든 명대사를 만드려는 노력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현재 천만을 향해 거침없는 질주를 하고 있는 ‘베테랑’도 여기에 낄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죄짓고 살지 말라 그랬지?’ ‘나한테 이러고도 뒷감당 할 수 있겠어요?’ 등등.



광고 카피로 등장하는 등장인물들의 대사는 분명히 각 캐릭터의 성격을 명확하게 나타내고 있다. 문제는 영화상에서 이 대사들이 등장하는 시점이다. 보는 내내 ‘뭔가 과하다’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영화는 드라마에 비해서 시간의 제약을 무척이나 받는다.



따라서 2시간 남짓한 상영시간 동안 최대한 관객에게 어필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한다. 그 과정에서 등장인물들의 대사는 마치 시처럼 함축적이고 의미를 살려 전달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명대사란 대사에 겉멋을 부리고 양념을 많이 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친구’의 "고마해라 마이 묵었다 아이가"는 동수의 비참한 최후를 보여주는 강렬한 장면이라 할 수 있겠다. 비록 극장에선 잘 들리진 않았지만, 워낙 장면의 충격이 컷던 탓에 관객들은 동수의 마지막 말이 무엇인지 찾아보고 기억할 수 밖에 없었다.



"아프냐? 나도 아프다"로 기억되는 ‘다모’의 명대사는 상대방의 아픔이 느껴질 정도로 사랑하는 이의 절절한 마음이 다가왔기에 오늘날까지 회자되는 명대사가 될 수 있었다. 그렇다! 명대사란 전후좌우 사정을 잘 살펴보고, 그 상황에 꼭 맞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만큼의 무게를 얹었을 때 탄생할 수 있는 것이다.



서도철 형사가 돈을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형사의 팔을 꺾으면서 “우리가 돈이 없지..."라는 대사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그러나 조태오가 처음 등장하는 장면에서 보기 민망한 행동을 하고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라고 하는 부분에서의 대사는 너무 작위적이란 느낌을 받았다.



그 외에도 등장인물들이 많은 의미를 함축한 대사를 했지만, 가슴을 울리거나 머리에 남지 않고 그냥 한귀로 흘러나갔다. ‘베테랑’은 분명히 천만관객을 동원할 정도로 매력이 넘치는 작품이지만, 분명히 이런저런 약점이 많은 작품이기도 하다.



한국영화를 보면서 대사와 상황이 맞지 않거나 '과하다'라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았다. 필자 혼자만의 생각일까? 멋지거나 의미를 과부여한 대사보다는 상황에 알맞는 적절한 대사를 치는 게 더욱 낫지 않을까? 




‘협녀, 칼의 기억’또한 관객에게 외면받는 가장 큰 이유중엔 대사를 들지 않을 수 없다. 극중 이병헌과  전도연은 서로를 끊임없이 그리워 하는 데 이를 표현하는 대사들이 너무 작위적이다. 요샛말로 오글거린다.따라서 관객이 영화에 몰입하는데 방해한다.



만약 감독이 이것을 일부러 유도한 것이라면 모를까? 그게 아니라면 분명히 문제가 있는 대목이다. 혹시 이 글을 보는 이들 가운데 영화관계자가 있다면, 이런 부분을 좀 더 신경써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국영화는 장점이 많지만 그만큼 아직까지 단점과 약점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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