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이야기

마블은 어떻게 진화했는가? ‘앤트맨’

朱雀 2015. 9. 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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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트맨’을 보기 전까지 ‘마블도 이젠 매너리즘에 빠질 때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을 했었다. ‘캡틴 아메리카’, ‘토르’, ‘아이언맨’, ‘어벤져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까지. 마블 유니버스는 이제 확장할대로 확장해서 더 이상 새로운 이야기는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앤트맨’을 보면서 그 생각이 산산이 깨져버렸다. ‘앤트맨’의 주인공인 스콧 랭은 전과자다. 물론 그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사장이 불의한 일을 저지르자, 이에 항의하다가 결국엔 회사의 서버를 해킹해서 고객들에게 (그들의 원래재산이었던) 돈을 돌려주었다.



의적(?)이라고 해도 좋겠지만, 그는 그 일로 징역을 살고 말았다. 게다가 그는 전과자란 이유로 인해 직장도 구하지 못하고, 아내와는 이혼하고 사랑하는 딸에게 접근조차 하지 못하니. 결국 실패한 인생이다.





스콧 랭은 이전까지 마블의 히어로들과 궤를 달리한다. 그는 캡틴 아메리카처럼 정의에 대한 강력한 신념은 없다. 오직 잃어버린 딸에 대한 애정과 집착만이 있을 뿐이다. 그가 앤트맨 슈트를 입는 것도 오직 딸을 다시 보기 위한 기회를 얻기 위해서다!



슈트를 입으면 개미만큼 작아지고 괴력을 발휘하지만, 아이언맨의 슈트와는 또 다르다! 아이언맨의 슈트는 첨단무기가 달려있고 그 자체가 최첨단 갑옷처럼 느껴지다. 이에 반해 앤트맨의 슈트는 똑같이 최첨단이 집약되어 있지만, 좀더 아날로그적인 느낌이 강하다.



아이언맨처럼 레이저를 쏘지 못하고, 배트맨처럼 던지는 무기를 많이 쓰는 앤트맨의 모습은 두 히어로의 슈트가 대척점에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앤트맨은 이전까지 확장만 거듭하던 마블 유니버스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우선 개미만한 크기로 작아져서 적과 싸우는 그의 모습이 그러하다. 토르처럼 망치를 휘두리면서 거대한 적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슈퍼 히어로가 작아져서 적과 대결하는 모습은 묘한(?) 느낌을 자아낸다. 



1대 앤트맨인 행크 핌과 2대 앤트맨인 스콧 랭은 둘다 실패한 인생이다. 그들은 '두번째 기회'를 얻기 위해 협력하게 된다.



여태까지 마블 히어로들은 ‘정의’를 위해 싸우거나, 세계를 구하기 위해서, 그것도 부족해서 은하(갤럭시)까지 구하기에 이른다. 그런데 앤트맨은? 딸을 만나기 위해 싸우고, 마지막에도 딸을 위해서 최선을 다할 뿐이다.



그는 지극히 개인적인 목적을 위해서 싸우지만, 자신을 위해 싸우는 아이언맨과는 또 다른 개인주의를 보여준다. 딸을 위해서라면 그 무엇도 마다하지 않는 그의 모습은 관객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든다.



날개미를 타고 이동하거나, 춤추는 사람들 사이를 뛰어다니는 앤트맨의 모습은 이전까지 액션신과 궤를 달리하며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열쇠구멍을 통과하고 나서 다시 본래 크기로 돌아가는 앤트맨의 모습은 묘한 쾌감을 불러일으킨다.



옐로우 자켓과 앤트맨의 대결은 이전까지 마블 영화에선 볼 수 없었던 긴장감과 더불어 코믹함을 동시에 전달한다. 그들이 정상 크기와 개미만한 크기로 순식간에 왔다갔다하면서 변화하는 모습에서 심각한 상황임에도 웃음을 유발할 수 밖에 없는 순간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 능수능란함에 그저 관객은 감탄하고 박수와 찬사를 보낼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장난감 기차위에서 혈투를 벌이는 앤트맨과 옐로우 자켓의 모습은 비장함과 코믹함을 거부감없이 넘나들면서 관객에게 이전까지 없었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정말 박수를 칠 수 밖에 없는 명장면이었다!



‘앤트맨’에서 주인공 스콧 랭은 전과자로서 등장한다. 분명 그는 영웅으로서 세상과 자신의 인생을 구하지만, ‘실패자’도 부족해서 전과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면에서 의미심장하다. 물론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피터 퀄 역시 좀도둑이고, 그와 함께 하는 동료들도 ‘루저’들이지만, 스페이스스 오페라물에선 흔하게 볼 수 있는 설정이다.



이에 반해 전과자들이 팀을 이뤄 결국 세상을 구하는 데 일조를 하는 ‘앤트맨’의 모습은 상업영화이고 히어로물이지만, ‘두번의 기회’를 운운하는 장면에선 나름대로 의미심장하다고 밖에 할 수 없다-왜냐하면 은하계가 아니라 현실 세계에서 전과자가 슈퍼 히어로로 재탄생하는 대목은 훨씬 충격적 일수 밖에-.



기존에 없던 새로운 액션과 나름 의미심장한 메시지, 새로운 영웅상을 제시한 ‘앤트맨’은 마블 유니버스가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라 할 수 있겠다. 벌써부터 이렇게 후속편이 기다려지니. 이런 기분, 정말이지 오랜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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