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이야기

‘에베레스트’는 왜 인기가 없을까?

朱雀 2015. 10. 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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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4일 개봉한 ‘에베레스트’는 1주차가 조금 넘어가는 이 순간에 개봉관이 의외로 적다. 물론 ‘사도’를 비롯한 다른 영화들의 약진도 무시할 수 없지만, 왜 에베레스트라는 세계 최고봉을 무대로 하고, 워킹 타이틀이 제작하고, 제이슨 클락-키이라 나이틀리-제이크 질렌할 등의 쟁쟁한 명배우들이 포진한 상황을 감안하면 조금 이해하기 어려워진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나면 일면 왜 국내에서 인기가 없는지 이해할 수 있다. 뭔가 극적인 사건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클리프 행어’를 비롯해서 여태까지 산을 무대로 한 영화들은 등산가들끼리의 경쟁이라든가, 크레바스와 산사태 등 갖가지 사건이 긴박하게 벌어지면서 보는 이를 숨막히게 했다.





산 자체가 주는 압도감과 인간군상들이 벌이는 음모와 배신 그리고 액션은 볼거리를 계속 제공하며 관객의 눈을 한순간도 놓치질 않았다. 그런데 ‘에베레스트’는? 물론 이 작품도 에베레스트라는 볼거리를 우선적으로 제공한다.



또한 각 인물들간의 갈등관계도 촘촘하게 배열해 놓는다. 에베레스트에 사람들을 등반시켜 줌으로써 명성을 쌓고 있는 롭 홀(제이슨 클락)과 그의 성공을 보고 자극 받아 등반 사업에 뛰어든 이들. 텍사스 출신으로 롭 홀의 말을 잘 듣지 않고 제 고집만 내세우는 고객 벡 웨더스(조쉬 브롤린) 등등.



그러나 막상 영화가 시작하고 나면 인물들끼리의 갈등은 몇번 보이고 만다. 영화속 인물들은 끊임없이 등반을 준비하고 세계 최고봉을 정복하기 위해 나아가고 또 나아갈 뿐이다. 크레바스와 눈사태 등의 등반객을 끊임없이 위협하는 요소들도 생각보다 그리 많이 등장하지 않는다.






따라서 기존 등반 영화에 익숙한 한국 관객에게 ‘에베레스트’는 이해하기 힘든 작품(?)에 속한다. 에베레스트의 멋진 풍광과 그를 잊게 만드는 자연의 잔인한 모습은 ‘다큐멘터리’로도 충분하다고 여기게 만든다.



이는 무척 안타까운 지점이다. ‘에베레스트’가 실화에 기반을 둔 것을 생각하면 물론 다큐멘터리로 작품을 만나는 것도 좋으리라. 그러나 영화가 주는 매력이 분명 존재한다. 만약 ‘에베레스트’가 영화가 아니었다면?



이토록 잔인하고 무서우면서도 아름다운 에베레스트의 풍광을 우리에게 생생하게 전달해 줄 수 있었을까? 제이슨 클락, 조쉬 브롤린, 제이크 질렌할, 키이라 나이틀리, 샘 워싱톤의 쟁쟁하고 익숙한 배우들이 아닌 실제 인물들이 나왔다면? 과연 우리는 작품에 몰입해서 영화를 감상할 수 있었을까?





‘에베레스트’의 주인공은 누가 뭐라해도 에베레스트다! 그리고 왜 등반객들이 에베레스트레 오르는 지 질문을 던지는 부분은 우리에게 생각할 꺼리를 던진다. ‘산이 거기 있으니까’라는 식상한 답변은 영화상에 등장한다.



그리고 이를 반박하듯이 평상시엔 우체부로 일하면서 보다 나은 내일을, 그리고 불가능을 향한 꿈을 이야기하는 인물들이 있다. 그러나 등반객 중 1/4이 목숨을 잃는 에베레스트 등반 도중 목숨을 잃는 상황에 대해선 완벽한 설명이 되질 못한다.



‘에베레스트’는 완벽한 대답을 들려주지 않는다. 무엇 때문에 굳이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위험에 사람들이 도전하는지. 그러나 그런 불가능에 도전하는 것 또한 인간의 모습이 아니겠는가? ‘에베레스트’는 몇천만년동안 고고히 그곳에 자리하고 있다.



영화 ‘에베레스트’는 그런 에베레스트 산의 모습과 그곳을 정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는 인간의 모습을 가장 사실적으로 그려낸 작품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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