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이야기

‘007 스펙터’는 왜 지루할까?

朱雀 2015. 11. 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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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내나는 액션을 벌이는 007. 다니엘 크레이그가 연기하는 제임스 본드는 이전의 본드와 이 한줄로 확실하게 차별된다. 역대 007 가운데 가장 많이 캐스팅되자마자 반발을 불러 일으켰지만 정작 영화가 개봉되자 다니엘 크레이그는 산소호흡기를 쓰고 있던 ‘007’ 시리즈를 새롭게 되살려낸 장본인이라 할만하다.



‘007 스펙터’는 관람한 이라면 모두 인정하겠지만, 엔딩이 묘하게 끝난다. 뭐랄까? 다니엘 크레이그의 007과 작별을 하는 느낌이랄까? 아마도 작품을 관람한다면 다들 자연스럽게 다니엘 크레이그의 007과 헤어질 수 있게 될 것 같다-뭐 이렇게 엔딩을 하고도 얼마든지 다음 작품에서 돌아올 수 있지만-






안‘007 스펙터’에서 다니엘 크레이그는 이제 완숙한 제임스 본드의 모습을 보여준다. 어떤 상황에서도 허둥지둥하지 않고 시종일관 여유만만하며, 위기일발의 순간에도 최소 두 가지 일을 동시에 수행해내는 그의 멀티적 기질은 절로 감탄사를 불러일으킨다.



게다가 틈만 나면 아름다운 여인들과 로맨스를 즐기는 모습은 007의 예전 모습들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007의 24번째 작품인 ‘007 스펙터’를 보면서 지루하다는 느낌을 내내 지울 수가 없었다. 왜 그랬을까? ‘007 스펙터’은 시작부터 블럭버스터의 위용을 제대로 보여준다.



멕시코의 전통 축제인 ‘죽은 자들의 날’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첩보작전은 그 자체로 볼거리를 제공한다. 그 뿐인가? 예고편에도 등장하는 건물이 무너지는 장면은 그 자체로 압도적이다! 그것도 부족해서 고도 7천피트 상공에서 펼쳐지는 헬기 액션신은 보는 이를 조마조마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오늘날 할리우드의 추세와 달리 CG를 최소화하고 아날로그 액션으로 일관하는 '007 스펙터'는 분명히 멋졌다! 그러나 007이라면 뭔가가 더 있어야만 했다! 자동차 추격신과 격투신은 이미 스파이물은 물론이요 액션영화에서도 흔한 장면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기존에 나왔던 스펙터란 조직을 새롭게 재해석낸 부분은 또 어떤가? 충분히 천재적이라고 부를 만큼 멋졌다. 다니엘 크레이그, 레아 세이두, 크리스토프 왈츠의 연기는 실로 훌륭하다. 영상은 미려하다못해 화려하고, 영화의 완급도는 적절했다.



그럼에고 불구하고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지루했다! 그 이유는 첫번째로 위기감이 느껴지지 않는 제임스 본드의 위기를 꼽고 싶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영화의 주인공인 제임스 본드는 죽어선 안된다. 그런 탓에 제임스 본드는 다른 영화에선 죽어야 할 상황(?)에 잡히기만 한다.



그리곤 꼭 악당들은 주절주절 뭐라고 떠든다. ‘007 스펙터’에선 스펙터가 제임스 본드를 잡아놓고 묶어놓은 다음 고문을 하던 장면을 들 수 있겠다. 스펙터는 예의 비장한(?) 표정으로 드릴로 고문을 하면서 ‘여기를 건드리면 사람을 못 알아보고’ ‘여기를 건드리면 말을 못한다’라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007이 도망침으로써 ‘모든 게 엉터리’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말았다.



오늘날 007에 영향을 받은 스파이물들은 갖가지 방법으로 진화를 거듭해왔다. 이에 반해 정통시리즈이자 적장자라고 할 수 있는 '007 스펙터'는 이전보다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물론 어떤 상황에서도 여유있고 바람기가 넘치는 완숙한 007을 다시 만난 것은 분명히 반갑다. 그러나 그 이상의 무언가가 더 있어야 했다! '킹스맨'의 경우엔 과장법이 섞였지만 액션장면은 기가 막히게 뽑아냈고, 비밀무기들의 활용도도 매우 인상 깊었다. '007 스펙터'에선 안타깝게도 그런 '신의 한수'가 존재하질 못했다.




어린 시절부터 007 시리즈를 봐온 탓에 제임스 본드를 시리즈 특성상 잡을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그러나 기왕 잡는다면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설정이나 좀 더 긴박감 넘치는 상황설정에 힘써야 하지 않았나 싶다. 정말 그 장면에선 실소를 금할 수가 없었다. 



이전까지 아무리 영화가 긴장감을 조성하려고 해도, 제임스 본드가 잡히거나 갇히는 장면이 나오면 (악당에게) ‘그냥 총을 쏘라’ 주문하고 싶을 정도였다.



두번째는 너무 현실적인 액션에 치중한 점을 들고 싶다. 분명히 현실에서 볼 수 있는 액션신을 추구한 점은 칭찬받을 만한 지점이라 여겨진다. ‘007 카지노로얄’만 해도 이는 분명히 장점이었다! 그러나 ‘007 스펙터’에 이르면 ‘굳이 이랬어야 했을까?’라고 고개를 젓게 된다.



왜? Q에게 비밀무기를 받는 장면은 007 시리즈의 팬들이라면 기대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부분이다. 007이 비밀무기를 받고 이를 활용해서 위기에서 탈출하는 장면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게끔 만들 정도다. 그런데 ‘007 스펙터’에선 평범하기 그지 없다.



다른 영화에선 쉽게 등장하는 미사일이 미탑재되었다는 메시지는 헛웃음을 유발하고, 이후 보여주는 무기(?)들의 활용은 안타까운 탄식만을 내뱉게 만든다.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의 경우 비밀무기를 얼마나 잘 사용했는가? 아마도 그런 식의 활용을 기대한 것은 필자만은 아니었으리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자꾸만 세계곳곳을 돌아댕기는 007의 여정을 들지 않을 수 없다! 스파이물에서 주인공은 단서를 찾기 위해서 세계곳곳을 돌아다닌다. 그 장면은 이국적인 풍광을 보는 것만으로도 볼거리를 제공한다. 그러나 ‘007 스펙터’ 에선 ‘과연 저렇게 다닐 필요가 있을까?’란 생각이 내내 지배했다.



그냥 볼거리 제공외엔 왜 굳이 그렇게 주인공이 세계 곳곳을 다니는지 이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007 스펙터’는 나름 잘 만들어진 영화다. 그러나 007 이전 시리즈 뿐만 아니라, 007에 영향을 받아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훌륭한 작품이 만들어진 상황에서 존재이유를 찾기 어려웠다.



땀내나는 액션을 원한다면? 본 시리즈가 있다. 우리가 007에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 어떤 위기에서도 전혀 긴장하지 않고 시종일관 여유만만한 제임스 본드를 보기 위해서이며, 그가 비밀무기를 들고 활약을 펼치고, 작전을 펼치는 와중에서도 아름다운 본드걸과의 로맨스를 즐기기 위해서일 것이다.



소련이란 나라가 사라진 이후 스파이물이 적을 잃고 휘청거리던 시절이 있었다. 전 세계를 상대로 암약하는 ‘테러조직’을 적으로 등장시킴으로써 외부의 모순을 해결하고, 풋내기 시절의 제임스 본드를 등장시킴으로써 007 시리즈는 새 생명을 불어넣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007 스펙터’에 이르러선 땀내나는 액션을 지키고자 노력한 탓에 오히려 액션신의 쾌감이 축소하고 말았다. CG를 최소화하고자 노력한 점은 분명히 높이 평가할 만 하지만, 빌딩이 무너지는 스케일 큰 액션 장면이 허술한 이야기전개를 감춰줄 순 없다.



‘007 스펙터’는 재기발랄 스파이물이 활개치는 현실에서 원조가 짝퉁보다 못한 사례로 기억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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