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국가란 무엇인가? ‘육룡이 나르샤’

朱雀 2015. 12. 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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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룡이 나르샤’에선 ‘위화도회군’이란 역사적 사건을 다뤘다. 드라마속의 최영 장군이란 인물은 몹시나 독특하다. 그는 사심이 없는 인물이다. 앞서 고려의 정치권력자였던 이인겸과 홍인방은 철저히 개인의 야망을 위해 움직인 인물이다. 그들을 움직인 원동력은 바로 탐욕이다!



우린 이런 유형의 권력자들을 역사를 물론이요, 드라마에서 정말 질릴 정도로 많이 만나봤다. 따라서 그들이 어떻게 움직일지 충분히 예측가능하다. 그런데 최영은 다르다. 그는 자신을 위해서 권력을 쓰는 자가 아니다. 그는 자신보다 ‘고려’라는 나라자체를 매우 중요시 하는 사람이다.






그의 그런 모습은 우왕을 대하는 태도에서 일면이 드러난다. 우왕은 드라마에서 망나니로 등장한다. 그는 음이 틀렸다는 이유로 악사를 죽이려 드는 말도 안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면서 자신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최영 장군을 향해 ‘당신도 내가 신돈의 자식이라 생각하는 겁니까?’라는 식으로 말한다.



그런데 최영 장군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출생 따위는 중요하지 않습니다’라고 답했다. 최영 장군은 왕의 자리에 누가 있어도 상관이 없다. 그의 목적은 단지 고려의 왕권을 탄탄히 세우고, 고려라는 나라가 강해지고 전성기를 구가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단을 내린다. 바로 명나라를 공격하는 것이다! 만약 그가 권력을 탐하는 전형적인 유형의 인물이었다면? 애초에 전쟁따윈 고려조차 안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아니라 누군가의 이익이 아니라 오로지 나라를 생각해서 명나를 공격하는 말도 안되는 계획을 실천하게 된다!



드라마에서 묘사되는 최영장군의 모습은 무시무시하다! 그는 고려를 위해서 무엇이든 희생할 각오가 되어있는 사람이다. 그는 분명히 청렴결백한 관리이지만, 그 맹목적인 충성심 때문에 백성은 최후의 1인까지 전쟁터로 몰아넣을 수 있는 인물이다. 그래서 그는 이인겸이나 홍인방보다 더 무서운 사람이다.



객관적인 상황을 따져봐도 고려가 명나라를 공격하는 것은 당시에 말이 되지 않았다. 드라마속에서 최대 징발된 백성은 고작 5만이다. 그나마도 이를 보급할 식량조차 변변히 없다. 현지조달이라니. 말이 쉽지 몇천단위가 아니라 5만단위의 군사를 약탈해서 먹이겠다는 것은 정신상태를 의심할 수 밖에 없는 계획이다.



그러나 최영 장군은 누가 봐도 말도 안되는 계획을 우직하게 밀고 나간다. 이런 일이 벌어질때 가장 큰 희생을 하는 것은 당연히 백성일 수 밖에 없다. 힘없는 백성들은 젊은 자식들이 전쟁터에 끌려나가는 것을 눈뜨고 지켜봐야만 하고, 군량 때문에 가지고 있던 곡식을 내놓아야 한다.



그뿐인가? 젊은이들이 끌려갔으니 노인과 아이들이 대신 고된 농사일을 비롯한 각종 노동을 해야한다. 그나마 전쟁에 끌려간 이들이 살아오면 다행이지만, 전쟁터에선 눈먼 죽음이 어디 한두개던가? 게다가 전쟁에서 죽으면 아무런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다.



드라마에서 묘사되는 이성계는 매우 개인주의자적인 면모를 지니고 있다. 그는 자신의 가족을 비롯해서 자신의 울타리에 있는 사람들을 지키고 싶어한다. 그래서 그는 감히 역성혁명을 꿈꾸지 않았다. 그러나 역으로 한 사람 한 사람을 아끼는 그 마음이 왕의 명령을 어기고 회군이란 엄청난 사건을 벌이는 원동력이 된다. 물론 이는 실제의 역사적 사실과 매우 차이가 있겠지만, '육룡이 나르샤'에서 그리고 싶은 이상적인 군주에 대한 밑그림이 아닐가 싶다.




‘육룡이 나르샤’에서 정도전은 국가란 글자에 대해 이런 정의를 내린다. 창으로 땅과 백성을 지켜내어 가족을 이룬다고. 그렇다! 우린 흔히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한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육룡이 나르샤’에서도 권력자들은 흔히 말한다. 대업을 위해선 희생은 당연하다고.



그러나 작은 것을 지키지 못하는 나라가 과연 국가라고 할 수 있을까? 개인의 행복을 지키지 못하는 데 굳이 국가가 과연 필요할까?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나라가 과연 수많은 사람을 소중히 여길 수 있을까? ‘육룡이 나르샤’에서 국가가 왜 존재하는지 묻는 부분은 시공간을 초월해서 21세기인 오늘날에도 그 울림이 작지 않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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