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인간은 서로 의지하며 살아간다. ‘응답하라 1988’

朱雀 2015. 12. 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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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를 보면서 너무나 당황스럽고 화가 날 지경이었다! 분명히 드라마속 이야긴데도 왜 시청자인 내가 참지 못하는지 이해를 못할 지경이었다. 김선영은 시어머니로부터 황당한 통보를 받는다. 시동생이 사고를 쳐서 합의금을 물어주는 과정에서, 김선영네 집을 담보로 무려 1천만원이나 융자를 받은 것이다(물론 집주인이자 며느리인 선영과는 전혀 상의없이).



그 덕분에(빚을 지고 갚지 않는 바람에) 경매에 넘어가게 생겼는데, 오히려 시어머니란 사람은 그동안 죽은 아들이 남긴 재산 때문에 호위호식하지 않았냐면서 기고만장이었다.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시어머니란 사람이었다. 손자와 손녀는 이 참에 자신이 데려다 키울 작정인 건지. 정말 제멋대로인 사람이었다.





처음 이런 상황이 생겼을 때만 해도 부자인 라미란에게 도움을 받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나 아뿔싸! 여기도 지난번에 정봉이가 지난번에 심장수술을 받으면서 꽤 큰 돈이 들어간 탓에 1천만원이 꿔줄 형편은 되질 못했다. 고작해야 비자금 200만원 정도가 전부란다.



그럼 남은 사람은? 금은방을 운영하는 최무성이 유력했다! 그는 아들 최택이 벌어오는 상금을 한푼도 쓰지 않고 알뜰살뜰 모아온 장본인이었다. 아마도 시청자라면 누구나 최무성이 꿔주는 것을 생각했으리라. 문제는 그 과정이었던 건.



그런데 9화 후반부엔 놀라운 사실이 하나 밝혀진다. 바로 최무성이 사실은 김선영과 같은 동네에서 어린 시절부터 자란 사이란 것을. 1천만원이란 액수는 엄청나게 크다! 지금 가치로 따지자면 몇십억원 단위일 것이다. 최무성은 그 큰 돈을 아무런 거리낌없이 선뜻 빌려준다.



그러면서 ‘서로 폐끼치고 살아가는 것’이란 말을 한다. 9화에서 최무성은 뇌출혈로 쓰러졌다. 성동일을 술먹기 위해 그의 가게를 찾지 않았다면? 그가 쓰러진 것은 애초에 아무도 알지 못했을 것이고, 그는 죽었을 지도 모른다. 그뿐인가? 같은 동네에 사는 아주머니들이 그를 위해서 매일 돌아가면서 음식을 해서 병원으로 가져다 주었다.



부인을 잃고 폐인이 되어 살아가던 최무성을 (김선영이) 설득해서 10년전 쌍문동으로 이사오게 한 사연도 인상적이었다. 만약 최무성은 그때 김선영이 설득하지 않았다면? 오늘날처럼 금은방을 운영하고 아들은 세계 최고의 바둑기사로 이름을 떨치고 있었을까? 이렇듯 우린 사실은 서로 도움을 주고 받으면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그중에서도 막내격인 김선영은 누구보다 병원에 자주 와서 불편한 그를 챙겨주었다. 생각해보면 우린 늘 누군가의 호의와 도움을 입고 살아간다. 당장 나란 존재만 해도 부모님의 사랑과 정성이 없었다면? 태어나지도 못하고 자라나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뿐인가?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이루다 셀 수 없을 정도의 호의와 도움을 받아왔다. 일일이 기억하진 못하지만.



오늘날 우린 뉴스에서 너무나 흔히 각종사기사건을 접한다. 그러면서 점점 더 사람을 못 믿고 살아간다. 사람들 간의 신뢰와 믿음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따라서 ‘응답하라 1988’에서 처럼 그저 동네 사람이라고, 한 동네에서 자란 사이라고 저렇듯 거금을 선뜻 빌려주는 모습은 이젠 상상조차 하기 어려워졌다.



오늘날처럼 물질이기주의가 팽배한 사회에서 돌려받을 수 없는 돈을 빌려준다는 것은 꿈에서조차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아마도 TV를 보는 시청자중에도 ‘저건 드라마니까 가능한 거야’라고 말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몰라서 그렇지 지금도 저렇듯 주위의 어려움을 그냥 넘어가지 않고 선뜻 도와주는 이들이 분명히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응답하라 1988’ 9화는 사람은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간다는 진리를 새삼 일깨워준 회차가 아니었나 싶다. 1천만원이란 돈도 돈이지만, 이웃간에 서로 신뢰하고 작은 것 하나라도 나누고 서로 돕고자 하는 모습은 정말로 소중한 것을 잊고 살아가는 요즘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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