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정치에 옳고 그름은 존재하는가? ‘육룡이 나르샤’

朱雀 2016. 2. 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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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화는 우리에게 많은 고민을 안겨주었다. 무휼은 이성계를 암살하려던 무사가 자신이 예전에 도와주었던 척사광임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우연히 정몽주를 호위하기 위해 함께 있던 그녀를 만났고, 미행하다가 들켜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정몽주와 정도전을 모두 훌륭한 사람들이다. 정몽주는 쓰러져가는 고려를 끝까지 지키려 한 충신이고, 정도전은 썩어빠진 고려에 희망이 없다고 여기고 새나라를 세우려고 하고 있다. 그들의 주장은 모두 일리가 있기에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가 매우 어렵다.






그러나 두 사람은 정치적으로 대립하고 있고, 서로가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선 결국 다른 한쪽을 제거할 수 밖에 없다. 물론 드라마에선 정도전은 사형인 정몽주를 믿고 어떻게든 설득하려고 한다. 그러나 정몽주는 기회를 기다렸고, 이성계가 낙마하는 사고가 터지자, 그의 일파를 전부 하옥시킨다.



무휼과 척사광은 무사다. 두 사람의 칼에선 피가 마를 수가 없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두 사람은 사람을 베는 것은 무척이나 싫어한다. 특히 척사광은 압도적인 무술실력에도 불구하고 함부로 다른 이의 목숨을 취하지 않는다. 이는 공양왕과 그 측근일 지켜야 하는 호위무사로선 치명적인 약점이라고 할 수 있다.



척사광은 자신을 도와준 적이 있는 무휼에게 ‘도망가’라고 말한다. 무휼은 비록 무사지만 자신이 선이라 믿는 이성계-정도전과 대립하고 있는 정몽주 역시 ‘악당’이라고 할 수 없는 사실에 괴로워한다. 고민하던 무휼은 분이에게 이를 말하고 ‘소중한 사람과 대립할 수 있다’라는 어쩌면 당연한 사실을 깨닫게 된다.







정치란 무엇인가? 참으로 어려운 질문이다. 그러나 결국 내가 옳다고 생각되는 바를 실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이성계와 정도전은 백성들이 잘 사는 나라를 꿈꾼다. 정몽주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방법은 다르다. 이성계와 정도전은 고려가 ‘회생 불가능’하다고 여긴다.



권문세가가 자신의 기득권을 내놓을 수 있을까? 썩어빠진 사찰이 가진 땅을 그냥 내놓을 수 있을까? 인간의 탐욕은 강렬하기에 불가능하다. 결국 어느쪽이든 폭력이란 수단을 쓸 수 밖에 없다. 정몽주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고려를 지키고자 한다. 따라서 이성계와 정도전을 어떻게든 제거하고자 할 수 밖에 없다.



드라마에서 이성계는 크게 다쳤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정몽주를 설득하려고 한다. 그러나 실패하고, 정몽주는 정도전과 그 일당을 모두 사형시키려 한다. 이런 움직임을 아는 이방원은 스스로 칼을 빼어든다. 이방원은 아버지의 뜻을 알기에 고민하지만 결국 그는 실행하고 말 것이다.



분명히 이방원의 행위는 끔찍한 면이 있지만, 죽음과 생존이 칼날위에 서 있는 상황에서 그를 과연 비난만 할 수 있을까? 새삼 드라마를 보면서 많은 생각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과연 우린 옳음과 그름을 딱 잘라 말할 수 있을까? 어쩌면 선과 악은 동전의 양면처럼 서로 딱 달라붙어 있고, 우린 최선이 아니라 차악을 선택하며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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