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삐뚤어진 부성애 ‘시그널’

朱雀 2016. 2. 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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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4화를 보면서 몹시 분노하고 절망했다. 이재한 형사는 경기남부살인사건의 용의자를 쫓다가 실수로 잘못된 사람을 용의자로 경찰서에 넘기고 만다. 그리고 그는 조사를 받던 도중 갑작스럽게 사고로 사망하고 만다. 이는 이재한 형사에게 크나큰 마음의 짐이자 고통이 될 수 밖에 없다.



마침 그 시각에 또 다른 범죄가 저질러 졌기에 그 죄책감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그런 고난에도 그는 범인을 잡기 위해 최선을 하고, 마침내 자신이 쫓던 용의자가 95번 버스를 타고 도주했다는 추리에 이른다. 그러나 막상 버스기사는 그 시간에 버스를 탄 이가 없다는 거짓말을 하고 만다.






4화에서 반전은 알고보니 그 버스기사의 아들이 ‘범인’이었던 것. 버스기사는 아들을 끔찍하게 위했다. 어미없이 자란 것이 안쓰러워서 자신이 해줄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주었다. 그러나 자신이 아들이 부녀자들을 살해하고 다닌다는 사실을 알고나서 덮기에 급급한 모습은 시청자에게 참기 힘든 분노를 일으킨다.



그는 재수사가 이루어지자 유력한 증거를 가지고 있던 정경순을 살해하고 만다. 또한 아들이 잡힐 것을 염려해서 일부러 경기남부연쇄살인사건을 자신이 벌였다고 거짓자수까지 하게 된다. 그러나 결국 박해영과 차수현이 전기충격기를 찾아내고, 거기에 남겨있던 DNA를 찾아내 결국 진범을 밝혀내자 오히려 울분을 토한다.



‘충분히 죄값을 치뤘다’고. 그러나 그런 아버지의 울부짖음은 공감도 변명도 되지 않는다. 박해영이 지적한 것처럼 아무리 살인을 저질렀어도 그의 아들이 소중한 것처럼, 살해당한 이들 역시 가족이 있었고, 그들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족이었다.







게다가 버스기사의 아들인 이진형은 95번 버스에 탄 여자들을 아무런 이유없이 유희로 살해했다. 이는 용서받을 수 없는 끔찍한 범죄일 뿐이다. 분노에 찬 이재한이 버스기사의 집에 쳐들어와 우연히 본 이진형이 진범임을 즉각 판단하고 끝까지 쫓아가 결국 반신불수로 만들어 놓은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또 다른 피해자를 없애기 위한 예방조치였으니까.



이진형은 사건현장에 아무런 증거를 남기지 않았기에 잡을 수가 없다. 그러나 그는 누가봐도 앞으로 계속해서 잔인한 범죄를 일으킬 인물이다. 이재한으로선 도저히 다른 방법이 없었다. 게다가 이재한이 자수하겠다고 병원을 찾아갔지만, 아들이 경찰에 잡힐까봐 그냥 발을 헛디뎌 다쳤다는 식으로 말하면서 끝까지 아들의 범죄를 숨기는 버스기사의 말과 모습은 참으로 가증스럽기 그지 없었다.



아무리 부성애라고 해도 이건 변명이 되질 않는다. 그저 엄청난 이기심이라고 밖엔 할 말이 없다. 그가 만약 아들의 범행을 말했다면, 또다른 희생자는 나오지 않았다. 감추기 급급했기에 9명이 넘는 피해자가 나왔다. 피해자들의 희생은? 남겨진 가족들의 고통은 도대체 무엇으로 보상한단 말인가? 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 



‘시그널’ 4화는 범죄를 단순히 볼거리의 수준으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희생자들과 남겨진 가족들의 고통과 아픔을 절절히 그려내며 ‘이런 끔찍한 범죄는 없어야 한다’는 경각심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실로 절절한 한편의 드라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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