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맛기행

담백한 짜장면과 추억의 군만두, 공덕역 ‘여명’

朱雀 2016. 9. 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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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 떨어졌어요.’  처음 공덕역 근처 ‘여명’을 찾아갔을 때 들은 말이었다. 당시엔 ‘아쉽다’라고 생각하고 그냥 간짜장면을 시켜서 먹었다. 우리가 찾아간 시간은 점심때가 지난 오후 2시가 조금 넘었을 때로 기억한다. 그런데 우리 이후로 몇명 더 왔는데, 손님들은 그 말을 듣곤 (거짓말을 보태) 나라 잃은 표정으로 그냥 나갔다.


그런 모습을 보니 ‘아니! 도대체 여기 군만두가 얼마나 맛있길래?’라는 의문이 들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다음번엔 아예 좀 더 늦게 오후 5시쯤 찾아갔다. 그땐 군만두가 가능했고, 간짜장면과 군만두를 시켜서 먹었다. 어린 시절 나에게 군만두는 바삭하면서 쫄깃한 만두피와 한입 베어물었을 때, 기름기와 더불어 잘 익은 돼지고기가 잔뜩 들어간 만두소가 입안을 풍성하게 만드는 맛이었다.


그러나 요새 대다수의 동네 중화요리집은 냉동만두를 사서 쓰기 때문에 예전의 그 맛을 느끼기 어렵다. 그런데 '여명'은? 바로 추억의 그 맛을 눈앞에서 되살려냈다. 물론 여명의 군만두가 엄청나게 맛있어서 용이 승천하고 봉황이 날고, 텍사스 소떼가 초원을 질주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대신 수수한 추억의 맛은 손님을 즐겁게 하고, 하나 하나 먹을 때마다 줄어드는 만두개수에 아쉬움을 느끼게 한다. ‘여명’의 또 다른 특징으론 간짜장면을 들 수 있다. 희한하게 이 집의 짜장면을 먹을 땐 ‘담백하다’란 생각이 든다. 짜장면이 담백하다니! 이건 '운명의 데스티니'처럼 말이 안되는 이야기다.

이곳에선 자스민차를 차갑게 해서 내준다. 한여름에 마셔보곤 무척이나 반했더랬다.


그러나 아마 다른 이들도 여기서 짜장면을 먹는 다면 비슷한 느낌을 받을 것이라 여겨진다. 분명히 춘장을 웍에서 기름에 볶았을 텐데, 짜장면 특유의 느끼함을 별로 느낄 수 없다. 군만두와 마찬가지로 화려하진 않지만 짜장면치고 느끼함이 거의 느껴지지 않고 입안에 부드럽게 넘어가는 간짜장면의 식감은 정말이지 훌륭하다.


간짜장면은 몇번 먹었기에 이번엔 볶음밥을 시켜보았다! 볶음밥은 그냥 보기에도 밥알 하나하나가 잘 코팅된 것 같은데, 실제로 볶음밥만 먹어도 단맛이 확실하게 느껴졌다. 춘장소스에 슥슥 비벼먹으니 맛은 한층 깊어졌다. ‘여명’은 만두를 일일이 손으로 만들어낸다.


오전 11시부터~오후 10시까지 영업하며, 매주 일요일은 휴무이니 참고하시길.


그렇기에 운이 없으면 만두가 떨어져서 못 먹는 일이 발생한다. 중화요리집에서 담백함을 떠올리게 하고, 먹고 나서 더부룩하거나 느끼함이 없는 여명. 공덕역 근처에 올 일이 있다면 추천하는 중화요리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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