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영화홍보의 장으로 전락한 ‘무릎팍 도사’

朱雀 2009. 10. 15.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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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성유리가 <무릎팍 도사>를 찾았다. 이유는 이번에 개봉하는 <토끼와 리저드> 때문이었다. 지난주는 임창정이 <청담보살> 선전을 위해 찾았다. 따져보면 <애자>의 최강희, <불꽃처럼 나비처럼>의 수애, <내사랑 내곁에>의 하지원 까지. 벌써 두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 두번도 아니고 벌써 두달째 영화홍보를 위해 연예인들이 줄줄이 출연하는 <무릎팍 도사>에 짜증내는 시청자는 비단 필자뿐일까?

물론 그동안 TV에서 보기 힘들었던 연기자들이 영화홍보를 위해 <무릎팍 도사>를 찾고, 거기서 평상시 궁금했던 부분에 대해 과감하게 털어놓는 것은 시청자의 한사람으로서 반가운 일이다.

이를테면, 성유리는 원래 성격은 남성스러운데 ‘핑클’에서 순백의 여성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나름 최선을 다해 연기에 임하는데 항상 따르는 ‘연기력 논란’에 눈물 짓는다. 수애는 예능울렁증과 어려웠던 가정 형편을, 하지원은 천만 관객이 든 <해운대>의 김제균 감독과의 특별한 인연 등을 공개한다.

그러나 우린 또한 알고 있다. 그들이 <무릎팍 도사>를 찾은 이유는 오직 영화홍보를 위해서라는 사실을. 물론 이는 나쁜 게 아니다. 두 달 가까이 연기자들이 자신이 출연한 영화홍보를 위해 <무릎팍 도사>를 찾고, <무릎팍> 제작진에선 그동안 보기 힘들었던 연예인을 섭외할 수 있다는 사실에서 서로 윈-윈하는 정책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연예인은 아무래도 사생활이 일정 수준 노출되어 있다. 또한 그들은 이미지로 먹고 살아가는 직업이다. 따라서 그들이 아무리 솔직하려해도 결국 일정 이상의 고백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를테면 지금 누군가를 사귀고 있다면 말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당장 이미지에 영향을 끼치고, 인기가 급락할 수 있다. 그뿐인가? 상대방이 만약 연예인이라면 그 역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사실 <무릎팍 도사>는 연예인보다 다른 직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나왔을 때 더욱 감동적이었다. 한비야나 안철수가 출연한 예전 분량을 떠올려보자! 각각 구호와 사회를 위해 노력하고 남다른 비전과 행동력을 보여준 그들의 모습에선 배울 점이 너무나 많았다.

반면 연예인이 나오면 <무릎팍 도사>는 특성상 신변잡기적인 면으로 많이 흐른다. 어쩔 수 없다. 아무래도 시청자들이 궁금한 사항은 그가 연애하고 있는지, 어떤 과거가 있는지 등 좀더 시시콜콜한 지점에 있기 때문이다.

분량을 봐도 그렇다. 비연예인이 출연한 경우는 거의 2회 분량으로 나가는 경우가 많다. 반면 연예인이 출연한 분량은 1회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유는 내용의 충실함 때문일 것이다. 한비야나 안철수의 경우는 너무나 한마디한마디가 주옥같고 그들의 삶 자체가 ‘살아있는 교과서’라 제작진 측에서도 최대한 살려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반면 연예인들의 경우는 재미가 없거나, 이미지에 치명타를 줄 수 있거나, 다음 출연 게스트의 영화 상영 일정 등을 고려해 1회 분량으로 편집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무릎팍 도사>는 기본적으로 예능이고, 시청율에 목마를 수 밖에 없다는 사정은 인정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영화홍보를 위해 찾는 게스트들로 거의 두달째 진행하는 방식은 지극히 파행적이라 생각한다. 물론 목적이 그렇다해도 강호동과 제작진이 진실한 내면을 끌어내면 된다고 할 수 있지만, 그에 한계가 있다고 본다. 애초의 목적이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펼쳐나가는 게 아니라, 영화 홍보라는 목적에 집중되어 있다면 사실을 떠올려 본다면 말이다.

지금처럼 <무릎팍 도사>가 단순히 가십을 위해 연예인들만 받아들이는 형국은 자신의 수명을 좀먹는 행위라고 여겨진다. 오늘날 <무릎팍 도사>가 높은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것은 감동과 재미라는 두 가지 토끼를 잡은 탓이다. 연예인의 출연으로만 이어지는 현 상황은 결국 재미, 그것도 신변잡기성으로 흐른다면, 외면하는 시청자들이 늘어날 수 있다고 본다. 자신의 미래를 위해 <무릎팍 도사>가 앞으로 현명한 선택을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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