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왜 주연인 이요원과 김태희는 호평 받지 못하는가?

朱雀 2009. 11. 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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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방송되는 드라마 가운데 가장 인기와 화제를 끄는 드라마를 두 개만 꼽으라면, 40%대의 시청율을 기록하는 MBC드라마 <선덕여왕>과 30%대 시청율을 이번주에 기록한 <아이리스>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두 드라마에는 묘한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엄청난 인기와 화제에도 불구하고 각각 여자 주연인 이요원과 김태희를 향한 찬사는 없다는 것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어느 정도 지지와 성원은 있다. 그러나 고현정이나 이병헌만큼 그 지지는 열렬하지 못하다.

일단 이요원과 김태희가 열렬한 드라마 팬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호평을 사지 못하는 것은 절대 연기력 부족이다. 48화라는 긴 여정을 가는 동안 <선덕여왕>을 이끈 주된 동력은 누가 뭐래도 ‘미실’역의 고현정이었다. 그녀는 최초의 악역도전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도 해내지 못한 새로운 인물상을 창조해내는데 성공했다.

미실은 이전까지 여성 권력자와 판이하게 다른 인물이다. 그녀는 자신의 뛰어난 미모를 이용해 색공을 통해 20년동안 실질적으로 신라를 지배했다. 다른 여성 권력자들은 뒤에서 지배하는 것과 달리 그녀는 전면에 나서서 지배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때론 눈하나 까딱하지 않고 사람을 죽이는 소름끼치는 악덕과 치밀한 계산으로 덕만공주를 막다른 골목으로 밀어넣는 노회한 권력자의 그것을 보여줬다.

미실은 자기가 밀리는 순간에도 여유를 잃지 않았고, 때론 자상한 스승처럼 덕만공주에게 ‘정치’와 ‘권력’에 대해 알려주는 모습을 보여줬었다.

개인적으로 고현정의 연기력에 대해선 의문점이 있지만, 그녀가 미실로서 보여준 카리스마에 대해선 전적으로 인정하는 바이다. 물론 <선덕여왕>의 인기는 고현정 혼자서 만든 것은 아니다. 치밀한 대본과 잘 맞춰진 연출 그리고 조연들의 개성 넘치는 연기들이 어울려서 오늘날의 영광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러나 그 중심에 ‘미실’이 있었다는 사실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다.


드라마의 제목은 분명 <선덕여왕>이지만 신라를 지난 20년간 실질적으로 통치한 것이 미실이듯, 고현정은 <선덕여왕>이란 드라마가 40%대 시청율을 기록할 수 있도록 이끈 장본인이었다.

하여 50화에서 최후를 맞을 미실의 마지막이 궁금하면서도, 개인적으론 극중 최고 카리스마를 보여준 그녀의 하차 이후의 <선덕여왕>이 별로 기대되지 않는다. 마치 제갈공명이 죽은 이후의 <삼국지>는 별다른 재미를 느낄 수 없듯이, 미실의 하차이후 <선덕여왕>은 별로 기대되지 않는다.

드라마의 제목은 분명 <선덕여왕>이건만, 덕만공주역의 이요원은 항상 미실이란 거대 권력가 앞에서 온몸을 던져 투쟁해야만 했다. 국내 최고 여배우로 꼽히는 고현정과 일대일로 맞서는 이요원의 연기는 아쉬움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덕만공주의 이요원은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듯이 너무 단조로운 표정연기로 일관하고 있다. ‘이요원은 세 가지 표정 밖에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선덕여왕>의 주인공은 분명 이요원이지만, 항상 인기가 되고 화제가 되는 인물은 다른 인물이었다.


극초반엔 미실이 인기를 끌었고, 어린 덕만역의 남지현이 나왔을 땐 그녀가 인기를 끌었다. 이후 알천랑의 이승효-비담 김남길-김춘추 유승호 식으로 조연들의 인기를 끌었다. 조연들이 인기를 끈 것은 이전까지 드라마에선 없던 일이었다. 이는 알천랑이 전투신에서 마초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김남길이 들짐승 같은 이미지를, 꽃미남 유승호 등의 특강점의 탓도 있다. 결정적으론 중심이 되어야할 덕만공주역의 이요원이 매력이 없다는 탓도 빼놓을 수 없다.

물론 그렇다고 이요원의 연기력이 소위 말하는 ‘발연기’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워낙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보여주는 고현정이나 개성 넘치는 다른 조연들과 비교했을 때 이요원의 연기는 좋게 말하면 무난하고, 나쁘게 말하면 무색무취하다.

단언컨대 그녀만의 개성도 카리스마도 없다!

이번주에 30%대 시청율을 기록한 수목드라마 <아이리스>는 더하다. 김태희는 <천국의 계단>으로 눈도장을 찍더니, 그녀의 서울대라는 학벌과 뛰어난 미모가 화제를 일으키더니 어느새 톱스타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듯이 그녀는 이후 드라마와 영화에서 모두 흥행참패를 맛보았다. <아이리스>에 출현하기 위해 김태희는 지난 1년간 열심히 연기력을 닦아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시청자들은 1-4화까지 그녀가 보여준 제법 자연스러운 연기력에 호평을 보내고, 7-8화에서 보여준 눈물연기에 다시 호평을 보내줬다. 그러나 몇몇 이들이 지적한 것처럼 김태희가 7-8화에 보여준 눈물연기는 사실 국내 대다수의 여성 연기자들이라면 보여줄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다. 한마디로 호평을 받을만한 연기력은 아니라는 말이다.

유독 김태희가 보여준 평균적(?)인 연기력에 호평이 따르는 것은 아이러니컬 하게도 그녀가 이전까지 보여준 ‘발연기’덕분이다. 항상 무표정하던 얼굴표정, 감정이 실리지 않아 높낮이 없는 국어책을 읽는 대사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은 그녀가 보여준 약간의 변화에도 호평(?)을 보여주는 기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아이리스>에서 그녀는 분명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김태희는 안타깝게도 현재 김선화역의 김소연과 비교되는 형국이 되고 말았다. 5화까지만 해도 별다른 대사가 없이 김소연의 턱없이 낮은 출연에 안타까워 했던 내 입장에서 6화부터 늘어난 그녀의 분량은 환영할 만한 것이었다.


6화에서 김소연은 이병헌을 암살하기 위해 일본으로 왔다가 오히려 그에게 사로잡혀, 이병헌에게 서서히 애정을 느끼는 모습을 연기해냈다. 말도 안되는 점프컷과 대본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자신이 주어진 짧은 시간안에 그런 감정의 변화를 완벽하게 그려냈다. ‘연기는 이런 것이다’를 온몸으로 증명한 셈이다. 이는 평균적인 연기를 이제 선보이기 시작한 김태희와 자연스럽게 비교되면서 김소연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그뿐인가? 7-8화에서 김태희가 눈물연기를 보여주자, 8화에서 김소연 역시 눈물연기를 보여준다. 이병헌이 죽은 줄 알고 눈물을 흘리는 김태희와 달리, 김소연은 대본에 몇줄 써진 북에서 죽은 어머니와 동생들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린다. 김소연이 김태희보다 어렵다. 김태희의 경우는 지난 몇화동안 연인 이병헌과의 안타까운 사연이 영상화되고 구체화되었기 때문에 감정이입이 상당히 쉬운 편이다.

반면 김소연은 대본에 쓰여진 몇줄을 자신의 상상력과 감정으로 소화해내야 했는데, 그녀는 불과 5분도 안되는 시간안에 완벽하게 해냈다. 거기에 더해 자신의 눈물을 닦아주는 이병헌에 대해 묘한 표정을 보여줌으로써 더욱 어려운 상황을 연출해냈다.

물론 <선덕여왕>과 <아이리스>는 워낙 높은 화제를 몰고 있는 만큼, 주연인 이요원과 김태희는 분명 나중에 더 좋은 기회를 맞을 수 있을 것이다. 다른 프리미엄도 누릴 것이다. 그러나 자신들이 무엇이 부족해서 각각 조연인 고현정과 김소연에 자연스럽게 비교 당했는지 곰씹지 못한다면 발전은 없을 것이다.

<선덕여왕>과 <아이리스>를 보면서 아쉬운 것은 주연 여배우가 ‘연기력’이 아닌 뭔가 다른 기준으로 선택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는 것이다. 물론 연출진과 제작진은 ‘연기력’외에 이미지와 스타성을 고려해서 뽑은 것이겠지만, 시청자의 입장에선 쉽게 납득되지 않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각각 주연 여배우인 이요원과 김태희의 연기력이 도마에 올라가는 현 상황은 여러모로 현 국내 드라마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여겨진다.

다음 메인에 소개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11/09 네이트 메인에 소개되었습니다. 왼쪽 밑 이요원 사진이 이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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