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2009년 제일 불운한 여배우, 김민정

朱雀 2009. 11. 5.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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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어떤 배우를 보면 정말 ‘불운하다’란 말 밖엔 할 수 없을 때가 있다. 최악의 한해를 보내고 있는 김민정이 요즘 내가 그런 말을 하는 대상이다. 1990년 MBC 베스트극장 <미망인>으로 데뷔한 김민정은 올해 20년차 연기인이다. ‘발연기’논란이 이젠 자연스러운 연예계에서 미모와 안정적인 연기력을 갖춘 몇 안되는 보배같은 배우다.

그러나 2009년은 그녀에게 잔인하다고 밖에 할 수 없을 것 같다. 우선 만화가 이현세의 동명작품인 <공포의 외인구단>을 드라마로 리메이크한 <2009 외인구단>은 원래 20부작이 16화로 조기종영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게다가 오는 11/11일 방송예정이었던 <히어로>에선 결국 어깨부상으로 하차하는 비운을 맛보고 말았다.

먼저 <2009 외인구단>은 원작을 충실하게 영상화 했다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작품이었는데, 80년대 신파를 너무 그대로 재현한 스토리 전개와 어설픈 특수효과로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고 말았다. 종영 즈음에 다행히 어느 정도 회복해 10%대의 시청율을 회복하긴 했지만, 그땐 너무 늦은 상태였다. 당시 <2009 외인구단>에 출연자들의 연기력이 아까운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었으나, 특히 김민정은 너무 아까웠다.


그녀는 이현세의 전매특허인 청순가련형 엄지를 그대로 화면에 되살려놓았다. 비록 엉망인 이야기 전개였지만, 그 속에서 김민정은 대본에 없는 엄지의 세부적인 심리묘사를 통해 죽은 줄 알았던 오혜성과 자신을 끝없이 사랑하는 마동탁 사이에서 고민하는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부상으로 인해 하차한 <히어로>는 여러모로 안타까운 작품이다. 이준기는 여태까지 TV드라마 출연작이 대부분 잘 되었다. <마이걸> <개늑시> <일지매>까지. 흥행에 탁월한 감각이 있는 이준기가 주연을 맡은 <히어로>는 어느 정도 성공이 보장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작드라마의 고질적인 문제를 벗어나지 못한 <아이리스>와 유치함을 미덕으로 하는 <미남이시네요>사이에서, <히어로>는 얼마든지 다른 수요층을 끌어올 수 있다. 만약 이야기 전개가 훌륭하다면, 30%대의 시청율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그런데 그런 작품을 김민정은 어깨부상으로 놓치고 말았으니 안타깝기 그지 없다.

<2009 외인구단>의 실패 탓인지 김민정은 <히어로>에 유독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다. 석회화건염이 걸려 통증을 호소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어깨 인대쪽에 석회물질이 생겨 밤잠을 자지 못하고, 어깨를 들지 못할 정도면서도 김민정은 연기열정을 불태웠다. 그러나 결국 연이은 어깨부상으로 눈물을 머금고 하차할 수 밖에 없었다. 검색을 해보니 김민정은 부상으로 작품을 하차한 것이 이번이 세 번째란다.


첫 번째는 2003년 <천년호>때 낙마사고로 발목을 다쳐서 였고, 두 번째는 강풀 원작의 영화 <29년>에서 오토바이 타는 법을 배우다가 역시 발을 크게 다친 사고 때문이었단다.

김민정은 ‘여배우 기근’이라 불러도 국내 연예계에서 미모와 재능을 겸비한 보석 같은 배우다. <뉴하트>의 이지적인 의사와 <음란서생>에서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조선시대 팜므파탈까지. 김민정의 연기폭은 상당히 넓으며 또한 매우 깊은 내면의 연기를 펼치고 있다. 따라서 김민정은 작품운만 따라준다면 그 누구보다 대스타가 될 가능성을 농후하게 품고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천운이 따라주지 않아 인상적인 작품들은 몇편 가지고 있으나, 그녀를 대표할만한 혹은 출세시켜준 대작을 아직까지 갖고 있지 못하다.

부디 이번 부상을 이겨내고 낸 내년에는 꼭 대박 드라마나 영화에 출연하길 빌 뿐이다. 김민정, 그녀의 2009년의 불운이 내년에는 꼭 행운으로 바뀌길 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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