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이야기

2012 - 지금까지의 재난 블록 버스터는 잊어라!

朱雀 2009. 11. 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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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를 보고 난 지금의 기분은 ‘상상이상’을 봤다는 느낌이 일단 강하다. 롤랜드 에머리히는 ‘재난 블록 버스터’에선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최고의 감독인 듯 싶다.

외계인의 문명과 조우하는 <스타게이트>로 우리에게 참신한 충격을 주었던 감독은 이후 <인디팬던스 데이>를 통해 지구를 침략한 외계인과 이에 대항하는 미국인의 모습을 그려 전 세계적인 열광을 자아냈다. 이후 <고질라>를 통해 일본식 괴물을 나름 멋지게 미국식으로 변형시켰으나, 외면을 당하고 말았다.

그러나 멜 깁슨과 손을 잡은 <패트리어트>로 미국적 가치를 높이 들더니, 전 세계에 빙하기가 온다는 설정의 <투모로우>로 자신의 장끼가 ‘재난 블록 버스터’라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웠다.

재난 블록 버스터에서 주인공은 사람이 아니다. <투모로우>에서 전 세계를 뒤덮는 빙하기가 주인공이었듯, <2012>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지구종말’이란 거대한 스케일의 재난을 통해 볼거리의 극한을 추구해낸다.

어떤 면에서 <2012>는 <해운대>로 한국형 재난 블록 버스터를 세운 우리에게 마치 화답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한 것 같다. 개인적으론 <해운대>는 예산은 불과 1/10규모에도 못 미치지만 나름 <투모로우>와 비슷한 때깔을 뽑아냈다고 본다.

그런데 <2012>는 겨기서 몇 단계 진화해 보여줌으로써 오늘날 할리우드가 가진 상상력과 기술의 극한을 보여준 느낌이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관객은 <2012>를 보며 다른 것에는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오직 ‘지구종말’에 이른 지구상에 펼쳐지는 엄청난 스케일의 재난들을 본다. 한순간에 미국립공원인 옐로우 스톤이 화산으로 뒤덮이고, 거대한 세계의 도시들이 지진으로 무너지고, 거대한 메가 쓰나미가 전 세계를 뒤덮는 장관은 그 스케일 하나로 관객을 짜릿하게 만든다.


주인공 존 쿠삭의 가족이 아슬아슬하게 무너져내리는 도시 사이로 질주하는 모습에서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짜릿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또한 관객은 <2012>를 보면서 변화된 세계에 대한 미국의 인식을 읽게 된다. 전 세계에 닥친 멸망을 막기 위해 ‘현대판 방주’를 기존의 미국이나 유럽이 아닌 ‘중국’의 초밍계곡에 만들고, 미국의 임시수반이 된 장관이 ‘역시 중국은 대단해’식의 대사를 통해 미국이 얼마나 중국의 성장에 대해 내심 두려워 하는지 알게 된다.

그러나 동시에 분명 가장 중요한 이벤트가 중국에서 펼쳐지는데, 정작 중국의 지도층이 보이지 않고 미국인들이 상황을 주도해나가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할리우드의 한계를 읽게 된다. 또한 미국과 G8 정상외에 다른 나라 정상 들이 보이지 않는 면에서 할리우드가 가진 오만이 또한 읽혀지기도 한다(G8외엔 마치 나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2012>의 상영시간은 무려 157분에 이른다. 약 2시간 40분에 이르는 런닝타임 동안 관객은 큰 지루함없이 감상할 수 있도록 적절하게 배분되어 있다. 특히 지구를 휩쓰는 각종 지진과 해일, 화산폭발등의 재난은 자연 재해를 그대로 담아낸 듯 실감나며 큰 볼거리를 제공한다.


<2012>는 기존의 미국 블록 버스터들이 지닌 약점을 모두 가지고 있다. 자국민을 의식한 ‘가족’에 대한 소중함을 다뤘다던가, 마지막 장면에서 말도 안되는 이유로 빠진 위기상황에 빠져있는데 존 쿠삭의 영웅적인 행위로 모면하는 장면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키스로 마무리 짓는 영화의 엔딩은 손발이 오그라들 지경이다.

그러나 롤러코스터를 탄 듯 150분이란 긴 시간동안 눈요기감을 끊임없이 제공하고, 각종 과학적 근거를 대며 똑똑한 관객에게 나름 근거를 대는(물론 그래도 말이 안되긴 마찬가지지만) 모습 등은 나름 공감대를 형성하고, 우리 영화계도 ‘재난 블록 버스터’가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지 잘 보여주는 모범 사례라 하겠다.

그럴 분은 없겠지만 아무 생각 없이 157분 동안 즐기고 싶다면 <2012>는 상당히 괜찮은 선택이 될 것 같다. 오락영화로서 <2012>는 티켓값은 충분히 해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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