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시청자의 판타지를 자극하는 ‘카라 베이커리’

朱雀 2009. 12. 7.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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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 <카라 베이커리>에 대한 말들이 많아서 방송을 찾아보게 되었다. 결론은 ‘일단 재밌다’였다. 케이블 방송을 별로 보질 않아 함부로 말하기 그렇지만, 기획부터 진행까지 외국 프로그램 못지 않게 잘 짜여진 방송 프로라 여겨졌다.

일단 방송의 컨셉을 생각해보자. 한참 인기를 끌고 있는 아이돌 그룹인 카라가 빵집을 한다?! 이는 순정만화나 애니메이션 등에서 미소녀들이 운영하는 환상적인 가게를 일단 생각나게 한다. 만약 그런 빵집이 있고, 카라가 계산하고 서비스 한다면 당장 달려가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한다.

그런데 <카라 베이커리>의 담당 PD는 황당한 제안을 한다. ‘모든 것을 다 알아서 하라’였다. 당황한 카라는 고민 끝에 일단 대출을 받기 위해 은행에 가고, 거기서 처음 현실의 벽과 부딪친다.

카라의 다섯 멤버중 세명은 현재 미성년자라 대출불가. 결국 규리와 한승연만이 대출이 가능한데, 그들이 받은 돈은 합쳐봐야 겨우 6,500만원에 지나지 않는다. 한승연이 지적하지만, 그런 돈으론 강남의 땅 한평밖에 사질 못한다. 그 돈으로 가게를 구하고 오븐을 비롯한 집기를 마련하고 각종 공과금을 비롯한 모든 것을 해결해야 될 상황.


거기서 소녀들은 일단 시장조사라는 핑계로 유명한 한 베이커리를 찾아간다. 그리곤 막무가내로 시급과 월매출액을 물어보고는 빵을 시키지만, 빵은 다 나가서 대신 스파게티 등을 시켜 먹는다.

그런데 여기서 화면에선 절묘하게도 그들의 총자산인(대출금) 6,500만원에서 돈이 지출되는 것이 표시된다. 대출금에서 지출을 뺀 나머지 금액이 표시됨으로, 마치 액션 영화에서 장착된 시한폭탄 터지기까지 얼마 시간이 남지 않았음을 느끼게 한다. 물론 <카라 베이커리>는 장르가 다르기 때문에, 그 정도의 긴박감은 없다. 대신 순박하고 웃고 떠들고 노력하는 그녀들의 평화로운 일상과 달리 왠지 그 이면에는 그들의 ‘파산’이란 최악의 상황이 도사리고 있을 것 같은 위기감을 문득 문득 시청자에게 상기시켜준다.


<카라 베이커리>에 대한 시청자들과 언론의 관심은 주효한 듯 싶다. 1화에서 이들이 대출한 7천만원과 한승연과 규리가 건물을 보러 갔다가 70억짜리 건물주를 보고 한 농담처럼 한 이야기는 인터넷에서 엄청난 화제를 일으켰다.

그러나 여기서 잠깐 생각해보자! 장사를 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자신의 가게를 낸다는 것은 정말 죽기살기로 노력하지 않으면 망할 수 밖에 없다. 카라의 경우 그럴 수 있을까? 아마 일주일에 다섯 멤버가 하루라도 다 같이 모여 녹화할 수 있다면 그걸로 다행일 것이다.

실제로 카라의 멤버들은 매우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한승연과 규리는 각종 예능을 비롯한 방송에 나가야 하고, 구하라는 <청춘불패>와 <헌터스>에 고정출연하고 있다. 니콜은 <수의학개론>이란 대학생 생활프로를 찍고 있기 때문에 1화에만 잠시 얼굴을 비추고는 2화까지 참여하지 못했다.

당연하지만 그들은 아이돌로서 연예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일에 대해선 백지상태다. 그런 그들에게 실제 빵집을 열게 한다면? 아마 100% 망할 것이다.

<카라 베이커리>는 리얼을 표방했지만, 절대 ‘리얼’이 될 수 없다. <카라 베이커리>가 추구하는 방향은 귀여운 아이돌 그룹인 카라에게 ‘빵집차리기&운영’이란 미션을 던져주고 그들이 현실에서 겪는 좌절과 극복 등을 담아내는 것이다.


2화에서 잠깐 등장했지만, 6,500만원으로는 좋은 몫을 잡긴 어렵다. 결국 크라운 베이커리의 상무이사가 나서서 도와줘 상당히 좋은 2층 건물에 권리금 없이 월세 3백만 내는 파격가로 들어갈 수 있었다.

1화-2화에서 보여준 <카라 베이커리>는 웃음과 함께 우리의 현실을 느끼게 해준다. 카라는 인기 있는 걸그룹이지만, 그들이 은행에서 빌릴 수 있는 돈은 겨우 6,500만원 밖에 되질 않았다.

한승연과 규리는 함께 강남에 건물을 보러 갔다가, 70억짜리 건물주가 23살이고 아직 여자친구가 없다는 이야기에 (건물주가 이상형으로 꼽은) 한승연에게 ‘시집가라’고 농담삼아 말한다. 심지어 한승연은 한술 더 떠서 ‘날 드려야겠네’라고 한다.

물론 이런 이야기들은 100% 농담이지만, 동시에 불편한 지점이기도 하다. 부지불식간에 ‘돈만 있으면 인기 연예인과 사귀는 것도 가능하다’란 다소 위험한 생각을 할 수 있게끔 유도할 수 있다. 물론 <카라 베이커리>는 그것을 의도하지 않았고, 방송이 지향하는 것도 그건 아니지만 내용 전개상 그런 생각을 들게 할 수는 있다.


또한 당연한 일이지만 빵집을 차리고 운영하기 위해선 ‘돈’이 필요하다. 이 프로그램에서 하나부터 열까지 카라를 옭아매는 것은 돈이다. 따라서 <카라 베이커리>에서 필자가 염려스러운 부분은 ‘돈이면 무엇이든 된다’는 물질 만능주의를 주시청자인 10-20대들에게 자연스럽게 심어주지 않을까? 하는 부분이다. 이 부분은 제작진의 많은 고민이 필요한 지점으로 여겨진다.

방송을 통해 인기 아이돌로 부상한 카라답게 어디를 가나 많은 팬들이 그녀들을 방송 내내 따라다닌다. 심지어 이들은 2화에서 아직 빵집 장소도 구하지 않은 상태에서 알바생을 구한다고 여기저기 알리고 다니는 바람에, 남성팬들의 구름같은 관심과 인파를 동원하게 된다.

<카라 베이커리>는 겨우 2화밖에 방영되지 않았지만, 대중의 관심을 이끌어야 하는지 너무나 잘 아는 것 같다. 70억 건물주와 한승연의 연결(?)을 통해 뉴스거리를 제공했고, 2화에선 쥐를 무서워하지 않는 한승연의 모습과 빵집 알바를 구한다는 실제공고를 통해 남성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실제로 <카라 베이커리>는 카라가 면접을 통해 알바생을 고용할 계획이라니, 그것만으로도 하나의 커다란 이벤트이자 프로를 보는 재미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시청자들의 판타지를 철저하게 자극하는 리얼을 표방한 <카라 베이커리>의 내용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시청자의 한사람으로써 그저 흥미진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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