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소름끼치는 한예슬과 선우선의 연기대결, ‘크리스마스에’

朱雀 2009. 12. 1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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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겨우 4화밖에 방영되지 않은 <크리스마스에>는 벌써부터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금은 비록 <아이리스>에 밀려 겨우 7.8%(4회)밖에 기록하지 못했지만, 워낙 네티즌들의 평이 좋아 <아이리스>가 종영한 이후에는 큰 인기를 끌 것으로 기대된다.

<크리스마스에>는 괴물 배우군단이 포진해있다. 중견연기자인 천호진과 조민수 등은 워낙 탄탄한 연기로 젊은 배우들을 지탱해주고 있다. 또한 한예슬, 선우선, 고수 등의 주연층 역시 만만찮은 연기내공으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단숨에 집중시키고 있다.

여기선 그중 가장 불꽃튀게 대립하고 있는 한예슬과 선우선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먼저 한예슬이 맡고 있는 한지완역은 어린 시절 말성꾸러기 여고생이었다가, 우연한 사고로 수재인 오빠가 죽자 그 충격으로 집안을 나온 (비극을 간직한) 캔디형 인물이다.

한예슬은 다른 연기자에 비해 상당히 불리한 점을 하나 지니고 있었다. 바로 괴물급 연기자인 남지현이 바로 어린 시절을 연기했다는 점이다! <선덕여왕>에서 어린 덕만을 연기한 남지현은 고현정과 더불어 초반 시청율을 책임진 괴물 같은 연기자다. 따라서 그런 그녀에게 바통을 이어받는 다는 것은 욕을 먹지 않으면 다행일 정도다- 실제로 이요원의 경우 아직까지도 남지현과 비교당하면서 상당히 부당한 비난을 받을 정도다-

남지현이 연기한 한지완은 비록 말썽꾸러기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깜찍한 복수를 꿈꾸며, 차강진(고수)의 팬던트를 찾아주기 위해 한달넘게 강바닥을 뒤진 정이 넘치는 인물이었다. 남지현은 아직 아역인 탓인지 <선덕여왕>때와 연기톤이 비슷한 감은 있었으나, 자기식대로 한지완을 해석해 시청자의 공감대를 형성했다. 따라서 그런 남지현식 한지완에 길들여진 시청자들에게 한예슬이 어떻게 다가가느냐?는 상당히 쉽지 않은 문제였다.

한예슬은 여기서 한 가지 승부수를 띄웠다. 바로 자기식의 다시 ‘한지완’을 재해석한 것이다! 다행히 드라마상에서 한지완은 서울로 무작정 상경한지 8년이나 지났다. 따라서 이전과 상황은 변했고, 한예슬식의 한지완이 등장해도 시청자들에게 설득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했다.

한예슬의 첫 등장은 비참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녀는 약혼식장에서 오지 않는 약혼자 박태준을 기다리다가, 결국 오지 못한다는 전화를 받고 나서 일부러 씩씩한 목소리로 하객들에게 말한다. ‘다음엔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고 하겠다’고 그러면서 ‘감사합니다’란 말을 연발했다. 내가 놀란 것은 그런 씩씩하고 밝은 목소리로 사이로 엉엉 우는 듯한 그녀의 설움을 절절히 느낄 수 있는 탓이었다.


한예슬은 자신의 약혼식장에 어린 시절 사랑했지만 오빠가 죽은 불의의 사고로 인해 일부러 상처를 주고 헤어졌던 차강진(고수)와 다시 재회하게 된다. 둘은 서로 얼굴을 보고 이름을 듣는 순간 누군지 알았으나, 무슨 탓인지 내내 모르는 척을 한다.

그녀는 일부러 비를 맞으며 약혼식장을 빠져나와 걷다가 감기에 걸리고 만다. 그런 몸으로 일을 하고 심지어 강의에 청강생 신분으로 들어간다. 노교수의 입을 빌려 나오는 한예슬의 삶은 처절하기 짝이 없다. 자신의 힘으로 번 돈으로 대학을 다니고, 그러면서 어쩔 수 없이 휴학과 청강을 반복하면서도 학업에 대한 열의를 놓지 않는 그녀의 모습은 안쓰럽기 그지 없다.

게다가 수업 도중 감기 때문에 쓰러졌는데, 그녀의 자존심을 고려한 노교수가 ‘꾀병을 부린다’며 다른 학우들의 도움을 일부러 차단시키는 모습은 깊은 배려감과 더불어, 한예슬의 절절함이 묻어나오는 부분이었다.

<들장미소녀 캔디>처럼 어려운 환경속에서 자신의 인생을 개척해가는 한예슬의 극중 모습은 어떤 면에선 짜증을 불러일으킨다. 궁상 맞은 그녀의 모습이 보기 싫은 것도 있고, 다른 드라마에서 너무나 많이 봐온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예슬의 만만찮은 연기내공은 그녀의 코믹한 캐릭터인 ‘나상실’을 잊게 하고, <크리스마스에>의 한지완으로 거듭나게 한다.

한예슬의 약혼자인 박태준을 놓고 삼각관계를 이루는 선우선의 연기력은 처음부터 쇼킹했다! 그녀는 <크리스마스에>의 첫 등장부터 망가져서 등장했다. <하이킥>의 황정음처럼 망가지는 연기로 세간의 화제를 모으기로 작심했는지, 예쁘기 짝이 없는 자신을 스스럼없이 밑바닥까지 실추시켜 버린다.


선우선은 밤새 술이 떡이 되도록 마셔서 화려한 드레스 차림에 술이 깨지 않은 상태로 범서 건설이 시공중인 한 공사장에 난 사고현장으로 온다. 다행히 고수의 활약으로 다친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가려하지만, 격분한 고수가 와서 그녀를 실랄하게 비판하는 바람에 길길이 날뛰게 된다.

<크리스마스에>는 선우선이 연기하는 이우정의 과거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우린 그저 4화까지 진행된 상황을 통해 그녀가 박태준을 엄청나게 사랑했고, 그와 결혼까지 생각했으나 부모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는 것을 짐작만 할 수 있었다.

선우선이 연기하는 이우정은 철저히 자신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여성이다.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한가지에만 집착하고 나머지는 전혀 안중에 없는 인물이다. 우리가 흔히 재벌에 대해 가지고 있는 편견의 총집합체랄까? 그녀는 자신에게 항상 대드는 고수를 잘라버리고 싶어하지만, 워낙 공을 들여 스카웃한 인재라 쉽사리 자신의 뜻을 이루지 못한다.

자신의 아버지뻘인 경비원을 심하게 책망하다가 고수가 나타나 지적질을 하고 지나가자 난리법석을 벌인다거나, 디자인 3팀장이자 (어린시절부터 친구인) 서재현에게 자신이 정말 ‘자기밖에 모르는 안하무인형’인지 묻는 모습 등은 웃기면서도 그녀의 극단적인 감정형 인간이란 사실을 절절히 느끼게 해줬다.


고수의 말에 양심의 가책을 느낀 선우선이 -선우선은 약혼식날 자살소동을 벌여 박태준이 자신의 병실로 올 수 밖에 없게끔 만들었다- 한예슬을 만나는 장면은 실로 긴장감이 팽팽하게 느껴진 장면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한예슬이 손님인 줄 알고 반갑게 맞이했다가 ‘돈을 주겠다’는 말에 표정이 싹 변하는 장면에서 금방이라도 뭔가 폭발할 듯 긴장감이 돌았다. 그러나 실제론 기대했던 (한예슬이 선우선의 뺨을 때린다거나, 욕을 한다던가, 싸운다던가) 장면이 나오질 않아 조금 아쉬웠지만, 두 여성의 팽팽한 대립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선우선은 이제 겨우 4화밖에 나오지 않았는데, 기억나는 것은 그녀가 토하거나 술에 절어서 마스카라가 흉하게 번지도록 펑펑운 장면 뿐이다. 선우선은 그만큼 <크리스마스에>에서 센 역할을 하고 있다. 자기밖에 모르는 재벌 2세는 사랑도 자신맘대로 소유하려고만 하는 인물이다. 그런 인물이 결국 박태준이 ‘아버지에게 헤어지는 댓가로 돈을 받았다’라며 나설 때는 비참하게 서 있는 모습에서 연민을 자아냈다. 이후 회사일로 자신을 찾아온 고수에게 ‘하룻밤 같이 지내자’고 했다가 퇴짜를 맞고는 태준과 함께 살기 위해 마련한 집에서 커플컵을 깨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에서 그 어떤 멜로물 못지 않는 절절함이 묻어나왔다.

한예슬은 어떤가? 그는 선우선과 만남이후로 박태준이 자신을 버리라고만 생각한다. 그래서 일부러 박태준이 자신을 찾아왔을 때 “그래 가라! 붙잡지 않을 테니 가라!”고 했다가 술에 취한 그가, 빨간불에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차에 치일 뻔하자 무작정 달려나가 차 앞에 막고 선다.

그 순간 고수가 나타나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안자, 한예슬은 몹시 복잡하고 난감한 상황에 빠진다. 그것을 한예슬은 단순히 표정과 행동으로 고스란히 연기해낸다.

<크리스마스에>는 네 사람의 얽히고 설킨 애정관계로 인해 앞으로 많은 재미를 줄 것 같다. -예고편에서 그동안 고수를 재수없게 여기던 선우선은 매력을 느끼고 ‘찜했다’는 식의 대사를 날리고, 박태준은 한예슬에게 선우선과 헤어졌다고 고백한다- 고수의 팬던트를 간직해오던 한예슬이 버스정류장에서 잊어먹고, 찾는 벽보를 붙였다가, 고수가 이를 알게되고 어찌될지. 그저 궁금하다.

나를 비롯한 시청자들이 오늘날 <크리스마스에>에 푹 빠져 보게 된 가장 큰 이유중의 하나는 한치의 양보도 없는 한예슬과 선우선의 연기대결 탓이 크다고 본다.

각각 다른 매력과 개성으로 시청자에게 호소하는 두 여성배우들이 종방까지 멋진 모습을 계속 보여주길 기대할 뿐이다.


3화의 명장면 :두 주연배우가 마치한 컷에서 직접 대결을 펼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 박태준을 향한 사랑고백신


할 일 다 끝났으면 그만 좀 오지 태준씨. 나 되게 아퍼. 열도 나고 배도 아프고 머리도 아프고 가슴도 아프고. 나 일이 좀 생겼어요. 어떤 사람을 만났는데, 되게 되게 힘들고. 태준씨. 좀 와요. 좀 와줘요. 제발.

약혼식에 불참한 태준을 향해 빈전화기로 말하던 한예슬의 독백 가운데



사랑한다 우정아! 나 죽을때까지 너만 사랑할꺼다! 이세상 끝까지 너한텐 나밖에 없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로 널 포기하지 않을 거다.

선우선 - 박태준이 예전에 자신을 향해 한 사랑고백을 떠올리며 선우선이 크게 외치는 부분



다음 메인에 소개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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