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유이효과를 제대로 본 ‘샴페인’, 그러나...

朱雀 2009. 12. 13.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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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KBS 2TV에서 방영한 신동엽-신봉선의 <샴페인>은 겨울 방학 특집으로 ‘유이의 32강 이상형 월드컵’으로 꾸며졌다. 이날 방송엔 2AM(조권,창민), 유키스의 동호, 샤이니(온유-종현), 엠블랙, 가수 브라이언 개그맨 허경완, 한민관, 아나운서 전현무 등이 게스트로 참석해 그녀의 선택을 받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우선 시청률로만 따지면 <샴페인>은 지난 5일 방송보다 1.2% 상승한 8.5%로 일단 유이 효과를 보았다. 물론 동시간대의 <세바퀴>의 거의 17.5%에 달하는 시청률에 비하면 많이 처지지만, 그나마 한때 5%대까지 떨어졌던 상황을 생각하면 많이 나이진 것이라 할 수 있다.

<샴페인>에서 제일 인기있는 코너는 ‘이상형 월드컵’이다. ‘이상형 월드컵’은 32명의 멋진 연예인들을 붙여 초대 손님에게 고르게끔 하는 코너이다. 이것이 시청자에게 관심을 끄는 이유는 몇 가지로 간추려 볼 수 있다.


우선 특정 연예인의 취향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에겐 묘한 심리가 있어서 어떤 사람을 알게 되면 그의 이성취향을 알고 싶어하낟. 그리곤 상대가 이성일 경우, 그가 자신과 사귈것도 아닌데 자신과 같은 타입을 좋아한다면 괜히 좋아하게 된다.

하물며 그 대상이 인기절정의 연예인이라면? 어떤 면에서 ‘이상형 월드컵’은 하나의 말 만들어기 내기란 코너란 비난을 태생적으로 안고 갈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방금 지적한 사항 때문이다. 친한 주변인들의 이상형을 가지고 시시콜콜 말하기 좋아하는 우리에게, 특정 연예인이 어떤 연예인에게 호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대화의 화제감으로 이보다 좋을 수 있는 게 없다.

게다가 얼마 전부터 ‘이상형 월드컵’에선 사진으로만 특정 연예인을 내보내는 것도 부족해, 현장에 직접 후보선수(?)들을 불러내기에 이르렀다. 이번 특집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장동건-소지섭 처럼 섭외가 불가능한 인사를 빼놓고는 인기 절정의 아이돌들을 최대한 출동시켰다. 여기선 유이에게 선택을 받기 위해 초청된 연예인들은 그야말로 열과 성을 다한다.


감미로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심지어 허경환은 자신의 근육질의 몸매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애초에 <우결>이 탄생한 이유는 선남선녀인 연예인들이 가상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기 위해서였다. 애초에 <우결>은 마치 스포츠신문처럼 예쁘거나 멋진 연예인들이 가상부부로 살아감으로써 연예신문에서조차 다룰 수 없는 영역을 ‘리얼’로 보여준다는 데 의미를 둘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우결>은 예능이지 절대 리얼이 될 수 없다!

<우결>속에서 보여주는 연예인들의 티격태격한 사랑싸움은 어디까지나 설정이다, 재미를 주기 위한 연기일 뿐이다. 오늘날 <우결>이 시청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것은 상황이 주는 식상함일 것이다. ‘이상형 월드컵’은 <우결>보다 한발짜국 앞서가는 것은 ‘찌라시적’인 즐거움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우린 특정 연예인의 이상형 연예인이 누군지 알 수 없다. 물론 몇몇은 방송등에서 용기있게 밝히지만, 많은 수는 스캔들이나 다른 상황이 벌어질까봐 두려워서 밝히지 못한다. 그런데 ‘이상형 월드컵’은 32명이나 되는 이성 연예인을 쭈루룩 나열해서 그중에서 초대손님이 고를 수 밖에 없게끔 만든다.

더군다나 ‘상상찬스’는 그런 성적 판타지를 극대화시킨다. 유이의 경우 상상찬스를 쓰자, 그녀의 ‘머리를 감겨주며 키스를 하는 연예인이 누구냐?’는 상당히 원초적인 이야기를 끌어냈다.

또한 게스트중에는 조권이 포함되어 있다. 조권은 현재 <우결>에서 가인과 가상부부로 출연중이다. 같은 프로에 출연중인 유이와 조권이 ‘이상형 월드컵’에 나온다는 사실은 좀 멀리 뛰어나가면 마치 ‘가상 불륜’을 보여주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기도 한다. 물론 <우결>은 예능 프로이며, 조권과 가인은 부부도 아니고 사귀는 사이는 더더욱 아니다. 그러나 이런 설정등은 묘하게 인간 심리를 자극하며 ‘조권 너도 그런 남자구나’하는 생각을 무의식중에 하게 된다.


유이도 그렇고 초대된 게스트들도 그렇고, 그들이 <샴페인>에 출연해 유이의 선택을 받기 위해 애쓰는 것은 처절한 생존의 몸부림이다. 오늘날 아이돌을 비롯한 연예인들은 최대한 예능 프로에 출연해 이름을 알리는 것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버렸다.

개그맨도 아닌 이들이 ‘개인기’라는 이름 하에, 성대모사를 하고 허무개그와 몸개그를 하는 등의 모습은 이제 방송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가수가 노래가 아니라 춤으로 승부를 거는 것도 부족해, 개인기와 몸개그로 승부를 거는 시대인 것이다.

유이는 애프터스쿨의 일원이지만, ‘애프터스쿨’이 어떤 그룹인진 몰라도 유이는 유명한 이상한 상황이 발생한 것은 유이가 예능 프로 출연을 통해 떴기 때문이다.

아이돌들이 유이에게 이성적인 관심은 접어두고 선택을 받기 위해 난리 법석을 떠는 것은 그 과정을 통해 시청자에게 깊은 각인을 남기고 자신의 연예인 생명을 연장시키는데 일조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상형 월드컵’은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해당 연예인과 게스트들의 여러 가지 비화를 드러낸다. 유이는 연습생 시절 자신의 남자친구가 자신을 배반하고 다른 연습생과 사귀었다는 비화는 물론, 오소녀 시절 사무실에서 밀어낼 뻔 했다는 이야기까지 공개했다.

또한 우린 유이의 ‘이상형 월드컵’ 과정을 통해 그녀가 쌍꺼풀 없는 남자에 호감을 가지고 있으며, 빅뱅의 대성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맨 마지막에 비가 선택됨으로써, 유이의 이상형 연예인이 비라는 사실과 더불어, 그에게 수줍게 영상편지를 보내는 유이를 통해 찌라시적인 만족감을 얻게 된다.

즉, 유이는 비를 좋아하며, 어쩌면 비와 유이는 나중에 사적으로 둘이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상상까지 하면서 말이다. ‘이상형 월드컵’은 어떤 면에서 없는 스캔들까지 만들어내며 화제를 모으는 코너라고 할 수 있다. 스포츠 연예신문이 떠도는 루머를 모으는 정도라면, 어떤 면에서 ‘이상형 월드컵’은 없는 루머를 만들어내는 수준이라고까지 할 수 있다.

필자가 ‘이상형 월드컵’에 대해 불편한 시선을 지니는 것은 바로 이 대목에 있다. 예전에 짝짓기식의 예능은 선남선녀 연예인을 서로 잠시 사귀게 해, 그들이 벌이는 애정행각을 통해 대리만족을 줬다. <우결>은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가상부부’를 통해, 좀더 센 대리만족을 느꼈다. ‘이상형 월드컵’은 거기서 한발자국 더 나아간다.

<우결>은 특성상 몇몇 연예인 커플밖에 만들 수가 없다. 그러나 ‘이상형 월드컵’은 매주 인기 절정의 연예인들을 불러내 32명의 멋진 이성 연예인을 늘여놓고 그들에게 선택하길 강요한다. 그를 통해 특정인의 이상형을 집어내도록 해서 대중의 호기심을 충족시킨다. 그 과정에서 그의 아픈 비화나 예전 연애과거를 듣는 것은 ‘덤’인 것이다.

어쩌면 우린 예능이나 재미라는 이름 하에, 연예인들에게 가상 연애도 부족해 실제 연예관과 이성관을 털어놓게 만드는 폭력적인 방송을 보며 즐거워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다음 메인에 소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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