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선덕여왕>의 숨은 공로자, 천명공주는 훌륭했다!

朱雀 2009. 6. 18.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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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명공주는 쉽지 않은 역할이다. 어린 시절엔 내내 미실궁주의 위협때문에 허약했고, 사랑하는 남편을 미실의 음모로 잃으며, 복중태아를 살리기 위해 거짓으로 출가한다. 이후 국선 문노를 찾아 여래사까지 내려가고, 거기서 덕만을 만나 여러 가지 일을 겪으면서 내적 성장을 이루게 된다. 미실과 덕만은 어느정도 '완성형'인간이라면, 천명공주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하는 현실의 우리와 많이 닮아있다. 그런 탓에 신세경이 보여준 연기는 비록 몇몇 군데서 지적할 부분은 있지만, 꽤 괜찮았다고 본다. 미실과 덕만이 오늘날처럼 인기를 끈데는 그녀의 공로가 적지 않다. 또한 천명공주는 <선덕여왕>의 앞으로의 전개와 재미에 상당한 키를 가진 인물이라 여겨진다. 미실과 끊임없이 대적하고 미래의 태종무열왕인 김춘추의 어머니로서 활약이 기대되는 부분때문에.

드라마 <선덕여왕>은 6월 16일 현재 29.7%로 30%가까운 시청율을 보이며 인기리에 방영중이다. <선덕여왕>이 현재 인기를 얻는 데 1등 공신은 단연 미실역의 고현정이라는 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생애 최초의 악역을 맡은 그녀는 주변의 불안을 비웃기라도 하듯, 특유의 온화하고 선한 인상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자신의 욕망과 사악함을 드러내며 독특한 아우라를 만들어냈다. 어린 덕만의 남지현이 등장하기까지 그녀는 원톱으로 <선덕여왕>을 이끌어 왔다.

그리고 두 번째 남지현! 어린 덕만역을 소화한 그녀는 장안의 화제를 몰고 왔다. 연기학원을 제대로 다녀본 적도 없다는 14살의 아가씨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였다. 그녀의 열연에 후일 이요원의 등장을 걱정하는 목소리까지 나왔을 정도다.

그렇지만 나는 여기서 상대적으로 별로 빛나지 않았던 천명공주역의 신세경을 거론하고 싶다. 1990년생인 그녀는 쉽지 않은 역할을 맡았다. 천명공주를 살펴보자. 그녀는 주변에서 북두칠성의 8번째 별인 계양성의 주인공으로 ‘미실과 대적할 운명’을 지닌 자로 여겨져 왔다. 덕분에 미실은 어렸을 때부터 그녀를 경계하고 놀렸다(한마디로 가지고 놀았다). 원래 품성이 착하고 여린 그녀는 미실에게 대적할 생각을 일찌감치 제치고 자신이 사랑하던 용수공과 결혼했다(자신의 신분은 성골에서 진골에서 내릴 정도로. 물론 어느 정도 정치적인 계산도 있긴 했지만).

그러나 용수공이 진평왕을 돕기 위해 나서고 태자가 되려하자, 미실은 가차 없이 전쟁터에서 암살해버린다. 졸지에 남편을 잃은 천명공주는 복중 태아를 지키기 위해 거짓으로 승려가 된다. 원수를 갚기 위해 국선인 문노를 찾아 세력을 키우려 하던 그녀는 우연히 덕만을 만나게 되고 그녀의 행동에서 감회를 받아 변화하게 된다.

그리고 8화에선 그토록 무서워하던 미실에게 담판을 벌여 아버지 진평왕도 이루지 못했던 김서현 일가를 서라벌로 끌어 들여 어느 정도 세력을 구축한다.

천명공주의 행적을 대충 정리해봤다. 위에서 보면 알겠지만 신세경이 맡은 천명공주 역할은 연기하기 쉽지 않은 캐릭터다. 비록 왕실출생이지만 미실궁주의 위세에 눌려 내내 허약하게 지내다가 여러 가지 사건을 겪으면서 성장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미실의 경운 드라마 상에선 절대권력을 지닌 악당이다. 덕만의 아역은 그저 선머슴아 연기를 하면 된다(단순화 시키면). 고현정과 남지현이 맡은 역할은 그 전형성 때문에 기존에 참고할 수 있는 것들도 많고 특정 모습만 보여주면 어느 정도 성공이 보장된다. 반면 천명공주는 다르다.

그녀는 무력한 황실여인에서 자신의 아기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여인의 모습을 연기해야 했다. 철없는 시절부터 사랑하던 남편이 전쟁터에서 죽은 뒤 처절하게 슬퍼하는 모습을 연기해야 했고, 이후 문노를 찾기 위한 여정에서 비록 승려로 위장했으나 고난에 처할 때 공주 특유의 한계를 보여줘야 했다. 덕만과 이런 저런 일을 겪으면서 내적 성장이 이뤄지는 면도 보여줘야 한다.

물론 미실과 덕만의 연기도 쉽진 않다. 그러나 천명공주역은 두 주인공에 미치진 못하지만 <선덕여왕>이 이후 인기를 끌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역할이다. 자신이 예언의 주인공이라 생각하고 죽을 힘을 다해 미실과 대적하지만 후일 자신이 아니라 덕만이 주인공이고, 그녀가 여왕이 되는 모습을 지켜보는 모습을 그려내기위한 전초를 그려내야 한다. 신세경은 매우 다면적이고 인간적인 캐릭터인 천명공주를 맡아 훌륭하게 임무를 수행했다고 평가한다.

우린 모두 모차르트가 되고 싶지만, 대부분은 살리에르가 될 수 밖에 없는 운명이다. 덕만을 모차르트에 비유한다면, 천명공주는 살리에르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가 <아마데우스>를 감명 깊게 본 건 살리에르의 고뇌와 아픔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천명공주는 <선덕여왕>의 살리에르다! 그녀는 복잡한 인간의 심리를 제대로 그려내야만 주인공들이 빛날 수 있는 중요한 임무를 띄고 있다. 그러면서도 역할상 그녀는 돋보일 수 없다. 그런 어렵고 막중한 임무를 신세경은 수행했다. 물론 발성을 비롯한 몇몇 부분에서 불안했고, 어색한 장면도 여럿 보였다.

그러나 그녀는 아직 얼굴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편치곤, 꽤 훌륭히 자신의 임무를 수행해냈다. 8화를 끝으로 <선덕여왕>에서 그녀를 보진 못하겠지만, 곧 개봉할 <오감도>에서 그녀의 새로운 연기를 기대해보련다.


7월 9일 개봉예정인 <오감도>. 현대의 에로스적 사랑을 그린 작품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본문에 포함된 캡처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6/19 다음 메인에 소개되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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