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열전

악몽 같은 한해를 보낸 전지현과 윤은혜

朱雀 2009. 12. 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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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엔 전지현에게 꿈과 희망이 깃든 한해였을 것이다. 비록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분명 오랫동안 기다렸던 할리우드 진출을 <블러드>로 시도했기 때문이다. <슈퍼맨이었던 사나이>(2007)년 이후 2년만에 야심차게 준비한 <블러드>는 그러나 재앙급 성적표만 남기고 전지현에게 씻을 수 없는 오명만을 남겨주었다.

<블러드>는 제작비만 약 500억이 투자된 대작이다. 그러나 국내에선 겨우 10만 관객을 조금 넘는 흥행을 보였고, 미국에선 개봉당시 98위로 100위권에 턱걸이했고(미국극장수익 약 540만 달러), 원작의 나라인 일본에서조차 참패를 했다.

물론 작품의 실패는 전적으로 영화를 만든 감독에게 우선 있다. 그러나 주연을 맡은 전지현은 연기력과 상관없이 최악의 평가를 당할 수 밖에 없다. ‘주연’이니까. 물론 고난이도 와이어 액션을 소화하고 (비록 교차상영이지만) 미국 흥행에 도전한 점등은 분명히 높이 평가할 만한 부분이다.

그러나 데뷔 10년차가 넘는 여배우가 아직까지 자신을 대표할만한 작품을 갖지 못한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본다. 물론 전지현에겐 <엽기적인 그녀>가 있긴 하다. 하지만 이는 정극에서 약간 벗어난 코미디물이며, 이제 30대에 들어서는 왕성한 나이의 그녀가 (가지고 있는 이름값에 비해) 이렇다할 작품이 없다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여겨진다.

전지현은 드라마와 영화를 다 합쳐 총 10편 정도 밖에 출연하지 않았다. 이는 무슨 핑계를 대더라도 절대 작품수가 부족하다. 또한 한국을 대표한다는 그녀의 이름값과 광고를 통해 소비되는 이미지는 이제 거의 바닥이라고 해도 좋다. 오늘날 대한민국엔 국내 스크린과 TV드라마에 출연하며 이름값을 높이는 여배우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처럼 본인의 이미지만 지키기 급급하다면, 전지현의 몰락은 이제 예고된 것이나 진배없다고 본다.

<아이리스>에 김태희가 용감하게 출연해 자신의 이름값을 높인 것처럼, 전지현도 이제 외국 대작에서 눈을 돌려 국내 작품에 가급적 많이 출연해서 흥행성과 연기력을 보충해나가는 작업이 절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악몽같은 한해를 보낸 여배우로 윤은혜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아가씨를 부탁해>의 제작발표회가 있을 당시만해도 사람들의 기대는 무척 컸다. 그도 그럴 것이 윤은혜는 여태까지 출연한 드라마가 실패한 적이 한번도 없었다. 비록 <아부해>가 제작여건상 촬영이 늦어져 2년이란 공백이 있었지만, ‘흥행불패’ 윤은혜의 신화가 깨지리라고 생각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 <궁>(2006), <포도밭 그 사나이>(2006), <커피프린스 1호점>(2007) -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상황은 돌변했다. <아부해>는 일단 대본 자체가 엉망진창이었다. <꽃남>보다 늦게 제작된 탓에, ‘먼저 기획이 되었으니 아류작은 아니다’라는 식으로 윤은혜는 말했지만, <꽃남>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일단 대본이 형편없었다.

거기에 더해 똑똑히 들리지 않는 윤은혜의 발음과 ‘발연기’라는 말이 튀어나올 정도로 어설픈 연기는 시청자들에게 혹독한 지적질을 당해야만 했다. 물론 윤은혜에게도 억울한 구석은 상당 부분 있다.

우선 <아부해>는 모든 상황이 윤은혜를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덕분에 같이 주연급으로 명기된 윤상현과 정일우 그리고 문채원도 큰 활약을 펼칠 수가 없었다. 게다가 <내조의 여왕>에서 그대로 빌려온 윤상현의 캐릭터와 처음에는 부드럽고 이해심 많다가 점차 ‘찌질남’이 되어버리는 이태윤(정일우)은 시청자가 극에 몰입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더욱 큰 재앙은 출연분량에서 비교가 안되는 문채원에게 눌린 형국이었다. 문채원은 비록 조연급으로 등장했지만, <바람의 화원>과 <찬란한 유산>에서 놀라운 연기력을 선보였다. 그런 탄탄한 연기력의 소유자가 적은 분량에도 워낙 열연을 펼쳐 비교대상이 되면서 시청자들에게 놀림감이 되는 최악의 상황까지 벌어졌다.

게다가 상대역인 윤상현과 터진 스캔들 기사는 낮은 시청율을 의식한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시청자들의 의심의 따가운 눈초리를 사며 더욱 힘든 시기를 보내야만 했다. 결국 <아부해>는 19% 나쁘지 않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끝냈지만, 주연인 윤은혜는 혹독한 평가와 더불어 치유하기 힘든 상처만을 남겼다. 물론 윤은혜는 주변의 이런 냉대어린 시선에도 불구하고 결과를 담담하게 받아들여, 오히려 깊은 울림을 남겼다.

전지현과 윤은혜에게 일단 부탁하고 싶은 것은 다른 것에 신경쓰지 말고 최대한 많은 작품에 출연하라는 것이다. 오늘날 연예계는 시시각각 변하고 있으며 한효주-손예진-한지민-문채원 등등 헤아릴 수 없는 여배우들이 점차 부상하고 있다. 따라서 기존의 자신의 가치를 믿고 앉아 있다가는 세월과 후배들에게 밀려 잊혀질 수 밖에 없다.

자신들이 올해 받은 혹독한 평가가 눈물나게 억울할 수 있겠지만, 결국 배우란 작품으로 승부하는 게 아니겠는가? 지금의 부진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방법은 흥행여부를 떠나 ‘괜찮다’고 생각되는 작품에 출연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본다. 오직 그길만이 자신들의 연기생명을 담보하는 길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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