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홍어마니아가 된 해리가 불쌍한 이유

朱雀 2009. 12. 23.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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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방송된 <하이킥> 73화에선 신애의 음식을 걸핏하면 빼앗아 먹는 해리의 버릇을 고치기 위한 고군분투가 그려졌다. 준혁은 어느날 신애를 못살게 구는 해리의 못된 버릇을 고치기 위해 마침 집에 선물로 들어온 홍어를 쓰기로 한다.

신애한테 ‘신애야 맛있는 거야. 먹어’라고 말만 하면, 해리는 나타나서 번번히 홍어가 들어있는 각종 음식들(피자, 케잌등등)을 먹어대다가, 결국 준혁의 계획과 달리 홍어마니아가 되고 만다.

보면서 웃기기도 했지만, 한편 씁쓸하기도 했다. 우선 씁쓸해진 이유는 최근 몇화에서 눈에 띄게 사이가 좋아진 해리와 신애의 사이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탓이었다. 벌써 70화가 넘었지만 여전히 신애를 괴롭히는 해리의 모습은 시청자의 한사람으로써 매우 짜증나는 상황이다. 그 둘의 관계에 뭔가 변화가 생겼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기도 하다.


두 번째는 해리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전혀 이해를 하지 못하는 오빠 준혁 때문이다. 준혁은 해리의 친오빠다. 그러나 해리에겐 무관심하기만 했다. 물론 거기엔 해리의 탓도 있다. 너무 제멋대로에 주변 사람들에게 걸핏하면 ‘빵꾸똥꾸’라고 외치는 기센 아이인 해리에게 정을 주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도 준혁은 해리의 오빠다! 친오빠라면 해리의 버릇을 고치기 전에 왜 해리가 그런 행동을 하는지 한번쯤 고민해봐야 하지 않았을까? 73화에서 해리는 신애에게 가는 음식을 빼앗고자 홍어가 들어있는 각종 음식을 마다하지 않는다. 물론 해리가 식탐도 있고 욕심도 있는 탓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오빠인 준혁이 자신이 아닌 신애에게 애정을 보이는 게 결정적인 이유다.

해리는 그동안 <하이킥>에서 그려졌지만 외로운 전형적인 도시아이다. 물론 해리는 할아버지가 중소식품업체 사장인 탓에 집안은 넉넉한 편이다. 그러나 가족 식구들이 전부 바쁘고, 다들 자기일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탓에 변변한 관심조차 받아보지 못하고 있다(한마디로 애정부족 상태다).

일전에 해리는 의좋은 세경-신애 자매를 보고 너무 부러운 나머지 세경을 ‘내꺼야’라고 하며 빼앗으려는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벌였다. 얼핏 보면 말도 안되는 행동이지만, 세경을 갖고 싶어할 만큼 ‘애정’에 굶주려 있는 것이다.

내가 보기에 해리의 행동은 ‘나한테 관심 좀 가져줘. 준혁오빠! 신애만 이뻐하지 말고 나도 좀 예쁘게 봐주고, 맛있는 것도  좀 줘!’라고 투정하는 것처럼 보인다.


준혁은 분명 멋있는 녀석이다. 학교에선 짱이면서도 주먹으로 누군가를 괴롭히지 않고, 의협심이 강하다. 또한 주변에서 누군가 어려운 일을 당하면 먼저 돕지 않고는 못 견디는 성격이다. 그러나 그는 결정적으로 자신의 친동생인 해리에게 살갑지 굴지 못한다. 가사도우미인 세경을 좋아하고, 어려운 처지인 신애는 귀여워 하면서도 말이다. 한마디로 친오빠로선 빵점인 셈이다.

해리가 먹는 것에 그토록 집착하는 것은 마음이 헛헛해서가 아닐까? 물론 한참 성장기인 탓에 식탐도 있고, 신애를 괴롭히기 위해 아구아구 먹는 것도 있겠지만, 자신의 마음 속 채워지지 않는 빈 구멍을 먹는 걸로도 채우려는 몸부림으로 내겐 보였다. 그래서 어린 아이 답지 않게 코를 톡 쏠 정도로 삭힌 홍어를 맛나게 먹는 해리의 모습이 왠지 슬프게 보였다.


-더 답답한 건 어제 그러니까 22일 방통위에서 해리의 행동을 고치라고 제작진에 권고조치를 내린 사실이다. 다행히 김병욱 PD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해리야! 아무도 널 이해해주지 않는 현실이 참으로 답답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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