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하이킥’의 비밀병기, 유인나

朱雀 2009. 12. 24.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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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하이킥>을 보고 있노라면 눈에 띄는 처자가 한명 있다. 바로 유인나다. 유인나는 그동안 황정음과 함께 김자옥네 하숙집에 사는 처녀로 좋게 말하면 황정음의 조언자이고, 나쁘게 말하면 겉절이 캐릭터로 머물러 있었다.

황정음이 처음 등장할 당시 그랬지만, 유인나도 그닥 호감이 가지 않는 인물이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세경이 신애를 잃고 헤맬 때, 도와주겠다고 광수와 함께 나서서는 오토바이를 타고 좀 돌아다니다가 날씨 좋다고 그 길로 월미도로 회먹으러 간 장본인 탓이었다.

그동안 인나는 청순글래머 신세경과 떡실신녀 황정음에 밀리고, 출연분량도 얼마 되지 않아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았었다. 그런 인나가 얼마전부터 슬슬 눈에 띄기 시작했다. 가장 최근 시청자에게 우선 눈도장을 찍은 것은 황정음-줄리엔등과 함께 수영장에 간 에피소드였다. 비키니를 입은 인나의 몸매가 정음보다 훨씬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의외의 글래머 몸매를 드러낸 유인나.

그 다음엔 인나는 광수와 더불어 한 에피소드를 책임졌다. 돈도 떨어지고 쌀도 떨어진 광수-인나 커플은 허기를 달래기 위해서 마트 시식 코너를 간다. 그곳에서 팀장인 김한석을 만나는데, 그는 첫눈에 인나에게 반하고 만다.

그래서 만두와 쌀을 비롯한 사은품을 챙겨주기 시작한다. 인나는 김한석에게 별다른 관심은 없지만, 경제적 사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석을 만나러 몇 번 마트에 간다.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인나의 미모에 반한 마트 팀장이 따라붙는 걸 안 광수는 무척 기분 나빠한다. 그러나 당장 먹을 것이 없는 사정에 인나는 하루만 데이트 해주면 한달치 사은품을 준다는 한석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마음 같아서는 한석의 제안을 거절하고 싶지만, 워낙 경제적 능력이 없는 광수는 울며겨자먹기로 그녀를 보내준다. 그리고 한달내내 광수는 밥만 먹고 반찬을 먹지 않는다. 마지막 남은 자존심이라면서...


영화 <은밀한 유혹>을 떠올리는 에피소드에서 인나는 경제적인 사정 때문에 자신이 별로 관심이 없는 마트팀장 한석을 만나는 역할을 멋지게 수행해냈다. 경제적인 사정 때문에 마음에도 없는 만남을 하는 인나의 모습은 88만원 세대의 비애를 느끼게 하기도 했고, 영화를 패러디해 웃음을 주기도 했다. 또한 꽃미남 김범을 두고 정음과 불꽃 튀는 경쟁을 벌이는 에피소드에서도 특유의 통통튀는 매력을 잘 발휘했다.

그뿐인가? 어제 방영한 74화에선 가계약한 집을 못 팔게 하기 위해 ‘미친 여자’로 분해, 귀신을 보는 처녀역을 한 정음 못지 않은 훌륭한 연기를 선보였다. 하숙집 주인인 김자옥은 드라마 전개상(?) 황정음에게 우수연기상을 줬지만, 필자의 눈엔 오히려 인나의 연기가 훨씬 눈에 들어왔다.


그동안 짧게 감초형 캐릭터로만 나오던 인나의 비중이 최근 늘어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고 여겨진다. 우선 그동안 <하이킥>에서 돋보이던 인물은 누가 뭐래도 신세경-황정음이었다.

특히 황정음은 ‘떡실신녀’라는 캐릭터로 강한 인상을 남겨주었다. 또한 그녀 특유의 애교와 털털하면서 과장된 행동은 황정음이란 캐릭터를 시청자의 뇌리에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자기주장 강하면서 옷 잘입는 황정음은 오늘날 젊은 여성들의 패션아이콘으로까지 떠오른 상태다.

그러나 한가지 황정음에겐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바로 지난 4개월간 그녀의 이미지가 너무 지나치게 소비되었다는 점이다! 생각해보자! <하이킥>은 일주일에 무려 5번이나 방영한다. 황정음은 게다가 토요일엔 그동안 <우결>에서 연인 김용준과 가상부부로 출연했는데, 그녀의 캐릭터는 <하이키>과 별반 차이가 없다. 그리고 일요일엔 <하이킥>이 재방송된다. 그뿐인가? 온갖 인터넷 사이트에선 <하이킥>이 연결되고, 제공되며 무한반복 소비되고 있다.

황정음이 <하이킥>에서 선보이는 캐릭터는 매우 ‘세’다. 술을 잘 마시지도 못하면서 떡실신되고, 특유의 과장된 몸짓으로 애교를 떠는 황정음은 그만큼 눈에 잘 들어오지만 그만큼 질리기도 쉽다. 최근 황정음을 보고 있노라면 특별히 이전보다 못하는 게 없는데 뭔가 점점 ‘예전만 못하다’라는 생각이 든다. 이건 황정음의 잘못이라기 보단 비교적 긴 시간동안 그녀의 캐릭터를 보면서 시청자의 한 사람인 내가 ‘물렸다’라고 보는 게 합당할 것 같다.


아마 김병욱 PD는 이런 것을 예상한 것이 아닐까? 120화란 긴 호흡으로 가야 하는 작품에서 후반부에 <하이킥>의 신선함을 채워주고, 신세경과 황정음 못지 않은 매력발산을 해줄 여자출연자로 유인나를 미리 점찍어두고 그동안 일부러 많은 분량을 주지 않은 듯 싶다. - 하긴 주고 싶어도 초반에는 신세경과 황정음을 띄워야 하니 많은 분량을 허락할 순 없었던 듯 싶다.

여하튼, 맹하듯 하면서도 자신의 할말을 똑 부러지게 하는 신세대 여성이자, 이기적인 몸매와 준비된 스타라 할만한 연기력까지. 유인나의 다음 활약이 무척 기대되는 대목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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