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선우선에게 밀리고 있는 한예슬

朱雀 2009. 12. 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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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에>를 보고 있노라면 여자 연기자에선 단연코 선우선이 돋보인다. 일단 그녀는 과감하고 거침이 없다. 선우선이 연기하는 이우정은 이전의 여성들과 사뭇 다르다!

우선 그녀는 인간적이다! 자신이 원하는 사랑을 갖기 위해 기꺼이 약혼식날 일부러 손목을 그어 박태준이 자신의 병실에 올 수 밖에 없도록 만든다. 선우선은 이우정을 연기하기 위해 망가지는 것도 옷을 벗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고 있다.

2화에서 첫 등장한 선우선은 밤새 술을 마셔서 맛이 간 상태로 흉하게 마스카라 번져서 등장했다. 그 이후로도 선우선은 술에 떡이 되도록 취해 <하이킥>의 황정음 못지 않게 망가져서 등장했다. 고수를 유혹하려다 퇴짜를 맞고 비참해지기 까지 한다.

그러나 선우선은 유쾌한 캐릭터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고수를 짜르네마네 소리치지만, 이내 그의 거친 매력에 반해 ‘계약커플’을 하자고 말할 만큼 저돌적이고 통통 튀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한 사람을 사랑해서 기꺼이 바닥까지 쳤다오고,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이 다른 사람(고수)의 컴퓨터 파일을 지우는 범죄를 저질렀는데도 눈감아주는 극히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자신의 속내를 전혀 숨김없이 풀어내는데, 참 이상하게도 거부감이 들거나 밉게 느껴지지 않는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이는 <크리스마스에>의 이우정이 어느 정도 매력적인 캐릭터인 까닭도 있지만, 워낙 선우선이 연기를 잘하고 있는 탓이 큰 탓이라 여겨진다.


반면, 한예슬이 연기하는 한지완이란 캐릭터는 너무 무겁다. 그녀는 어린 시절 자신의 첫사랑인 차강진(고수)의 소중한 팬던트를 찾아주려다 오빠가 죽은 끔찍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때 일로 받은 충격에 어머니마저 자기가 대신 죽었어야 되었다는 엄청난 이야기를 듣고는 끝내 가출을 할 수 밖에 없는 극단적인 상황에 몰리고 말았다. 한예슬은 이전까지 ‘비운의 여주인공’보다는 통통튀는 매력의 소유자로 분했다. 전작인 <환상의 커플>의 나상실역이 대표적이다.

물론 한예슬의 연기도 꽤 좋긴 하다. 다만 너무 한지완이란 캐릭터가 가진 슬픔과 오빠의 죽음을 등에 멘 ‘무거움’ 때문에 빛을 발하기 어려워보인다. 게다가 산청에서 한의원을 하는 아버지곁에 떠나 굳이 서울에서 고생하는 그녀의 현 상황은 동정심이 가면서도 또한 답답하게 작용되는 설정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유로 한예슬은 <크리스마스에>에서 선우선에게 밀릴 수 밖에 없는 처지다.

게다가 사랑에 있어서도 한예슬은 너무 소극적이다. 자신의 약혼자가 자기 대신 다른 여자를 찾아갔는데도 크게 화내지 못하고, 첫사랑 차강진(고수)를 만나고도 원죄인 오빠의 죽음 때문에 머뭇거리는 그녀의 모습은 애통하기보단 갑갑함을 먼저 자아낸다.


반대로 선우선은 어떤가? 그녀는 자신의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거는 승부사다. 비록 박태준과 실패하긴 했지만, 끝까지 자신의 사랑에 책임질 줄 아는 여성이다. 또한 새롭게 끌리는 차강진에게 ‘아직 내 마음속엔 박태준이 일곱, 차강진이 셋이다’라고 솔직히 털어놓으며, 그 모든 방에 차강진으로 채우고 싶다는 노골적인 사랑고백을 할만큼 몹시도 멋진 여성이다.

한지완이란 캐릭터의 어두움에 눌려있는 한예슬과 좀처럼 TV드라마에서 찾기 힘든 색다른 재벌 2세의 매력을 보여주는 선우선. 지금처럼 진행된다면 <크리스마스에>의 종방쯤에는 선우선과 한예슬의 위치가 역전되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이우정도, 이우정을 연기하는 선우선도 멋지기 그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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