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이야기

'해운대'와 '차우'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朱雀 2009. 6. 19.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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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이 넘는 제작비를 들인 한국형 재난영화 <해운대>. 거대 쓰나미가 해운대를 덮친다는 설정을 기초해 제작되었다. 대형 재난을 맞이한 인간들이 어떤 드라마를 연출하고, 거대 쓰나미를 어떻게 생동감있게 그려낼지가 '관건'인 작품이다. 그러나 이런 재난 영화는 태생적으로 '볼거리'에 치중되어 드라마가 약화되기 쉽다. 따라서 관객에게 어떻게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제시하면서, 동시에 부산을 뒤덮는 거대 해일의 위용을 그려낼지 어려운 숙제를 지니고 있다. 여러 가지로 난제를 가진 <해운대>는 성공한다면 한국 영화에 새로운 획을 긋게 될 것이다. 그러나 실패하면 가뜩이나 어려운 한국 영화계에 거대한 악재가 될 수 있는 양날의 검이다.


매년 그렇듯 올 여름에도 블록 버스터가 극장가를 강타할 예정이다. 6월 24일 변신 로봇물인 <트랜스포머>가 외화 최초로 ‘1천만 관객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할리우드의 무차별 공습이 예고된 가운데, 놀랍게도 한국형 재난 블록 버스터인 <해운대>와 식인 멧돼지와의 사투를 다룬 <차우>역시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먼저 <해운대>! <해운대>는 우리 나라의 대표적인 해수욕장의 이름을 빌려왔다. 우리에게 친숙한 곳, 즉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곳에 거대한 쓰나미가 몰려온다는 가정 하에 그려내 작품은 ‘쓰나미’가 영화의 주인공인 만큼 얼마나 어느 정도로 실감나게 그려낼 것인가?가 일단 큰 관건이다.

<투모로우>등의 할리우드 재난 블록 버스터를 보면 알겠지만, 이런 류의 영화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어마어마한 자연재해를 어떻게 거대한 스케일로 잡아내서 ‘관객에게 볼거리를 선사하냐?’가 가장 큰 과제다. 할리우드 재난 영화를 훑어보면 화산을 다룬 <단테스 피커>, 엄청난 폭풍을 그려낸 <퍼펙트 스톰>, 운석 충돌을 다룬 <아마겟돈>과 <딥임팩트> 등을 들 수 있다. 자연재해는 물론이요, 심지어 외계의 운석까지 다룬 것을 보면 할리우드가 얼마나 볼거리에 신경을 썼는지 짐작하는 대목이다.

이런 재난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특별한 악당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 상대기 때문에 인간은 이런 재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펼치는 수밖에 없다. 가장 최근작인 <투모로우>를 살펴보면, 할 이야기가 오죽 없었는지 동물원의 늑대를 풀어 주인공 일행을 쫓는 장면까지 삽입했다. 말이 되고 안되고가 문제가 아니라 그만큼 이야깃거리가 없다는 반증이 될 것이다.

이런 재난 영화의 가장 큰 관건중에 하나는 ‘근거 있는 구라’를 까야 한다는 사실이다. 현대인들은 각종 과학정보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덮어놓고 “그냥 갑자기 엄청난 해일이 일어났어”라고 했다간 외면당하기 십상이다. 뭔가 과학적인 근거를 찾아내야 한다.


<해운대>의 참고모델이자 비교대상이 될 수 밖에 없는 할리우드 블록 버스터 <투모로우>. 지구 온난화로 갑작스럽게 빙하기를 맞는 지구의 모습을 그려낸 작품은 거대한 해일을 비롯한 자연 재해와 지구 북반구가 순식간에 빙하로 덮이는 거대한 스케일을 영상으로 표현해 극장을 찾은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영화의 전반부는 갑작스런 빙하기에 대한 설명으로 점철하고 해일과 허리케인등으로 엄청난 재해를 입는 대도시의 모습을 잡아냈다. 후반부는 아들을 구하러가는 아버지의 여정을 그려내며 '드라마'적인 요소에 신경썼으나, 역시 볼거리에 치중한 나머지 드라마적 구성은 몹시 허약한 단점을 가졌다. <해운대>의 가장 큰 고민도 이와 비슷하리라 본다.

<투모로우>를 보면 주인공이 기상학자라 국제학술회의에서 전 세계 곳곳에서 이상 징후가 보인다고 일장 설명을 하고, 세계 곳곳의 연구소와 관측소에서 각종 이상 징후를 탐지하고 계산하는 등에 적지 않은 시간을 소모한다. 이는 보다 긴장감을 고조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관객에게 그럴 듯한 밑밥을 던지기 위한 포석이다.

그렇다면 <해운대>는? 일단 예고편을 보면 박중훈이 관련 학자로 나와 왜 부산의 해운대에 거대 해일이 덮치는 지 이론적인 근거를 댄다. 영화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진지한 얼굴로 상당히 그럴 듯하게 이론을 대야 한다. 안 그랬다간 관객에게 외면을 받을 것이다.

두 번째로 CG부분이다. <투모로우>에 참여한 팀이 투입된다는 뉴스를 보았다. 문제는 제작비 규모일 것이다. 우리나라 돈으로 몇천억원이 투입되는 할리우드와 우린 제작비에서 애초에 게임이 안된다. 우린 그 몇십분의 1 예산으로 제작하는 만큼 국내 CG업체들의 노력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다행히 국내 CG관련업체들의 수준은 거의 세계적이다. 외국 스튜디오에선 국내 업체들이 빠른 시간안에 수 많은 작업을 해내는 것을 보고 감탄사를 보낸다. 물론 이걸 마냥 좋다고 할 수 없지만.

현재 나온 예고편을 보았을땐 상당히 사실적인 영상을 보여주는 것 같다. 그러나 모든 장면을 CG로 처리할 순 없다. 배우들이 등장하는 장면은 세트등을 꾸며서 할텐데, 규모의 크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마지막으로 감독의 연출력 부분이다. 윤제균 감독은 우리에겐 <두사부일체><색즉시공>등으로 친숙한 이다. 코미디에서 강세를 보인 그는 <낭만자객>과 <1번가의 기적>으로 나름 ‘의미있는 코미디’를 시도했다가 실패한 경력이 있다. 그의 장기는 일상의 소소함을 끌어내 자신만의 화법으로 코미디화 한다는 데 있다. 과연 그는 자신의 장기와 블록 버스터의 위용을 동시에 이끌어 낼 수 있을까? 한반도를 삼켜버릴 거대 해일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거기에 덤으로 출연배우들의 생사를 건 모험을 그려내야 하는 부담을 안은 그의 행로는 험준하게만 보인다.

<차우>는 국내에서 드문 ‘괴수물’이다. 이쪽은 <해운대>와 달리 국내에서 이미 봉준호 감독이 <괴물>로 어느 정도 길을 뚫어놓았으나 갈길이 만만치 않긴 여기도 마찬가지다.

변종 식인 멧돼지와 인간의 사투를 그린 <차우>. 국내에서 드물게 괴물이 등장하는 괴수물이 될 것 같다. <해운대>보다 규모는 작지만, 역시 거대한 괴물과 인간의 대결을 그려내야 한다는 점에서 만만치 않은 작업을 요구한다. CG와 모형 등으로 배우와 마주해야할 식인 멧돼지를 보고 얼마나 실감나게 연기를 벌야야 하겠는가? 아울러 거대 식인 멧돼지를 어색하지 않게 영상에 표현해야 하는 점도 어려운 문제다. 또한 쫓고 쫓기는 아슬아슬함과 인간과 멧돼지의 신경전도 그려내야 하는 점등에서 난제가 수두룩한 작품이다. 과연 개봉때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와 걱정이 교차하는 부분이다.


<차우>는 <해운대>와 달리 과학적 근거가 그다지 필요 없다. 관객이 원하는 것은 괴물이 어떻게 주인공일행을 위협하고 그들이 사투 끝에 ‘승리’를 거머쥐게 되는지 기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차우>는 배우들의 연기도 연기지만, 거대한 식인 멧돼지를 어떻게 그려낼지가 가장 큰 문제다. 흔히 우린 ‘돼지’라고 하면 뚱뚱하고 느릿느릿한 움직임을 연상하기 쉽다. 그러나 멧돼지는 그리스-로마 신화에 등장할 정도로 강력한 힘을 지닌 야생동물이다. 일반(?) 멧돼지에게 받혀도 대부분 중상을 입기 때문에, 영화속 괴물은 더욱 무시무시해야 한다.

괴물의 외모와 움직임은 아마 산속이라 많이 감춰지고 연출이 될텐데 가장 걱정이 되는 부분은 역시 CG다. 살아있는 생물은 빛의 난반사가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현재의 최신기술로도 현실의 ‘그것’과 가깝게 묘사해내기가 불가능하다. 그런 탓에 할리우드 최신 영화들을 보아도 일부러 전체적인 해상도를 낮춰서 사실감을 높이려 한다. 해상도가 높으면 높을 수록 실제 배우와 너무 다른 톤으로 화면에 보이기 때문이다. 영화 ‘괴물’에 등장한 괴물의 경우, 동작임이 다소 느린 편이었지만, <차우>의 식인 멧돼지는 그와 비교도 안되게 빠르고 강력한 힘을 보일 것 같다. 봉준호 감독이 <괴물>에서 최대한 현실에 가깝게 그린 것과는 대비되는 대목이라 여겨진다.

<차우>의 감독은 <시실리2km>를 연출한 신정원이다. 재밌게도 윤제균 감독의 <낭만자객>과 <색즉시공>을 영상감독으로 함께 작업했던데, 두 사람이 각각 블록 버스터 국내 여름 극장가를 달굴 예정이라니. 참 재밌는 부분이다.

<해운대>와 <차우>는 모두 국내 영화에 흔치 않은 블록 버스터를 표방한 작품들이다. 둘다 배우가 아니라 각각 ‘쓰나미’와 ‘식인 멧돼지’가 주인공인 만큼 이들을 ‘얼마나 사실적으로 그려 내느냐?’가 가장 큰 관건이다. 또한 아무리 그들의 등장과 행동이 사실적이라도 ‘볼거리’에 치중한 나머지 ‘드라마’를 소홀히 한다면 좋지 않은 흥행성적을 거두게 될 것이다(이건 할리우드 블록 버스트들이 이미 여러 가지 면에서 예시를 보여주었다).

날로 기업화 거대화하는 한국 영화산업의 도전이 어떻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만약 두 작품이 성공하지 못한다면, 가뜩이나 위축된 국내 영화산업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부디 사실성과 이야기를 동시에 잘 잡아내 국내 관객에게 호평받는 한국형 블록 버스터의 성공 사례가 되길 빌어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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