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소시 2집, 15만장이나 팔릴만 한가?

朱雀 2010. 1. 31. 07:00
728x90
반응형



 

지난 28일 소녀시대의 정규2집이 발매되었다. 선주문만 약 15만장! 오늘날 대다수가 음원을 다운받아 듣는 시대에서 CD가 15만장이나 팔렸다는 사실은 소시의 파워를 입증하는 중요한 대목이라 하겠다.

필자도 궁금한 나머지 2집을 구매해서 들어보았다. 그리고 ‘15만장이나 팔릴만한 앨범인가?’라는 부분에 상당한 회의를 갖게 되었다.

일단 타이틀곡인 ‘오!’를 생각해 보자! ‘오!’는 선정성 논란을 빼놓고 노래만 놓고 보아도 별로 매력적이지 않다. 일명 ‘후크송’이란 최근의 대세를 따져보아도 딱히 귓가에 남는 멜로디나 부분이 없다. 한마디로 소시의 타이틀곡으로 보기엔 여러모로 부족하다.

이런 다소 함량미달로 여겨지는 ‘오!’가 타이틀 곡으로 밀게 된 이유론 대다수 네티즌들이 지목하듯 올해 있을 월드컵과 동계올림픽을 겨냥한 탓인 듯 싶다. 치어리더 복장을 하고 나와 찍은 뮤직비디오는 누가 봐도 올해 응원가로 불리기 위해 밀었다고 밖에 할 말이 없을 듯 싶다.

좋다! 소시 2집엔 ‘오’만 있는 게 아니니, 다른 곡들을 살펴보자. ‘SHOW SHOW SHOW'는 흥겁긴 하지만, 그다지 매력이 없다. ’뻔&FUN'은 가야금을 이용한 초창기 연주는 제법 선선하지만 이후론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멜로디의 연속이다.

‘영원히 너와 꿈꾸고 싶다’는 발라드풍으로 그럭저럭 들어줄 만 했다. ‘웃자’는 전형적인 댄스풍으로 흥겁긴 하지만 역시 뭔가 2% 아쉬웠다. ‘화성인 바이러스’는 남녀의 다른 연애심리를 잡아낸 노랫말이 제법 재밌긴 했다.

‘카라멜 커피’는 제시카와 티파니의 매력적인 보이스 컬러가 돋보이는 곡이었다. 8번째인 ‘별별별’에 이르러서야 앨범을 산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소시 멤버들이 돌아가면서 부르는 ‘별별별’은 어딘가 애처롭고 서러우면서 슬픈 듯한 호소력이 돋보이는 곡이었다.

'무조건 해피엔딩‘은 유로팝을 드는 기분이었고, ’좋은 일만 생각하기‘는 평이한 수준이었다. 2집에 수록된 곡은 총 12곡이지만, 11번은 ’GEE' 12번은 ‘소원을 말해줘’로, 실제적으로 10곡이 수록되어 있다고 봐야겠다.

 

2집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들은 지금 드는 생각은 과연 이 앨범이 ‘12,500원의 값어치가 있느냐?’하는 것이다. 정가는 무려 15,300원이다. 아마 앨범을 사는 이들은 알라딘, 예스24등의 온라인 사이트를 이용해 할인된 값으로 구매했을 것이다. 그래도 12,500원은 적은 돈이 아니다.

물론 순수한 팬의 입장이라면 그리 아깝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열광적인 팬이 아닌 일반 대중의 입장에서 소시 2집은 ‘돈값을 못한다’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위에서 나름대로 간단평을 내렸지만, 딱히 귀에 남는 곡이 없다. 물론 오늘날 걸그룹이 횡행하는 시대에서 한 앨범에서 한두곡만 건져도 다행이란 사실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비록 미니앨범이 활성화되어 있긴 하지만, 정규앨범을 더 쳐주는 우리네 분위기에선 일단 꽉꽉 채워 내는 게 능사라는 덴 동의한다. 짧은 시간 안에 최대한 밀어내야 하는 입장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그건 기획사의 사정이지, 일반 구매자인 소비자가 고민해야 될 부분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소시 2집을 사면서 보람(?)을 느낀 것은 정규앨범이 아니라, 소시의 귀엽고 발랄한 모습이 찍힌 가사집(?)과 지관통에 동봉된 포스터 그리고 윤아의 모습이 찍힌 카드(무작위로 주는)였다.

이걸로 위안을 삼는 스스로를 보면서 씁쓸한 미소를 띄우지 않을 수 없었다. 걸그룹이 홍수를 이루는 오늘날, 아이돌이 TV 가요계를 지배하는 세상에서 ‘음악성’은 잊혀진지 오래라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래도 최소한 소시정도라면 원더걸스 못지 않은 후크송을 들려줘야 하는 것 아닌가?

아니 다른 걸그룹은 넘어가도 이전 소시의 곡인 ‘GEE'와 ’소원을 말해봐‘를 생각해보자! 원더걸스가 미국진출을 한 이후 소시는 ’GEE'를 통해 매력적인 가사와 멜로디를 선보이며, 단숨에 국민여가수 그룹으로 등극했다.

비록 앨범 컨셉 등은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소원을 말해봐’도 소녀들의 매력 포인트를 잘 짚어내고, 노래와 가사 모두 귀에 남는 게 있었다. 허나 이번 앨범은 어떤가? 한마디로 소시만의 개성이나 특징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저 어디선가 들어본 듯 익숙하고 그저 그런 느낌뿐이다. 딱히 귀에 걸리는 부분도 입에 착 달라붙는 가사도 없다.

 

단번에 15만장이나 팔아치운 앨범의 곡들이라고 보기엔 한마디로 ‘밋밋하기 그지없다’. 소녀시대가 상업성은 전면에 내세운 그룹이며, 기획사인 SM사가 그녀들을 내세워 돈벌이에 나서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건 좀 심하지 않나 싶다.

소시의 이번 앨범은 몰개성과 그냥 그저 들을 만한 곡들로 이뤄낸 평균 이하의 앨범이다. 소시의 이번 앨범이 15만장이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오직 그동안 네임밸류와 팬들의 열렬한 성원 덕분이다’는 게 필자의 결론이다.

이런 식의 앨범 판매가 곤란한 것은 우선 가요계의 질적 하락을 도모하는 데 있다. 소시의 이번 앨범이 성공하면 ‘소시급의 그룹은 앨범이 별로라도 팔리는 데 하등의 문제가 없다’라는 선례를 남기게 된다. 이런 경우 어떻게든 소속 그룹을 띄워 앨범 판매에만 골몰하게 분위기를 부축일 것이고, 이건 그대로 국내 가요계의 ‘질적 하락’이란 부메랑으로 되돌아 올 수 밖에 없다.

 

또한 이건 ‘소시’자체에게도 좋지 않은 일이다. 많은 이들이 지적하지만 과연 소시의 소속사는 소시를 얼마나 생각하고 있는지 이번 앨범을 들으면서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다른 멤버들은 제쳐두어도 태연-제시카등은 보컬로서 상당히 매력이 있는데, 그녀들의 그런 매력을 전혀 살려내지 못했다. 그뿐인가? 각 멤버들의 보이스 컬러의 개성을 전혀 살려내지 못하고 몰개성으로 그저 ‘오빠’만 외치면서 삼촌팬들만 겨냥하는 이번 앨범의 지독한 상업성은 소시란 그룹의 생명력을 급속도로 깎아먹을 수 밖에 없다.

소시는 작년 한해 다른 걸그룹보다 더 바쁜 일정을 소화해냈다. 필자가 얼마전 슬쩍 본 (공개된) 일정을 보니 잠잘 틈은 있는지 걱정스러울 정도로 바빴다. ‘GEE'나 ’소원을 말해봐‘는 차마 명곡이란 말은 못하겠지만, 소시만의 개성과 특징이 잘 묻어나느 소시표 곡들이었다.

물론 소시 멤버중에 작사-작곡이 되는 싱어송라이터가 없으니 작품성은 담보할 수 없다 쳐도, 외부 작곡가와 작사가를 잘 영입해 신경을 썼다면 지금보다 훨씬 완성도 있는 앨범이 나오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다.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이번 앨범은 무성의하기 짝이 없다.

 

소시의 이미지와 재능이 지금처럼 낭비된다면 소시는 과연 얼마나 더 걸그룹으로써 수명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 의문스러울 따름이다. 원더걸스 이후 최고의 걸그룹으로 등극한 소시의 정규 앨범 2집을 그저 CD가 보너스이고 화보집이 주인 상품으로만 생각해야 되는 현 상황이 씁쓸하기 그지 없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