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방송된 <청춘불패>에선 이보다 재미없을 수 없는 퀴즈대결을 보여주었다. <청춘불패>는 유치리에 ‘아이돌촌’을 만들고 하나씩하나씩 장만해가는 재미를 보여주고 있다.
그중 백미는 소(푸름이), 닭(청춘, 불패)등이 들어올때마다 지분을 놓고 벌이는 퀴즈대결이다. 다른 예능프로와 마찬가지로 퀴즈대결에선 어이없거나 뜻밖의 대답들이 나와 시청자를 웃겨줬었다.
처음 맛뵈기로 한 호박을 영단어로 (각자) 한글자씩 쓰는 퀴즈에선 pumpkin을 pempinn으로 써서 즐거움을 선사했다. 허나 ‘녹색식물이 빛에너지를 이용해 이산화탄소와 물로부터 유기물을 합성하는 작용?’이란 본 문제에 대해 써니가 뛰어나와 순식간에 ‘광합성’이라 적어버려 긴장감이 사라졌다.
세 번째 문제인 ‘채소나 과일 이름이 들어간 그룹명 혹은 연예인 이름을 세명을 3초안에 대시오’라는 문제에 대해 번개같이 튀어나간 유리는 ‘바나나걸, 자루, 파파야’를 대며 한번에 맞춰버렸다. 덕분에 자막이 ‘쏴아’라고 지나갈 만큼 썰렁해졌다. 물론 이를 무마(?)하기 위해 유리가 이미지를 생각지 않고 개다리춤을 춰서 웃음을 주긴 했지만 말이다.
네 번째 문제는 산수문제로 ‘상추밭 비닐하우스에 티아라, 브아걸, 시크릿 전멤버 함께 있다가 선화와 효민이 나가고, 현아와 카라가 들어왔다가, 하라와 현아가 유치개그를 짠다고 나갔습니다. 곧이어 유리와 써니를 뺀 소녀시대 멤버들이 들어왔다! 남은 사람은 몇 명?‘이었다. 뜻밖에도 백지공주 선화가 23명을 맞춰 신선한 느낌을 줬다. 게다가 승부의 세레모니로 쩍벌댄스를 춰 즐거움을 줬다.
마지막 문제는 ‘과일 혹은 채소 이름이 들어간 영화 혹은 드라마 제목을 3초 안에 세 개 이야기하기’였다. 이번에도 유리가 당당하게 나와 단번에 맞출 기세였다. 심지어 ‘한번에 맞춰도 되요?’라고 물을 정도였다.
그리고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포도밭 그 사나이-토마토’를 말하며 퀴즈를 맞춰버렸다. 유리가 마지막 문제를 맞췄을 때 자막들은 모두 제작진의 고충을 토로하는 것들이었다. ‘분위기 싸아’나 ‘재미없게 또 정답!’ ‘방송 분량은 어찌됐던 신난 유리’등은 이번처럼 너무 단번에 출연자들이 퀴즈를 맞췄을 경우, 일정 방손분량을 뽑아내야하는 제작진의 남모를 고민을 그대로 드러내는 대목이었다.
결국 이번 퀴즈대결로 상추의 지분은 유리가 갖게되었지만, 필자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흔히 예능 방송에선 퀴즈나 대결을 가지고 ‘조작 논란’이 참 많이 벌어진다.
대표적인 경우가 <1박 2일>의 복불복 퀴즈와 <패떴>의 참돔 논란이 되시겠다. 필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런 퀴즈대결은 조작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본다. 물론 사람이란게 감정의 동물인지라, 갑작스런 상황에 직면하면 당황해서 아는 문제도 틀릴 수 있지만, 한두번도 아니고 그런 식의 상황이 반복된다면 그건 아무래도 조작을 의심해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조작은 상관없다’다! 나는 논란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본다, 그리고 거기에 대응하는 방송사와 제작진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리얼 버라이어티’는 ‘리얼’을 내세우지만 절대 리얼일수가 없다! 대중의 취향이 바뀌면서 이젠 예전의 정통 코미디극은 통하지 않는다. 하여 등장한 것이 <개콘>으로 대표되는 스탠딩 코미디이고, 거기서 한걸음 더 나아간 것이 리얼을 표방한 <1박 2일><패떴><청춘불패>등이다.
그러나 이런 예능 프로들을 보면 알겠지만 가령 밭에서 일하는 데 마냥 일만 하면, 보는 시청자 입장에선 지루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그런 지루함을 없애고 재미를 주기위해 게임을 하고 퀴즈를 하며 대결을 펼친다.
그러나 위에서 살펴보았지만 만약 이번 <청춘불패>처럼 멤버들이 단박에 문제를 맞춰버리면 정말 분위기 썰렁해지고 프로그램은 재미가 없어진다. 적당히 틀려주고 의외의 상황들이 나와야 재밌는 것이다. 필자가 위에서 소위 리얼을 표방한 프로들이 예능이란 사실을 강조하는 것은, 이것들은 대중에게 재미를 주기위해 만들어진 오락 프로그램임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만약 <1박 2일>이 퀴즈 프로그램이라면, 승부조작은 범죄이며 스캔들이 될 것이다! 그러나 <1박 2일>의 장르는 예능이다. 시청자에게 웃음과 즐거움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란 말이다. 소위 말하는 ‘리얼’이란, 시청자들에게 좀더 가까이 가기 위한 장치이지, 정말 리얼이될 수 없다.
정말 실제 상황이면 재미와 즐거움은 줄 수 없다. 따라서 아무리 리얼을 내세운 예능이라도 최소한의 대본은 존재할 수 밖에 없다. 그런 대본에 제작진과 출연진의 아이디어등이 합쳐져 우리가 보는 예능 프로그램들이 탄생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시청자들은 자신이 보는 상황이 ‘실제’이길 바랄 수 있다. 그러나 방금 위에서 말한대로 예능 프로에서 100%리얼이란 존재할 수 없다. 그런 프로를 원한다면 다큐를 보는 수 밖에 없다. 그건 장르와 시간대적 특성을 무시한 바람일 뿐이다. 그리고 이런 오해엔 방송사들도 적잖은 기여를 했다. 매일 ‘리얼’을 내세우며 실제 상황임을 과장되게 강조하다보니 시청자들이 예능을 100%리얼로 오해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대중은 마술사가 하는 마술들이 눈속임이란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거기에 대해 비난하는 이는 없다. 오히려 어설프게 속임수를 펼치는 마술사를 ‘초보’라며 비난할 뿐이다.
마찬가지의 상황이 예능에서도 펼쳐져야 한다. 예능의 존재목적은 시청자들에게 웃음과 재미를 주기 위해서다(덤으로 감동도). 그런 프로에서 100%리얼은 존재할 수 없다. 오늘날 예능프로를 두고 조작논란이 거세게 일때마다 답답한 것은 예능 프로에 엄청난 오해를 두고 보는 시청자와 이를 부채질하는 방송사의 부적절한 행동 때문이다. 왜 사람들은 예능에 리얼을 바라는가? 그럴려면 다큐를 봐야지. 코미디보다 더 코미디 같은 상황에 그저 실소가 나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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