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친구'에 대한 비난, 아직 이르다!

朱雀 2009. 6. 29.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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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관객 동원수 800만명을 넘기며, 우리 시대의 전설이 되어버린 영화 <친구>. 그러나 이는 곽경택 감독과 유오성 그리고 한국영화계의 '불행'이라고 생각한다. 중박정도 치면 될 영화가 너무 큰 히트를 치면서, 과도한 기대와 투자가 감독과 배우에게 걸렸기 때문이다. 그들이 자신들에게 맞지 않은 역할을 하면서 후속작은 참패했고 한국영화 역시 일정 부분의 손해를 맛봐야 했다.



지난 주말에 방송된 <친구, 우리들의 전설>(이하 ‘친구’) 1, 2화를 봤다. 개인적인 평가는 ‘대체로 무난했다’였다. 영화 <친구>를 본 이들은 동의하겠지만 현재 방송된 분량은 전체 이야기의 극히 초입에 불과하다. 따라서 몇몇 블로거들의 때 이른 비난을 동의하기 어렵다.

영화 <친구>를 떠올려보자! <친구>라는 영화는 애초에 ‘대작’이 아니었다. 우리에게 <친구>가 대작으로 기억되는 까닭은 800만이 넘는 관객이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를 떠올려보자! 딱히 뭔가 대단한 이야기가 없다. 그저 부산 고향친구 네명의 엇갈린 인생사를 보여준 게 전부였다. 그마자도 특별히 스타일리시한 영상을 보여주거나(흔히 말하는 영상미학), 완벽한 스토리텔링을 보여준 것도 아니다(<친구>는 애당초 느와르와 거리가 멀다).

이가 빠진 듯 점프하듯 중간 중간 이야기를 해줬고, 엇갈린 행보의 네 친구의 서로 점점 멀어져가는 인생을 이야기했다. 게다가 <친구>는 철저히 남성중심적이고 권위적인 이야기였다. 마치 군대에서 혹은 사회에서 남성들끼리 낄낄 거리며 이야기를 나누듯 그런 식으로 영화는 진행되었다.

개인적으론 200-400만명 정도 들 만한 영화라고 보는데, 어쩌다 운이 좋아 800만이 넘게 보면서 문제가 생겼다. 바로 ‘거품’이다. 주연배우인 유오성과 감독 곽경택의 이후 행보를 따라가보자. 둘은 이후 <챔피언>을 찍었지만, 흥행은 물론이거니와 둘의 사이도 최악을 치달았다.

유오성은 <친구>이후 거듭된 출연작마다 흥행참패를 이끌었고, 곽경택도 마찬가지였다. <친구>이후 변변히 성공한 영화가 없다. 너무 높은 주변의 기대와 한국영화사상 전무한 흥행기록이 그들의 능력이상을 요구하고 원하고 숭상하는 상황을 만들어버렸다.

그러나 영화 <친구>는 애초에 영상미학도 완벽한 연출도 스토리텔링도 없었다. 그저 중장년층 남성들의 추억을 끄집어낼 이야기를 비교적 잘 화면에 잡아냈고, 장동건과 유오성 등의 주연의 연기가 빛을 발했다. 거기에 천운이 따라 마침 복고에 대한 갈망이 세상을 덮었고, 여기에 몇가지 호재가 따라 80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을 뿐이다.

<챔피언>을 예로 들자면, 곽경택의 약점이 최대한 드러난 작품이었다. <친구>도 그렇지만 그는 네러티브를 중시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뭔가 사건이 발생했을때 충분히 복선을 깔고 그 위에 얹는 스토리텔링이 없다. 그저 사건이 발생했을 뿐이다. 김득구가 복싱으로 챔피언이 되는 과정이 진솔하게 그려지거나, 인생역정이 별로 나타나질 않는다. 그저 복싱이 좋아 시작했고 성공했고 연애했고 그러다 죽어버렸다. 우리가 <록키> 등의 영화로 잡혀진 충분한 트레이닝 과정이나 절실한 챔피언에 대한 열망을 <챔피언>에선 찾아볼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챔피언>이 반드시 <록키>같아야할 필요가 있단 말은 아니다. 허나 최소한 관객의 기대를 받아들여 나름대로 표현해야 했다. 그것이 싫다면 나름대로 새로운 것을 보여줘야 했는데, 이도저도 아니었다. <챔피언>이 실패한 것은 관객의 기대를 저버렸으며, 곽경택 특유의 ‘이야기 건너뛰기’가 극대화한 점을 들겠다.

<챔피언>의 실패 이후 그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태풍>처럼 꽤 많은 돈이 투입된 블록버스터가 있다. 예상한 바지만 그는 규모가 큰 블록버스터에 맞는 감독이 아니다.

곽경택의 장기가 십분 발휘되리라 기대되는 TV드라마에 그것도 뭔가 이야기가 부족했다고 여기진 <친구>가 돌아온 것을 개인적으로 환영한다. 동수역의 현빈과 준석역의 김민준은 뛰어나지도 안지만, 그렇다고 나쁘지도 않은 무난한 연기를 보여줬다고 본다. 전체 20부작중에 겨우 1/20인 2화가 방영되었을 뿐이므로, 극에 대한 비난은 좀 더 보고 하는 게 타당하지 않을까?


그는 그저 TV 드라마 같은 인간 감성을 건드리는 작은 작품에 더 능한 감독이란 게 내 평소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가 드라마 <친구>로 돌아온다고 했을때 내심 반가웠다. 영화 <친구>는 너무 이야기가 건너뛰어 충분한 설명이 되질 않았다. 왜 갑자기 20살의 준석은 마약에 빠졌는지, 그런 준석과 준석은 왜 함께 살고 있는지 등등... 별다른 설명없이 보여주는 이야기를 보고 답답했었다. 그들이 함께 뛰놀고 철없던 인생이 점점 엇긋나는지 영화를 보면서 점점 더 알고 싶었다.

드라마 <친구>는 그에 대한 답변이 될거라 본다. 총 20부작이니까 영화보다 10배 이상 늘어난 시간 때문이라도 중간중간 충분한 이야기를 담을 수 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우린 동수와 준석의 이야기를 더욱 보고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동수역의 현빈과 준석역의 김민준은 아직까진 무난한 것 같다. 그들의 연기는 이제 겨우 두화에서(그나마 1화에선 후반에서 10분 정도(?)) 보였을 뿐이다. 특히 현빈은 아무래도 장동건과 비교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몹시 부담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생각해보자. 과연 장동건이 연기를 잘하는 배우인가? 그의 연기는 물론 많이 늘었지만, 누군가가 말하듯 신들리거나 관객의 혼을 쏙 빼놓는 명품연기가 아니다. 어딘가 어설프고 발음도 다소 불분명할때가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가 출연하는 작품의 캐릭터와 자기 자신을 동일시하는데 최고의 재능을 발휘한 배우였다. 하여 우린 그가 출연한 작품의 캐릭터를 그와 동일시 시킬 수 밖에 없다.

현빈을 보자. 그도 물론 연기파 배우는 아니다. 우리에게 그의 존재를 각인시킨 것은 <내 이름은 김삼순>이란 드라마였고, 그 이후 딱히 이렇다할 작품이 없었다. 그러나 분명 그는 꽤 잘 생긴 배우이고, 느낌 등이 매우 아까운 배우다. 그가 장동건의 역할을 한다고 했을 때 많은 이들은 우려할 수 밖에 없었고, 현상황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우리에게 동수는 장동건을 떠올릴 수 밖에 없는 역할이다. 그가 아무리 잘해도 장동건의 카피이상은 되기 힘들다. 왜냐하면 그가 싸워야 할 것은 장동건이 아니라 그가 영화 <친구>를 통해 우리에게 각인된 이미지로서의 ‘장동건’이기 때문이다. 이건 절대 이길 수 없는 싸움이다. 현빈이 그동안 어마어마한 연기내공을 축적해 보여준다면 모르지만 말이다.

현빈은 그렇다면 애초에 이 배역을 제의받았을 때, 이런 문제로 아마 매니저등과 숱한 고민을 했으리라 본다. 그리고 용기있는 결단을 내려 출연했고 그 결과는 마지막까지 본 후 내려야 한다. <친구>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동수가 죽는 바로 그 장면이니까. 회칼에 수십번 찔리면서도 ‘고만해라. 마이 묵었다 아이가’를 내뱉는 장면은 희대의 명장면으로 앞으로도 회구될 것이다. 그런 장면을 과연 그가 어느 정도의 포스로 그려내는지 보고 판단을 내려야 온당하다고 본다. 장동건의 연기가 영화 <친구>에서 가장 빛났던 부분이 거기고, 관객에게 가장 깊은 각인을 시킨것도 그 장면이기 때문이다.

<다모>등에서 다소 어색한 발성과 연기를 보여준 김민준도 그동안 여러 작품을 거치면서 많이 표정과 연기가 안정화된 것 같다. 과연 유오성에 뒤지지 않는 연기를 보여줄 지도 기대된다.

1화의 패싸움 장면에서 몽둥이 등이 모자이크 처리를 된 부분을 두고 말이 많던데, 내 생각엔 그건 곽경택에게 뭐라고 할 부분이 아니라 오히려 방송심의를 뭐라고 해야 하지 않나 싶다. 토,일 심야시간대고 등급도 꽤 높았던 걸로 아는데 모자이크 판정을 내린 심의쪽에 문제가 있지 않나 싶다.

‘모자이크 처리가 될 수 밖에 없다면 다른 식의 화면처리를 해야하지 않냐?’고 하는 블로거들도 있는데, 그건 곽경택의 능력 이상을 바라는 거다. 그는 애초에 영상미학이나 스타일리시와는 거리가 먼 감독이다. 물론 촬영을 그가 하는 건 아니지만, 그만의 영상미학과 추구하는 방향은 이미 다른 작품에서 많이 보였기에 굳이 부연설명은 하지 않겠다.

드라마 <친구> 1,2화를 보면 동수와 준석을 비롯한 네 친구의 이야기가 영화 때보다 더 자세히 들어가 있다. 따라서 영화를 보면서 우리가 느꼈을 빈 공간들을 채워가고 있다. 1980년대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내용들은 ‘선악’을 넘어 그 자체로 볼만하다 여겨진다.

재연드라마같은 혹평도 동의하기 어렵다. 네 친구의 아역배우들이 다르고 아버지등의 역할을 한 사람들이 이전에 보지 않은 사람들이라 그런 게 아닐까? 물론 기존의 중견 연기자등을 쓸 수 있었겠지만, 그렇게 되면 영화 <친구>와 더욱 비교되면서 극의 몰입을 방해하지 않았을까 싶다. 하여 곽경택 감독은 우리가 모르는 얼굴들로 채웠으리라 본다.

현재 진행된 1,2화를 놓고 판단하긴 어렵지만 곽경택 감독은 철저하게 극이 ‘네 친구’에게 집중되기를 바래, 다른 유명한 배우들로 주조연급을 채우지 않는 것 같다. 그런 판단은 일단 존중하고 이야기를 더 봐야 하지 않을까?

영화 <친구>가 딱히 잘 되거나 웰메이드급 영화가 아니라고 보는 개인적인 입장에서 보면 드라마 <친구>는 아직까지 크게 나쁜 것도 좋은 것도 없는 드라마라 여겨진다.

오히려 <2009 외인구단>이 워낙 잘 못 만들어진 탓인지, ‘볼만하다’게 개인적인 소감이다. 네 친구가 초등학교 시절 만나 서로 가볍게 툭닥거리고 만화책을 보고 낄낄거리고 성인 비디오를 보고 입을 벌리고 바닷가에서 조오련과 물개 중 누가 빠른지 입씨름 하는 장면에서 웃음이 나왔다. 큰 무리 없이 비교적 부드럽게 진행되는 극을 보면서 ‘역시 예상대로 곽경택은 드라마에 능하구나’라고 생각했다.

드라마 <친구>는 영화 <친구>와 유사하기 때문에 다소 억울한 비교를 많이 당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그러나 최소한 비난을 하고 싶다면 다 보고 난후에 해도 늦지 않는다고 본다. 우리가 영화 <친구>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이미지와 느낌은 전반부보다 후반부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영화 <친구>에서 인구에 회자되는 명장면. 드라마 <친구>의 작품성은 아마 이 장면을 어떻게 드라마화 시키는지 달리지 않았을까? 현빈의 연기력 역시 여기서 논란이 종결될 듯 싶다.


-이미지 출처: 다음 검색

상기 이미지는 인용목적으로 쓰였으며, 각각 SBS 방송사와 해당 제작사에 모든 권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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