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인터넷엔 때아닌 구하라의 뱃살이 실시간 검색어로 다뤄졌다. 찾아보니 <루팡> 뮤비에서 구하라가 의자에 앉아 있는 장면에서 약간 뱃살이 나온 장면이 순간캡처되어 인구에 회자되고 있는 것이 기사화된 것이었다.
다행히 구하라는 안티가 적은 연예인인지라 반응은 대부분 ‘귀엽다’ 정도 였다. 사실 말이 바른 말이지, 위의 사진과 같은 자세에선 석가모니처럼 고행을 해서 깡마른 체격이 아니고선 뱃살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유독 구하라의 뱃살이 이슈화가 되는 것은 다름아닌 그녀가 연예인이기 때문이리라. 생각해보면 구하라를 대표하는 이미지중에 하나는 바로 ‘개미허리’다. 20인치에 달하는 그녀의 개미허리는 모든 여성이 부러워하는 우월한 신체부위이자, 모든 남성들이 감탄사를 금치 못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허나 구하라는 일본의 아무로 나미에를 연상케하는 귀엽고 예쁜 외모와 20인치의 개미허리를 지니고도, ‘하라구’라는 별명처럼 뭐든 시키면 열심히 하고 성실한 방송태도로 안티가 적은 여자연예인에 속한다.
2009년 대한민국을 ‘꿀벅지 열풍’으로 달군 유이가 남자들에겐 인기가 있는 것에, 여자들에겐 배척당하는 것과는 사뭇 대조적인 양상이라 할 것이다. 만약 비슷한 사건(?)이 유이에게 일어났다면 아마 상당수의 악플이 달렸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왜 구하라의 뱃살처럼 아무것도 아닌 것이 이슈화가 가능한 것일까? 일단은 오늘날 변한 인터넷 문화를 예로 들어야 할 것이다. 오늘날 인터넷 문화는 일방적인 방향에서 네티즌들이 이야기하는 쌍방형성으로 변했다.
오늘날 아이돌 그룹이 노래를 발표하고 안무를 추면 ‘춤이름’을 정해주는 것은 철저하게 팬들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그룹의 춤을 보고 여러 이름을 정해 그중 많은 수가 찬성하는 쪽을 밀고, 기꺼이 가수들도 이를 따를 정도로 팬들의 힘은 무시무시해졌다.
이런 문화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부정적인 부분도 있다. 이를테면 이번처럼 순간영상을 캡처해서 올리는 부분이다. 인터넷의 한 사이트에서 놀이로 시작된 순간캡처 놀이는 동영상 기술과 순간캡처가 가능해진 오늘날 보편적으로 일어난 놀이가 되어버렸다. 작게는 자신들이 좋아하는 스타의 망가진 모습을 올리기도 하고, 심할 때는 일부러 흉한 모습만 편집해서 악플을 다는 정도까지 다양하다.
구하라의 뱃살 사건은 여자 연예인에 대한 우리의 상반적인 두 가지 시각을 느끼게 한다. 첫 번째는 우월한 연예인의 신체에 대한 동경이다. 20인치의 개미허리는 정말 무한한 노력과 함께 ‘타고난’ 것이 절묘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구하라의 경우 워낙 바쁜 스케줄 때문에 끼니를 제대로 못 챙겨먹는 것과 새벽까지 이어지는 강행군 스케줄과 강도 높은 안무 등이 맞물려진 결과일 것이다.
그러나 시청자가 보기엔 그런 고통스런 과정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결과적으로 그녀들의 우월한 신체에 대해 환호하고 열광하며 부러워하기 쉽다.
두 번째는 그런 연예인들에게서 ‘흠’을 찾아내는 것이다. 구하라의 뱃살은 타이트한 바지를 입고 저런 자세를 취하면 누구라도 뱃살이 잡힐 수 밖에 없다. 그나마도 워낙 순식간에 지나가 필자처럼 둔감한 사람은 눈치채기 어려울 정도다.
그런데 이런 것이 캡처되어 올라가는 것은 ‘구하라처럼 우월한 신체를 가진 사람도 결국은 인간이다’라는 흠을 찾아내고 싶어하는 욕구 때문일 것이다. ‘구하라의 뱃살’사건은 한편으론 재밌으면서도 한편으로 씁쓸해지는 것엔 아이돌을 향한 우리의 우상화와 더불어 우리의 심리 기저에는 그들을 끌어내리고 싶어하는 우리의 욕구가 숨어있는 것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HD시대가 열리면서 연예인들은 피부와 헤어하나하나에 더욱 섬세하게 신경 쓸 수 밖에 없는 시대가 되었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이렇게 무엇을 가지고 흠을 잡을이지 알 수 없는 세상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여성 연예인이 방송을 하기에 요즘처럼 힘든 시기가 있었는지 새삼 생각하게 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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