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왜 '결혼 못하는 남자'는 인기가 없을까?

朱雀 2009. 7. 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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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결혼 못하는 남자>를 낄낄거리며 봤다. 지진희와 엄정화의 연기는 자연스러웠고, 소소한 에피소드들은 더할 나위 없이 사랑스러웠다. 잔잔한 하면서 웃긴 드라마, 그게 현재 내가 느끼는 <결못남>의 장점이다.

갑자기 호기심이 생겨 6화 시청율을 확인해보니 약 8.4%로 8.2%의 <자명고>를 물리치고 월화드라마 2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29.1%를 기록하며 곧 30%대의 시청율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 <선덕여왕>에 비하면 갈 길이 멀다. 게다가 첫 방송이후로 <결못남>은 계속해서 8%대에서 왔다갔다하고 있다.

<선덕여왕>과 <자명고>는 사극이다(정확히 따지면 정통 사극이 아니라 팩션이지만). 현대의 말을 쓰는 사극이긴 하지만 등장인물들은 고대의 사람들로 오늘날 우리의 생활양식과는 거리가 멀다. 한마디로 같은 현대를 배경으로 한 <결못남>의 시청자들은 더욱 큰 공감대를 가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결못남>은 전혀 그런 이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왜일까?

1) 주인공 남성(지진희)가 재벌이 아니다.

안타깝지만 이런 로맨스 드라마의 주인공인 반드시 재벌이어야 한다. 아니면 적어도 준재벌은 되어주어야 한다. 왜냐하면 그것이 드라마의 주 시청 대상인 여성들의 판타지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언젠가 백마가 탄 왕자가 나타나 자신을 데리고 가줄 것을 원하는 심리가 여성들의 기저에 깔려있다. 이건 실현여부와 상관없이 누구나 가질 만한 판타지다. 그런데 <결못남>의 지진희는 그냥 건축가다. 물론 대한민국에서 유명한 건축가이고 꽤 잘 살긴 하지만 ‘재벌’까지는 아니다.

그냥 좀 사는 정도다. 이 정도론 여성들의 판타지를 자극하기 어렵다.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는 대한민국 제일의 신화그룹 재벌 2세 였고, <찬란한 유산>의 선우환은 준재벌 진성식품의 2세다. <내조의 여왕>의 태봉씨는 사장이다. 요샌 이 정도 되어야 명함 내밀 수 있다.

2) 주인공이 ‘나쁜 남자’가 아니다.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 <찬란한 유산>의 이승기는 나쁜 남자다. 여자 마음을 잘 몰라주고 자기 멋대로 행동하고 한마디로 안하무인이다. 물론 근본까지 썩은 녀석들은 아니라서 잘 구슬리고 타이르면 어느 정도 계도의 여지는 있는 인물들이다.

여자들은 선천적으로 ‘나쁜 남자’에 끌린다. 착한 남자와 초식남은 매력이 없다. 뭔가 깃들여지지 않은 야생마 같은 느낌.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그들의 행동과 성격. 이런 게 필요하다.

그런데 지진희가 연기하는 조재희는 ‘쫀쫀한 남자’에 속한다. 그는 오덕후적인 면을 무지 많이 가지고 있다(오덕은 여성들이 제일 싫어하는 인물상이다). 거기에 여자보다 더 깔끔 하게 집안을 정리하고, 남에게 한마디 지지 않으려 하는 그의 꼬장꼬장한 성격은 피곤하다. 로맨스 드라마의 주소비층인 여성이 이런 남성에게 매력을 느끼기란 어렵다.

3) 지진희가 너무 완벽하다.

지진희는 항상 옷차림이 단정하고 집에서 쉴때도 머리가 항상 완벽하게 정돈되어 있다. 이거 아무리 드라마지만 너무 하지 않는가? 원작을 보지 않았지만 일본판에서 아베 히로시는 철저히 망가진 것으로 안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옆집에 사는 김소은을 보자. 그녀는 지난주 방송분에서 눈에 마스카라가 번진 흉한 몰골로 울음을 터트리는 명연기를 보여줬다. 27살을 연기하지만 실제론 이제 21살인 그녀는 한참 예뻐 보이고 싶을 나이다. 그런 그녀가 자신의 그런 본성을 무시하고 연기를 위해 망가지기를 서슴지 않았다.

지진희는 김소은에게 배워야 한다. 우선 외모부터 시작해 철저하게 망가져야 한다. 그래야만 사람들이 결백증 증세가 있고 오덕후적인 그를 더욱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구석이 커진다. 더해서 그런 철저한 망가짐을 통해서만 웃음을 더욱 자아낼 수 있다.

4) 웃음이 부족하다.

지진희와 엄정화를 비롯한 주조연의 연기는 맛깔나며, 타자는 킥킥거리며 웃는다고 서두에 밝혔다. 그러나 <결못남>이 히트하기 위해선 지금 정도의 강도론 안 된다. 보다 강력해야 한다. 킥킥거리는 정도가 아니라 배를 잡고 뒹구는 수준이 되어야 한다. 오늘날 한국드라마에서 ‘유머’는 일상이 되어버렸다. <선덕여왕>에서도 죽방&고도 개그커플로 수시로 웃음을 유발하고, 다른 주조연급 연기자들도 웃음을 주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런 마당에 ‘코믹’으로 승부를 걸어야 하는 <결못남>은 더 말해 무엇하랴? 수단방법을 가리지 말고 지금보다 훨씬 웃겨야 한다. 웃기는 길만이 <결못남>이 살길이다!

5) 좀 더 피부에 와닿는 전개가 필요하다.

아무래도 일본 원작을 가져다 쓰다 보니 우리 현실과 동떨어진 부분들이 제법 있다. 종합병원에서 일하는 의사를 자신의 편한 시간대마다 만나는 조재희의 모습은 낯설다. 그건 일본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양갱을 좋아하는 주인공의 식성을 비롯한 세밀한 부분부터 등장인물의 행동방식 등이 아무래도 우리와 실정과 조금씩 어긋난다. 물론 이 정도의 약간의 차이는 그냥 넘어가 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조금한 차이가 현실감이 있고 없고의 차이로 변한다.

개인적으론 현재의 <결못남>도 무척 좋아한다. 엄정화의 맛깔스러운 연기, <꽃남>보다 더욱 매력을 발휘하는 김소은, 게다가 6화 마지막에 등장한 이사돈까지. 앞으로 전개가 무척 기대된다(일본판을 보지 입장에선 더더욱). 그러나 <결못남>의 시청율은 아직 제작사 입장에서 본다면 안습이다.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선 좀 더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다.



7/2 다음 메인에 소개되었습니다(맨밑에 '다섯가지 이유'가 이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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