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선덕여왕'엔 미실도 덕만도 천명도 없었다!

朱雀 2009. 7. 1.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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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선덕여왕> 방송분량은 두 주인공인 미실과 덕만의 가치를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절대 출연분량이 부족한 고현정은 그저 비웃음만 짓고 눈꼬리를 떠는 시시한 악인에 불과했고, 11화에서 원톱으로 나선 이요원은 그저 화만 내고 고함만 지르며 상관인 화랑에 명령에 불복종하는 일개낭도로만 보였다. 앞으로 <선덕여왕>에서 두 주인공의 매력이 전면에 부각되지 못한다면, 이번 드라마는 초반의 호평과 달리 위험한 상황에 처할지 모른다.





이번주 <선덕여왕> (11, 12화)방영분엔 실망감이 가득하다. 왜냐하면 극을 이끌어 나갈 미실(고현정)과 덕만(이요원)의 활약이 전무했기 때문이다. 전쟁터의 참혹함을 이야기한 11화는 덕만을 원톱으로 내세웠으나, 그녀는 울부짖고 화만 냈을 뿐 그토록 대본에서 선덕여왕의 사람 중심적 가치관을 보여주는 덴 실패했다. 하여 재미도 감동도 없었다. 어제 방영된 12화는 꽤 재미있었다. 전장에서 김유신과 용화향도들이 그토록 죽을 고생을 하며 뛰어다닐 땐 별다른 재미가 없더니, 그들이 귀환하자마자 상황은 뒤바뀌었다.

항상 눈에 힘만 주고 다니던 김유신(엄태웅)은 처음으로 눈에서 힘을 풀고 연기를 했고, 김서현에게 미실이 호의적인 마음을 품은 기색을 보이자 설원과 보종은 혹여 김서현이 자신들의 라이벌이 될까봐 전전긍긍했다. 보종은 급한 마음에 암살하려 했고, 설원과 미실이 이를 알고 중지를 명하자 간신히 때를 맞춰 김서현의 암살을 막을 수 있었다. 하필이면 그때 덕만은 승려로 위장한 천명공주와 만나고 있었고, 암살자가 마침 그곳으로 들어와 덕만을 암살자로 몰아가 누명을 씌우고 만다.

12화는 궁중의 권력암투가 어떤 것인지 보여준 좋은 대본의 예였다. 자신들의 수하들에게 적절한 긴장감을 주어 항상 충성하도록 유발하고 불리한 상황을 유리하게 바꾸는 권모술수가 무엇인지 잘 보여줬다.

그러나 거기엔 <선덕여왕>의 투 톱인 미실과 덕만의 활약이 없었다. 우선 미실부터 살펴보자. 그녀는 현재 신라 황실의 모든 권력을 손아귀에 거머쥔 명실공히 대보스다. 게임으로 따지면 죽도록 고생해야 간신히 만날 수 있는 대보스다. 그런 대보스는 워낙 강력해서 최소 다른 보스들보다 두세배 생명력이 끈질기다(대보스전은 자고로 그런 맛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4화이후 미실의 활약은 극중에서 별로 드러나지 않는다. 물론 12화에선 그동안 너무 적었던 분량이 조금 늘어서(정말 개미눈꼽만큼!) 사악한 듯한 인상을 조금 줄 수 있었다. 자신의 얼굴에 카메라를 비출 때마다 고현정은 힘을 살짝 주고 째려보거나 비웃음을 드리워 ‘악인’의 이미지를 보여줬다. 그러나 대보스는 그 정도론 부족하다.

<선덕여왕>이 초반에 엄청난 인기를 끈 것은 누구의 공이던가? 그건 논의할 가치조차 없다. 바로 미실역의 고현정이었다. 그녀는 생애최초로 악역을 했고 자신의 권력욕을 위해 모든 것을 이용하고 모든 것을 바라는 이기적인 캐릭터를 연기했다. 그녀는 안타깝지만 연기파 배우는 아니다. 허나 그녀에게 할애된 시간이 많았기에 그 동안 시청자들이 그녀의 연기를 납득할 만한 ‘꺼리’는 던져주었다. 허나 지금은 절대시간이 부족하다!

최근 <선덕여왕>에서 미실이 전혀 빛을 발하지 못하는 것엔 그녀에게 절대 출연 분량이 부족하다고 여겨진다. 그녀는 본좌급 연기자가 아니다! 잠시 비추는 것만으로 궁중 권력암투에 능하며, 모든 것을 보고 모든 것을 움직이는 노회한 절대권력자의 모습을 보여주기엔 아직 절대 연기내공이 부족하다.

덕만은 어떤가? 남지현이 고생을 하며 아역을 연기했을 때, 1-4화까지 극을 이끈 미실을 잊을 정도로 매력적인 연기를 보여줬다. 선머슴아 같지만 그 총명함이 수시로 튀어나와 주변을 감탄시켰고, 모든 연기가 연기 같지 않고, 진심이 담긴 듯한 진정성이 있었다.

허나 지금 이요원이 연기하는 덕만은 그런 게 보이질 않는다. 물론 인정한다. 치열한 전장터에 내몰린 상황에서 휴머니즘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그녀의 임무는 매우 어려웠다. 생사의 갈림길이 수시로 변화하는 전장에서 ‘모두가 살길을 찾아야 한다’는 덕만의 외침은 이후 선덕여왕이 될 그녀가 얼만큼의 그릇인지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계기였다.

그러나 지난 11화에서 원톱으로 극을 이끈 이요원은 임무에 실패했다. 부상병을 처리하는 알천랑의 방식에 반대하고 나선 그녀가 일개 낭도인 사실은 차치하더라도, 자신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그녀의 태도는 그저 일개 병사가 억지를 부리는 수준으로 밖에 보이질 않았다. 절친한 동료인 시열이 죽을 때 그녀가 보여준 눈물연기는 나름 훌륭한 것이었지만, 그녀의 오열은 그저 떼쓰고 악에 바쳐 우는 것 밖에 보이질 않았다. 그런 탓에 원톱인 그녀보다 오히려 죽어버린 시열이 그 순간만큼은 <선덕여왕>의 주인공이 되었고, 알천랑 등의 조연에게 시청자들이 열광하는 이상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천명공주를 볼까? 아역이라 하기 애매하지만 그 전 천명공주를 연기했던 신세경은 분명 여러모로 부족한 면은 보였다. 하지만 역 자체가 워낙 어려웠다. 그녀는 어린나이에 남편인 용수를 미실의 음모로 잃고, 복중 태아를 지키기위해 팔자에 없는 중노릇을 해야했다. 미실에게 빼앗긴 권력을 되찾기 위해 국선 문노를 찾아나섰고, 그 과정에서 덕만을 만나 성장했다. 이렇듯 다양한 면모를 아직 경험이 부족한 신세경이 맡아 예상보다 꽤 훌륭하게 임무완수하고 박예진에게 넘겼다. 박예진은 신세경보다 어떤 의미에서 캐릭터를 잡기가 수월하다.

왜냐하면 박예진이 연기할 천명공주는 신세경이 마지막에 보여준 ‘결정판’을 확대 재생산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초입인 탓일까? 그녀가 보여주는 천명공주는 우리가 신세경양의 마지막 촬영분에서 본 성장한 그녀가 아닌 듯 싶다. 마치 다른 사람 같다. 미실을 두려워하지 않고 정치적 뒷거래를 하는 그녀의 모습은 나름 보기 좋지만, 설득력이 부족하다. 한마디로 박예진이 연기하는 천명공주는 절대매력이 부족하다.

(이야기를 조금 돌려서) 물론 안다. 알천랑을 비롯해 몇몇 캐릭터들은 분명 매력이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 약 38부작이 남아있는 <선덕여왕>을 이끌 주인공은 그들이 아니라 미실과 덕만이다. 그리고 그 사이엔 천명공주가 있어야 한다.

절대악으로서 미실은 천명공주와 김유신 그리고 덕만을 늘 궁지에 몰아넣어야 하고 항상 사악한 분위기를 이끌고 다녀야 한다. 이에 맞서 천명공주는 하늘의 계시를 받은 자신의 임무에 따라 최선을 다하고 김유신과 로맨스에 빠져야 한다. 덕만은 선머슴아적인 이미지를 남발할게 아니라 총명함을 보여줘야 한다. 우리가 선덕여왕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이미지는 선머슴아가 아니다!

우리가 선덕여왕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이미지는 ‘지혜로움’이다. 공주시절 중국에서 보내줄 그림을 보고 나비가 없어서 자신을 놀리는 것이라 해석하고, 여왕이 되어선 개구리가 우는 것을 보고 군대를 보내 백제군의 침입을 막는 그 신묘한 지혜말이다!

미실은 또 어떤가? 비록 최근에서야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그녀는 무려 3대에 걸친 신라왕에게 색공을 바치며 절대권력을 누렸던 실존인물이다. 극중 권력암투의 정점에 여성이 있으며, 그녀가 또한 여성적인 매력까지 겸비한 것은 실로 매력적인 일이다. 고현정은 세간의 불안을 불식시키고 악연인 ‘미실’을 극 초반에 멋지게 성공시켰다.

해결책은 물론 ‘시간’이다! 절대부족한 미실의 출연 분량을 늘려 미실의 카리스마를 극에 되살려야 한다. 덕만은 이제 지혜로움을 보여줘야 한다. 어린 시절 제후의 손에 들린 두 개의 사패중 하나를 골라 삼키고 다른 패를 보여달라고 해 살길을 도모했던 그런 임기웅변과 놀라운 지혜를 보여줘야 한다. 12화처럼 꼼짝없이 누명을 쓰고 누군가가 도와주겠거니 하는 게 아니라, 잡힌 상황에서도 살길을 고민해 주변이 그녀에게 함부로 누명을 씌우지 못하게 해야 한다(이런 상황은 다른 영화와 드라마등의 매체에서 이미 좋은 예를 보여준 적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천명공주의 박예진은 자신의 모든 것을 짜내 미실과 대결하는 그런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덕만이 자신의 쌍둥이이자 하늘의 계시를 받았다는 존재란 사실을 알게 될 때 질투심에 눈이 머는 살리에르적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12화는 분명 재미있었다. 그러나 이는 대본과 연출의 승리였고, 조연들의 연기에 힘입은 바였다. 거기에 미실과 덕만 그리고 천명공주의 활약은 없었다. 물론 50부작의 긴 호흡을 가진 드라마인 만큼 모든 활약을 그들이 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극중 주인공은 단순히 얼굴만 많이 비춘다고 극에서 주인공이라고 이마에 써놓는다고 시청자가 인정하는 게 아니다. 그에 걸맞는 합당한 능력과 카리스마를 선보여야 한다. 지금처럼 카리스마를 잃은 미실과 고함만 지르고 인상만 쓰는 덕만 그리고 뭔가 어색한 천명공주로는 앞으로 <선덕여왕>이 순항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타자의 견해다.

-이미지 출처 : 다음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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