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비호감 캐릭터의 여왕 김나영

朱雀 2010. 3. 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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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놀러와>에는 보조엠씨로 김나영이 투입되었다. ‘패션 피플’ 특집으로 꾸며진 <놀러와>에는 슈퍼모델 이소라와 탤런트 이승연 그리고 우종완과 김효진 등이 출연해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예상외로 지상파에 이제 세 번째 나온 우종환은 뛰어난 재치와 입담으로 주변을 폭소로 만들엇다. 절친인 고소영이 장동건과 사귄다는 소식을 듣고 새벽 3시 37분에 이소라가 ‘정우성과 사귀고 싶다’라는 문자메시지를 공개하고, 이를 순순히 인정하는 이소라의 모습등은 웃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새롭게 투입된 김나영은 큰 활약을 보여주진 못했다. <놀러와>는 방송특성상 게스트들이 돋보여야 하기 때문에, 보조 엠씨가 튀기 어려운 구조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나영은 초반부터 약간 과하게 자신의 컨셉을 밀고 나갔다. 바로 ‘비호감형 캐릭터’ 말이다. 유재석이 지적했지만 김나영의 목소리는 ‘솔’로 시작된다. 듣는 순간 그녀를 쳐다보게 되지만, 거기엔 호감보단 ‘짜증’이 섞이기 쉽다.

자신을 소개하자 ‘시청자 여러분들 많이 기다리셨죠?’라며 다소 짜증나는 목소리와 함께, 김원희가 김나영의 몸매를 지적하자 일부러 약간 불량스러운 자세를 취해 웃기고자 오버했다.

사실 김나영은 인물만 놓고 보면 상당히 예쁘고 몸매도 훌륭한 편이다. 단지 우리가 방송에서 보는 이미지가 ‘싼티이미지’이기 때문에 그걸 놓칠 뿐이다. 그리고 방송에서 보여지는 김나영의 이미지는 실제 성격이 아니라, 방송을 위한 ‘캐릭터’일뿐이다. 허나 우리 시청자들은 그런 사정을 속속들이 알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김나영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케이블에서 활약하다가 공중파까지 소개되어 스카웃된 케이스다. 허나 공중파의 특성상 강한 이야기를 할 수 없었고, 그녀의 톡톡튀는 캐릭터는 그저 ‘비호감’정도로만 굳고 말았다.

여기서부터 김나영식 캐릭터는 꼬이고 말았다. 어제 <놀러와>에서 그녀의 활약상을 살펴보자! 김나영은 보조엠씨라 서두에서 밝혔지만 큰 활약을 펼칠 수는 없었다. 대신 김나영이 자신이 활약할 수 있는 장면에선 최선을 다해 눈에 띄고자 노력했다.

 

S/S미니 패션쇼에선 금속성 느낌의 분홍색 레깅스와 낸시랭에게서 베껴온 고양이 소품으로 자신만의 패션을 완성했다. 그러나 팔짝팔짝 뛰면서 과하게 귀여운척 하는 모습은 거부반응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거기에 더해 패션테러리스트로 뽑힌 후 길과 함께 막춤을 추는 모습은 더욱 비호감을 굳히게 할 뿐이었다.

골방에 들어가서도 김나영의 비호감식 행동은 계속되었다. 이소라가 주변에 싱글인 친구들이 다섯 손가락에 꼽힌다고 하는데, 김나영은 불쌍한 눈으로 쳐다보고 ‘쯧쯧쯧’거려 이소라의 분을 사서, 그녀가 주는 빵을 먹어야 했다(조용히 하라는 뜻이었다)

혼기를 상당히 넘긴 이소라를 앞에 두고 ‘결혼할 나이가 지나면 한참 정체가 되는 것 같아요’라고 말해 두 번째로 이소라의 화를 돋구었다. 마지막으론 이승연이 우연히 이소라가 가는 네일샵에서 분홍색으로 손톱을 칠했다고 하자, 이소라가 자신은 발에 칠한 사연을 이야기하는데, 김나영은 이소라가 멋있다고 ‘나중에 소라언니처럼 나이들고 싶어요’라고 말해 넉다운을 시켰다.

 

물론 이 모든 행동은 웃기기 위한 리액션과 대사일 것이다. 또 어떤 이는 김나영의 어제 활약상을 보고 ‘정가은보다 낫다’라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어제 나온 게스트들은 다들 방송활동을 오래한 베테랑 들이며 그동안 공중파에 잘 나오지 않은 탓에 신선한 소재를 많이 가진 이들이다.

즉 보조엠씨가 누구든지 많이 웃길 수 있는 여지가 많았다는 것이다. 필자가 보기엔 만약 정가은이 계속 있었다면 더 웃기지 않았을까 싶다. 정가은은 적당히 망가질 줄 알면서, 상대방의 이야기도 주의깊게 들고 리액션이나 대사를 칠 때 적절하게 잘 치는 몇 안되는 인물이다.
거기에 더해 정말 현재 방송계에서 몇 안되는 ‘호감형’ 인물이다.



어제 김나영의 활약상은 어떤 면에서 우종환의 ‘동종업계 사람들에게 경쟁심을 느끼지 않는다’와 이승연의 ‘남편에게 져준다’라는 말을 거짓으로 판명해낸 거짓말탐지기보다 낫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다. 물론 김나영이 투입된 첫방송이긴 하지만 <놀러와>가 드라마가 아니라 예능이며, 게스트들 위주의 방송이란 사실을 놓고 봤을 때 그 진가를 드러냈다고 여겨진다.

 

아울러 진행자 유재석이 정가은이 나왔을 때는 ‘잘한다’라고 말한 것과 김나영을 보고는 ‘솔로 시작하시네요’라고 말한 것에는 두 사람의 차이점을 극명하게 지적한 것이라 본다. 정가은의 부재가 새삼 아쉬운 <놀러와>였다. 만약 정가은이 있었다면 어제 방송분은 더 재밌었을텐데...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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