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어이없는 반전의 연속, ‘부자의 탄생’

朱雀 2010. 3. 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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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부자의 탄생>에 대한 필자의 기대는 너무나 섣부른 것이었나 보다. 1화를 보고선 ‘유치한 부분도 있지만 재밌겠다’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빠른 판단이었다.

어제 방송한 3화는 일이 있어서 중간쯤부터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상황을 보고서 나오는 것은 실없는 웃음뿐이었다. <부자의 탄생>에서 최석봉(지현우)은 어머니가 우연히 재벌남과 하룻밤 사고로 임신하게 된 인물로 그려진다.

대한민국 상위 1% 부자들이 묵는다는 오성호텔에 그가 들어온 이유는 오로지 아버지를 찾기 위해서다. 그곳엔 돈 쓰는 게 아까워서 철저하게 아끼는 생계형 재벌 이신미(이보영)이 있고, 그녀를 사랑하는 역시 재벌남 남궁민(추운석)이, 그리고 그런 남궁민을 사랑하는 한국판 패리스 힐튼인 부태희(이시영)이 있다.

 

현재 최석봉은 암에 걸려서 죽을 지경인데, 1억이 있으면 최신치료를 받고 살수 있는 상황이다. 하여 이신미를 질투해 필요도 없는 제주도 땅을 사고 오성그룹의 사업에 방해를 하는 부태희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작업중인 상황이다.

이시영이 연기하는 부태희는 ‘패리스 힐튼’보단 ‘된장녀’가 딱 어울리는 비호감형 캐릭터다. 생각도 없고 매일 음식에만 집착을 보이고 남자만 보고 사치만 일삼는 전형적인 머리가 텅 빈 부자집 딸래미다. 하는 행동은 자신밖에 모르는 그녀의 캐릭터는 짜증이 다 날 지경이다.

<부자의 탄생>의 가장 큰 문제점은 억지스런 이야기 전개와 작위적인 설정과 말도 안되는 반전의 연속이다. 3화에서 헛웃음이 나오게 한 가장 큰 장면은 두가지다.

 

부태희가 제주도땅을 절대 팔려고 하지 않자, 최석봉은 그녀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패션 업체인 ‘도나 플리머스’의 한국 라이센스를 가로채기로 한다. 그리고 일부러 부태희의 차에 구멍을 내고, 대신 자신이 나가 도나 플리머스의 대표 박테리아와 부인 말라리(작명센스 참 멋지다 --;;)를 오성그룹으로 모셔온다.

이 과정에서 당연히 부태희는 화가 나서 오성호텔로 달려오고, 우연인지 필연인지 박테리아의 부인 말라리가 급체해서 쓰러진다. 최석봉은 순간적인 기지를 발휘해서 우리의 민간요법인 바늘로 엄지손가락을 따는 방법으로 그녀를 구하고, 오성그룹이 부호그룹과 더불어 도나 플리머스 런칭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뭐 첫 번째 반전은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두 번째 반전은 정말 기가 막힌다. 부인을 끔찍하게 생각하는 박테리아는 두 그룹 대표들에게 미션으로 패션 대결을 제안한다. 하나는 두 여성 대표가 각자 자신 있는 옷을 입고 나오는 것이고, 두 번째는 겨울 코드 패션을 선보이는 것이었다. 최석봉은 이신미의 몸매와 패션센스가 도저히 부태희를 이길 수 없다고 보곤 ‘발상의 전환’을 시도한다.

하나는 이신미에게 별로 볼품없는 검정색 드레스를 입게 하고, 다른 하나는 패션 코드 제안으로 순모 모직 코트를 입게 나오게 한 것이다. 당연히 박테리아 대표는 부호그룹의 부태희에게 라이센스권을 주려하나, 이때 최석봉은 나서서 누빔 기법으로 만든 코트라 가볍고 따뜻하다고 역설하고 말라리 여사는 모직 코트를 입고는 가볍고 따뜻하다며 부족한 패션센스는 도나의 패션감각으로 메꾸면 된다고 한다. 이에 박테리아는 따르고 이신미의 오성그룹은 라이센스를 취득하게 된다.


 

당연히 이신미와 최석봉은 이를 부태희가 가지고 있는 제주도 부지와 맞바꾸게 된다. 드라마를 본 이들은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도저히 동감할 수 없는 스토리 전개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만들었다. ‘반전’이란 기존의 상황을 뒤집는 힘에서 나오는 것이다. 반전은 당연하지만 비록 상식적으론 말이 되지 않더라도 보는 순간 고개를 끄덕이게 할 수 있을 정도의 힘은 있어야 한다.

논리는 바라지도 않는다. 최소한 말은 되어야 할 것 아닌가? <부자의 탄생>에서 보여준 두 번의 반전은 아무리 곱게 봐줄려도 해도 봐줄 수 없는 것이었다. 그냥 진행시켰다면 그냥 덜 웃기고 말았을 장면이 굳이 말도 안되는 억지논리로 반전을 주는 바람에 시청자들의 인상을 더욱 찡그러트리게 할 뿐이었다.

 

<부자의 탄생>은 이제 겨우 3화밖에 진행되지 않았지만, 이대로라면 시청자의 외면과 질타만 살 것 같다. 아무리 코미디이고 드라마지만 도무지 공감할 구석이 없기 때문이다. 이보영과 이시영 그리고 지현우 같이 나름 괜찮은 배우들을 가지고 이정도 밖에 만들지 못하다니...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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