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동이 유일하게 공중파에서 MC를 보고 있는 <환상의 짝궁>이 폐지된단다. 더 자세한 건 4월말이 되어봐야 알지만, 보는 이의 입장에선 착잡하기 이를 데 없다.
김제동이 누구인가? 누구보다 따스하고 구수한 입담을 가지고 있으며, 사람에 대한 예의를 잃지 않는 이 시대의 대표적인 MC가 아니던가? 그런 그가 작년 <스타 골든벨>에서 석연치 않은 이유로 MC에서 물러난 이후, 그가 유일하게 얼굴을 보일 수 있는 곳은 MBC뿐이었다.
비록 잠깐씩이긴 했지만, <무릎팍 도사>에 이만수 코치가 출연했을 때 일일도사로 나와 야구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적절한 리액션으로 프로그램의 격과 재미를 한껏 높였다.
물론 그의 기용이 항상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은 아니었다. 바로 지난주에 방송된 <무한도전>의 <오! 마이텐트>에선 무한도전의 고정멤버들이 별다른 활약을 못 펼친 탓인지 함께 별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잠깐 여기서 살펴보자! 작년 <스타 골든벨> 하차 이후, <오마이텐트>는 금요일 심야에 편성될 예정이었다. 그 파일럿으로 10월 16일 밤 11시에 방송되었고, 10%가 넘는 시청률을 이끌어 냈다. 그리고 온오프상에서 열렬한 호평이 이어졌다! 평상시라면 충분히 정규 프로그램으로 편성되었으리만, MBC는 무슨 이유인지 질질 끌다가 결국 유야무야 덮고 말았다.
방송계에서 전가의 보도처럼 쓰는 ‘시칭률’이 성공적임에도 <오마이텐트> 정규 편성이 되질 못했다. 그리고 MBC에 신임사장이 들어온지 얼마 안되어서, 며칠전에는 <PD수첩>의 cp가 강제로 발령나더니, 이번엔 김제동이 MC에서 하차한다고 하니, 너무 공교롭지 않은가?
물론 <환상의 짝궁>에 그럴 듯한 핑계가 있다. 바로 ‘시청률’이다. 일요일 오전 9시대에 방송되어 인기를 끌었지만, 서서히 시청률이 떨어져 작년부터 폐지가 논의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어차피 그 시간대는 많이 이들이 TV를 보는 시간대도 아니고, 현재 어린이와 부모가 서로 공감하는 몇 안되는 프로라는 점에서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지 않았나 싶다.
여튼 이번 <환상의 짝꿍> 하차로 김제동은 공중파에서 퇴출당하고 말았다. 아마 이제 그는 적어도 현정권하에서는 다시는 공중파에 고정으로 투입되기 어려울 것 같다. 설마 한나라를 책임지는 정부가 특정 연예인을 지목해서 ‘퇴출’등을 명령했으리라곤 보지 않는다. 아마 눈치보기와 여러 가지 이유들이 곁들여졌을 것이다.
자신이 존경했던 대통령의 노제 사회를 보고, 몇 가지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공중파에서 차례차례 하차를 당하는 모습의 그를 보고 있노라면 드는 생각은 미안함과 안쓰러움 뿐이다.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말한 것도 아니고, 특정 정권을 미화한 것도 아니고, 그저 한사람의 국민으로써 한 대통령을 존경했을 뿐인데, 이토록 가혹한 처사를 당하고 있는 그를 보고 있노라면, 노무현 대통령도 지키지 못한 것도 부족해, 존경을 표했다는 이유로 한 인기 연예인의 퇴출당하는 모습을 손놓고 지켜봐야 하는 듯한 지금의 상황이 영 껄적지근하다.
내가 상황을 오판하고 있는 것일까? 부디 그러길 바랄 뿐이다. 현실이라고 보기엔 희극보다 더한 비극이니 말이다. “나는 당신의 의견에 반대한다. 하지만, 난 당신이 그 의견을 말할 수 있는 권리를 위해 죽을 때 까지 싸울 것이다.”란 볼테르의 말은 우리 사회에선 실현 불가능한 일일까?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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