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민망한 성인유머와 인격비하가 속출한 ‘청춘불패’

朱雀 2010. 3. 2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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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방송된 <청춘불패>를 보면서 많은 실망을 했다. 그동안 나르샤의 성인돌 이미지가 다들 너무나 부러웠던 것일까? 어제 방송분에서는 너무나 시도 때도 없이 성인유머가 구사되었다.

시작은 노촌장이 김태우에게 ‘나르샤와 함께 방안갓으로 가라’고 해서 시작되었다. 어떻게든 예능의 재미를 주고 싶었던 김태우는 이때를 놓치지 않고, 말장난을 했고 이것은 현아가 ‘현아가 태어났어요’라고 하고, 김신영과 노촌장이 추임새를 넣으면서 길어졌다. 방앗간 설정은 예전에 TV와 영화에서 검열 때문에 단골로 쓰던 표현이었다. 그런 설정을 굳이 오랜시간 반복해 식상함은 지겨움으로 바뀌었다.

 

다음은 김신영이었다. 그녀는 구하라의 수영이의 공통점으로 ‘앞뒤가 똑같다’라는 유머를 구사했다. 여성의 상징인 가슴이 빈약하다는 것을 손동작으로 표시한 것이었다. 이 부분이 위험하다고 생각된 것은 자칫 인격모독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당사자가 스스로 그랬다면 웃기기 위해 망가졌다고 볼 수 있으나, 제 3자가 신체적인 특성을 가지고 놀린다는 것은 아무리 방송이라고 해도 불편한 구석이 있다. 게다가 김신영은 여성에게 있어서 중요한 부분을 놀린 것이라 상당히 위험하다.

개인적으로 아무리 친하고, 웃기기 위한 설정이었다 해도 다소 지나친 행동이라 아니할 수 없다. 뭐 김신영이 장담그는 장면에서 김태우의 허리에 반해 결혼했다고 말할 설정은 그냥 넘어간다고 치자.

 

노촌장이 김태우와 함께 고추장을 담그고 있는 매니저의 얼굴을 보고 ‘주물러 놓은 것 같냐’ 역시 인신공격성이 심하게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실제로 두 사람이 서로 잘 아는 사이인지 모르나, 방송을 보는 입장에서 아무리 노촌장이 나이가 많다고 해도, 처음 보는 이에게 얼굴을 가지고 대놓고 ‘못생겼다’는 표현을 하는 것은 아무래도 영 꺼림직 했다. -드라마라고 해도 그런데 하물며 리얼 버라이어티가 아닌가?-

게다가 김신영은 아이돌촌의 가축들을 점기검진하러 온 의사가 강아지 유치가 ‘7개월로 성성숙단계에 이르렀다’는 이야기를 듣자마, ‘유치 발정났대!’라며 나르샤의 전매특허인 성인유머를 계속해서 구사했다.

 

검색해본 결과 개는 빠르면 6개월에 발정기가 오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론 8개월 정도에 온다고 한다. 정기검진하러 온 의사는 분명히 ‘성성숙’이 다 되었고, 아빠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지만 ‘아직 발정기는..’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김신영은 웃길 욕심에 ‘발정’이란 단어를 통해 성인유머의 민망함과 낄낄거림을 즐겼다.

믿었던 성인돌 나르샤마저 오버를 저질렀다. 김태우가 백지선화를 두고 ‘동미’라며 이야기하자, ‘동네 미친x’로 정리해버린 것이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웃기기 위한 설정이다. 그리고 금요일 밤 11시에 방송되니 충분히 야한 이야기도 할 수 있다. 물론 아이돌이 출연하기 때문에 청소년들도 많이 시청하긴 하지만, 오늘날 조숙한 그들의 의식을 생각했을 때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

그러나 공중파의 무서운 점은 그 ‘파급력’에 있다. 만약 이것이 방송이 아니라 출연자들끼리 장난삼아 낄낄거린 것이라면 더한 것도 상관이 없다. 그러나 이건 방송이며, 전국에 방송되는 정규프로이다. 나르샤의 성인돌 이미지와 유머가 통용된 것은 그것이 적당한 수준에서 구사하고, 몇 번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청춘불패> 제작진은 나르샤의 성인돌 이미지가 먹히자, 그것을 대번에 수십 번 반복해 식상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청춘불패>의 출연자들의 방송분량에 대한 욕심과 경쟁은 지나쳐서 이번 방송분에서 인식모독성이 보이는 발언들이 속출했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것중에 하나는 사람을 겉모습만 놓고 판단하는 것이다. 물론 외모가 예쁘고 멋지다면 좋을 것이다. 그러나 선천적으로 그렇지 못한 이들이 많기에 아릅답고 예쁜 사람이 돋보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외모가 별로라도 그 사람의 내면은 얼마든지 아름답고 훌륭할 수 있다. 그런데 <청춘불패>에서 단순히 사람의 외모를 놓고 비하하고, 그 사람의 산수를 못한다고 ‘미친 X’로 취급하는 것은 인격모독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물론 잘 안다. <청춘불패>에서 그들이 보여준 행동은 웃기기 위한 설정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란 것을. 그러나 공중파가 무서운 것은 우리시대의 의식을 반영한다는 것이고,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행동은 알게 모르게 우리에게 전파될 수 있다. ‘아 못 생긴 사람은 외모를 가지고 놀려도 되는 구나’ ‘아 좀 모자란 인물은 동네 미친 x으로 놀려도 되겠구나’ 아닐 거라고 보는가?

이는 장난삼아 따라할 수도 있고, 개중에 일부는 정말 그렇게 알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무한도전>에선 쩌리짱-뚱보라는 단어들이 사람을 비하하고 모독한다고 용어가 퇴출되었다. <청춘불패>는 무슨 배짱으로 이 정도까지 비속어와 인격비하를 할 수 있는지 대단할 뿐이다.

‘과유불급’이란 말이 있다. 어제 <청춘불패> 방송분에 딱 맞는 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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