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추노’ 최고의 명대사

朱雀 2010. 3. 27.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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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평균 30%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우리를 설레게 했던 드라마 <추노>가 막을 내렸다. 양반과 조정대신이 주인공이 아닌 ‘노비’라는 최하층 사람들의 삶과 애환을 다룬 <추노>는 비록, 선정성을 비롯해 여러 구설수에 올랐으나 성동일의 미친 연기와 이 시대를 관통하는 이야기로 많은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 또한 사실이다!

<추노>는 또한 세상을 향해 절망과 원망을 토해낼 수 밖에 없는 도망노비들의 명대사들이 심금을 울릴때가 많았다. 그중 최고의 명대사는 단연 자신을 희생하가며 송태하와 김혜원(언년이)를 도망칠 틈을 만들어준 대길의 ‘꼭 살아라’가 아닐까 싶다.

그의 말에는 당시 시대상을 포함해 그의 절절한 심정이 녹아있다. 10년이 넘도록 사랑하나로 전국을 돌아다니며 찾아다녔고, 결국 그녀가 다른 이의 아내가 되었음에도 잊지 못하고 끝까지 지켜주고 도와주려 했던 그의 애절한 마음씨는 눈물겨웠다.

 

그뿐인가? 그가 송태하와 김혜원을 살리려 한 것엔 다른 이유도 있었다. 바로 ‘도망노비와 자신같은 불행한 사람들이 다신 나타나지 않는 좋은 세상을 만들라’는 의미도 있었다. 집안노비를 사랑한 죄로 대길은 집안이 모두 불타는 사고를 겪었고, 원수라 생각했던 큰놈이 사실은 자신과 배다른 형제라는 끔찍한 사실에 광분해야 했다.

10년간 복수를 꿈꾸었던 대상의 절절한 사연을 들으면서 대길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이미 그는 만신창이와 다를 바가 없었다. 대길은 그런 마음을 추수리고 사랑했던 여인을, 정인을 안전하게 보내기 위해 애썼다. 또한 세상을 바꾸기 위해 애쓰는 정직한 무관 송태하에게 마지막 희망을 걸어보려 한 것이다.

24화에서 노비가 양반이 되던 세상을 꿈꾸던 노비당은 결국 ‘그분’이 아닌 ‘그놈’에 의해 몰살을 당했다. 비록 업복이가 복수를 하긴 했지만, 그들이 그토록 꿈꾸던 세상을 만들지는 못했다.

 

그러나 끝봉이의 말처럼 ‘우리대에 못하면 우리 자식대에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살아있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추노>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시청자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희망’이다.

그러나 오늘날 현실은 엄혹하기 이를 데 없다. 절대빈곤을 줄었지만, 상대적 빈곤은 더욱 넘을 수 없는 벽으로 세워졌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서울에선 자기 집한칸 마련하는게 불가능해졌다. IMF이후로 중산층은 몰락했고, 어딜 봐도 사각지대 뿐이다. 돈없고 힘없고 빽없는 서민에겐 그저 차디찬 현실의 벽만이 굳게 버티고 있을 뿐이다.

그런 동시대인들에게 <추노>는 뭔가 희망적인 것을 보여주고자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현 시대에 ‘희망’의 빛은 보이질 않는다. 하여 <추노>는 말한다. 일단 ‘살아라’고, 어떻게든 ‘꼭 살아서’ 세상이 바뀌는 것을 지켜보라고 말이다. 죽으면 모든 게 끝이다. 송태하는 원래 무관으로써 있는 힘을 다하고 전장에서 깨끗하게 죽는 길을 택하고 싶었다.

 

그러나 소현세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청나라군에게 항복하고 8년간 타향살이를 해야했다. 그것도 부족해 소현세자와 함께 어렵게 돌아와선 누명을 쓰고 노비로 전락했다. 죽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소현세자의 아들 석견을 올려 왕을 만들어, 소현세자가 꿈꾸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죽을 각오로 치욕을 견뎌냈다.

결국 송태하는 좌의정과 한때 벗이라 생각했던 황철웅에 의해 준비했던 모든 것들이 허사로 돌아가고 말았다. 결국 청나라로 도망까지 생각했던 그를 끝까지 도와준 것은 역설적으로 그가 그토록 무시했던 노비와 추노꾼이었다. ‘노비’를 인간으로 생각하지 않았던 송태하는 대길을 만나 생각이 변화되었다. 그리고 살아서 ‘희망’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여기에는 지켜야될 부인 김혜원도 크다-

그러니까 당신도 나도 살자! 꼭 살아서 희망찬 세상이 오는 것을 보자. 그러기 위해선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며, 기다려야 한다. 우리가 못한다면 다음 세대에 올 수 있도록 말이다. 살아야만 희망도 있고, 미래도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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