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부자의 탄생’에는 엄마가 등장하지 않을까?

 

<부자의 탄생>을 보자니 몇 가지 의문이 드는 것이 있다. 그중 가장 큰 의문은 왜 주인공들에게 ‘엄마가 없을까?’라는 점이다. 우선 주인공 최석봉은 어린시절 어머니를 여의었다. 재벌 2세인 오성그룹의 이신미와 부호그룹의 부태희도 마찬가지다. 프론티어 그룹의 후계자 남궁민은 별다른 말이 없긴 하지만, 11화가 지난 여태까지 한번도 엄마가 등장하지 않은 걸로 보아 ‘엄마’가 없거나, 있어도 부재상태와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왜 <부자의 탄생> 제작진은 중요인물인 네 남녀에게 ‘엄마부재’상태로 만든 것일까? 우선 네 캐릭터의 설정 때문이다. 당연하겠지만, 최석봉에게 아직 어머니가 살아있다면 ‘부자아빠’를 찾아야할, 절박성이 떨어진다. 아울러 아직 살아있다면 최석봉이 지금처럼 어렵게 아버지를 찾을 필요성이 떨어진다. 그녀는 최석봉의 아버지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고, 단순히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 알 수 있다. 따라서 지금처럼 최석봉이 X고생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생계형 재벌녀인 이신미도 한국판 패리스 힐튼인 부태희의 지금 성격도 말이 되지 않게 될 수 있다. 이신미가 그동안 아버지를 멀리하고 일에 매달린 까닭은 돌아가신 어머니가 아버지 때문에 불행하게 살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머니가 살아있었다면 두 사람은 지금처럼 사이가 나쁘지 않을 수 있고, 지금처럼 이신미가 일에만 빠져살 이유가 없어지게 된다.

부태희도 비슷하다. 부태희의 아버지 부귀호는 딸과 잘 지낼 줄을 모른다. 하여 부태희가 무언가를 요구하면, 카드를 주고 ‘네 맘대로 사라’고 주기 일쑤였다. 부태희가 지금처럼 성격이 삐뚤어진 것은 전적으로 그런 아버지의 잘못된 훈육탓이 크다. 따라서 어머니가 있다면 지금보다 나은 인간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두 번째는 어머니들이 살아있을 경우 <부자의 탄생>제작진은 골이 아파지게 된다. 최석봉의 어머니야 ‘부자아빠 찾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찍 죽은 것으로 처리했지만, 만약 다른 재벌들의 사모가 살아있다고 가정할 경우, 지금처럼 최석봉의 아빠찾기가 시간이 걸릴 수가 없다. 최석봉이 친자로 의심될 경우, 사모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자식들에게야 적당히 눙치고 지나갈 수 있지만, 부인이 들고 일어설 경우 남자들은 방법이 없다. 오해를 빨리 풀기 위해서라도 사실을 털어놓을 수 밖에 없고, 지금처럼 이야기가 질질 끌어지지 않고 단시간에 모든 ‘진실’이 수면위로 떠오를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

마지막으론 <부자의 탄생> 제작진이 이야기를 좀 더 쉽게 이끌어 나가기 위한 포석이 아닌가 싶다. <부자의 탄생>은 일반적으로 재벌가가 한두개 정도 나오는 것과 달리, 세 개의 재벌가가 나오고 있다. 오성과 부호 그룹은 서로 재계 1, 2위를 다투고 있고, 프론티어 그룹은 작은 그룹으로 그 둘 사이에서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든 회장 사모가 등장한다면, 그들은 기업의 영달을 위해 음모를 꾸미든지, 로비를 하든지 뭐든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 상식적으로 대기업 회장 부인이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게 말이 되지 않는다-. 이럴 경우 <부자의 탄생>의 이야기는 더욱 꼬이고 복잡해질 수 밖에 없다. 그걸 작가진과 제작진이 감당할 자신이 없었던 것은 아닐까?

마지막으로 <부자의 탄생>의 이야기를 보면 철저하게 경쟁 구조로 되어 있다. 최근의 이야기를 보아도 오성과 부호는 서로 커피와 카드등을 놓고 치열하게 업계 1위가 되기 위해 다투고 있다. 프론티어는 그 둘을 끊임없이 이간질시키고 경쟁을 붙여 이익을 보려 하고 있다. 그러나 엄마가 있을 경우, 지금처럼 ‘경쟁’구조로만 치달았을까? 물론 아닐 수도 있지만, 남성 지배 구조에선 ‘약육강식’의 치열한 경쟁구조가 되기 쉽다. 반면 여성성은 ‘조화와 균형’을 상징한다. <부자의 탄생>은 힘에 의한 지배만을 꿈꾸는 남성성을 드라마를 통해 상징하고 있는 것을 수도 있다. 이상이 필자가 <부자의 탄생>에 엄마가 등장하지 않는 이유로 꼽는 것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