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이시영의 미친 존재감

朱雀 2010. 4. 7. 12:18
728x90
반응형



 

<부자의 탄생>을 보면 눈에 들어오는 단 한명의 배우가 있다. 잘 생긴 배우 지현우? 아니다! 청순가련형에서 생계형 재벌녀로 변신한 이보영? NO! 바로 한국판 패리스 힐튼인 부태희로 분하고 있는 이시영이다!

<부자의 탄생>에서 이시영이 연기하는 부태희는 호감보다는 비호감을 부르는 인물이다. 엄마없이 자란 부태희는 아버지 부귀호로부터 카드를 받아 자기가 갖고 싶어하는 모든 것을 소유하며 살아온 인물이다.

그녀는 다른 이와 뭔가 주고받는 것을 전혀 하지 못한, 몸만 성인인 ‘애어른’이다. 그녀가 프론티어 그룹의 후계자 남궁민을 보고 갖고 싶어했던 이유중에는 자신이 제일 싫어하는 오성그룹의 상속녀 이신미(이보영)에게 그의 마음이 사로잡힌 탓이 컸다.

 

많은 이들이 동의하는 바이지만 <부자의 탄생>은 참으로 대본이 1차원적이다. 물론 최석봉(지현우)의 ‘부자아빠찾기’란 미션을 통해 나름 재미를 주는 부분은 인정하지만, 캐릭터 하나하나를 놓고 봤을 때 뭔가 입체적인 맛이 떨어진다.

유일한 악당인 남궁민은 너무나 일찌감치 자신의 속셈을 드러내어 그저 단순한 악당 캐릭터로 머물고 있으며, 그저 ‘아깝다’란 이유로 대기업 재벌녀면서 남대문 시장에서 옷을 사고, 동네미장원에서 머리는 하는 이신미 역시 별다른 호감이 가질 않는다. 주인공인 최석봉 역시 엄청 똑똑한 머리를 갖고도 다른 걸 할 생각없이 오로지 ‘재벌아빠’만 찾아다니는 통에 정을 붙이기 어렵다.

그런데 부태희는 다르다! 그녀는 주연급 인물이다. 하여 이신미나 최석봉보다 출연분량이 현저히 적다. 그리고 입술 근처에 깍두기 국물을 묻히고, 케잌을 잔뜩 묻히고 지저분하게 나올 정도로 망가진다. 쇼핑의 철자를 몰라 ‘SHOPING'라고 말하고 비서가 이를 지적하자 ’피보고 싶냐?‘라는 썰렁한 유머를 구사한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만약 다른 이가 했다면 썰렁하기 이를 데 없을 유머가 이시영이 하니 웃긴 다는 것이다! 부태희가 하는 행동은 짜증을 유발하기 쉬운 것이다. 자신의 뜻대로 안되면 어린아이처럼 떼를 쓰고 짜증을 내며 소리를 지른다. 조금이라도 좋으면 감출 줄 모르고 너무나 티나게 좋아한다. 덕분에 이시영의 꽤 예쁜 미모에도 불구하고 ‘예쁘다’라는 생각보다 ‘철없다’라는 생각부터 먼저 든다.

쇼핑을 좋아하고 생각없은 전형적인 재벌녀임에도 불구하고, 신기한 것은 이시영이 연기하는 부태희를 미워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필자가 놀라는 것은 단순한 부태희의 설정을 가지고도 이시영은 대본 이상의 연기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현재 이시영이 하는 연기는 이미 다른 드라마에서 다른 여배우들이 했던 것들이다. 심지어 그녀가 구사하는 유치개그는 <내조의 여왕>에서 김남주가 했던 유머다! 그것도 무려 1년 전에 말이다. 따라서 그런 유머를 다른 이들이 구사했다면 썰렁해서 손발이 오그라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시영이 하니 웃겼다. 그것도 수시로 구사하는데 말이다. 게다가 망설임없이 망가지면서 연기가 아니라 마치 실제 행동처럼 느껴지게 한다. 게다가 오히려 호감마저 느껴질 지경이다! 이 정도면 ‘미친 존재감’이란 말밖에 다른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

 

망가지는 연기로 최근에 가장 각광을 받은 인물을 꼽으라면 누구나 황정음을 꼽을 것이다. 그러나 황정음의 경우엔 김병욱 PD란 인물이 그녀에게 맞춤형으로 만든 시트콤형 인물이었다. 반면 이시영은 <부자의 탄생>에서 맞춤형은 커녕 식상하기 이를 데 없는 캐릭터다. 그런데 그런 캐릭터를 가지고 이시영은 웃음과 재미를 이끌어내며, 심지어 다른 주연급 캐릭터들까지 서포트해주고 있다. 그녀의 코믹 연기 내공은 출연드라마마다 감초역할을 톡톡히 하는 불독 집사 박철민을 능가할 지경이다!

자신의 예쁜 얼굴과 이미지가 망가지는 마다하지 않는 이시영의 모습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비록 이시영은 <꽃보다 남자>에서 구혜선을 괴롭히는 나쁜 동급생으로 출연했지만, 이후 <홍길동의 후예>에서 21세기 홍길동 김범수를 열렬히 사랑하는 푼수끼 넘치는 여선생으로 나와 웃음을 줬다. 그 당시에도 주연인 이범수를 뛰어넘는 성동일과 이시영의 연기에 감탄했는데, 영화에서 남매로 출연했던 두 사람이 각각 <추노>와 <부자의 탄생>에서 주연급을 뛰어넘는 연기력을 보여주니 놀라울 따름이다.



오늘날 월화드라마에서 <부자의 탄생>이 1위를 달릴 수 있는 것엔 식상한 설정과 유머마저 웃음과 재미로 승화하는 이시영의 ‘미친 존재감’이 가장 큰 이유라고 여겨진다. <부자의 탄생>에 이시영이 캐스팅 된 것은 제작진과 시청자들에게 더 할 수 없는 행운이라 여겨진다! 극중 지현우가 애지중지하는 목걸이보다 더 소중한 보배이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