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왜 ‘신데렐라 언니’의 배경은 ‘술도가’일까?

朱雀 2010. 4. 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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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방송중인 <신데렐라 언니>를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신데렐라 언니>는 우리나라 드라마게는 드물게 ‘술도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극중 은조가 미생물학과를 나온 것은 더 좋은 술을 만들기 위해서다.

요즘처럼 막걸리가 전 세계적인 붐을 일으키고 있는 상황에서 ‘당연하다’여겨지는 부분도 있지만, 한편으론 다른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드라마에서 술은 별로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가진다. 바로 술꾼 아버지 때문이다! <신데렐라 언니>를 보면 초반에 송강숙은 털보장씨에게 맞아 한쪽눈이 부을 정도였다. 장씨는 전형적인 무능력한 남자로, 술에 취해 여자에게 폭력을 행사할 정도로 못난 인물이다.

은조는 어머니 송강숙 때문에 그런 남자들 밑에서 전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그녀가 마지막으로 안착한 곳은 아이러니컬하게도 구대성의 대성도가이다. 그것도 조그맣게 술을 만드는 정도가 아니라, 커다란 집에서 술을 만들 정도로 대대적인 수준이다.

 

근데 술을 만들어내는 구대성은 그전까지 은조가 만난 사람들과 다르다! 그는 인자하고 온화하고 선한 인물이다. 술에 대해선 ‘장인의 고집’이 있지만, 그 외엔 모든 사람들에게 너무나 너그러운 사람이다.

이번주 방송에서 구대성인 송강숙이 자신에게 뜯어먹을 게 많아서 붙어살고 있다는 사실을 우연히 듣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은조는 알게 된다. 그러나 구대성은 오히려 송강숙에게 그런 내색을 하지 말라고 은조에게 신신당부한다. 자신이 그녀를 좋아한다면서. 이는 그동안 탐욕스럽고 무능력하고 술꾼들 밑에서 자란 은조에게 매우 충격적인 일이다. 구대성은 조선시대의 모범인 ‘군자’라 가히 칭할만 하다!

그뿐인가? 8화에서 구대성은 은조에게 자신을 ‘아버지’라고 불러달라고 하기 전에 이런 말을 한다.

 

대성: ...바람이 물이 볕이 밤이슬이 해준 일이라 해준 일이라 난 정말 몰라. 그런데, 사방 곳곳에 네가 찾는 효모가 있어. 네 엄마하고 네가 내 한 식구가 된 이후, 술맛이 좋아지고 도가가 불 일 듯이 일어나고, 그랬어. 술이 깊어졌지. 그게 널 따라온 효모 때문이야. 너랑 네 엄마가 좋은 효모를 끌고 나한테 온거야.

은조: 진심이세요?

대성: 거짓말을 할 것 같니? 내가? 너한테 잘 보일려고?

은조: 운수 사나운 그런 모녀 아니였어요?

대성: 너 아버지라고 한번 안 해줄래? 


 

 

 

이 대화는 <신데렐라 언니>의 많은 이야기를 압축하고 있다. 본디 두 가정이 하나로 합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은 각자마다 상처가 입고, 이전까지 전혀 모르던 남이 만나 조화를 이루어가는 과정이다.

술이 익는 과정도 마찬가지다. 누룩과 물을 섞어 발효과정을 거쳐 술은 탄생된다. 누룩은 효모에 의해 품질이 결정되기 때문에, 효모는 술에 있어서 참으로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겠다. 효모는 균계의 일종이다. 따라서 구대성이 말한 것처럼 세상 온천지에 깃들어 있기 때문에, 송강숙-은조 모녀를 따라 왔을 수 있다.

또한 술은 발효과정을 거친다. 그 과정에서 누룩과 물이라는 전혀 다른 것들이 시간에 의해 화학적 반응을 일으켜서 ‘하나’가 되어서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신데렐라 언니>를 보면 은조가 술항아리에 귀를 대고, 술이 익어가는 소리에 황홀해하는 표정이 드러난다.

 

그건 무엇을 의미하는가? 바로 서로 다른 남이 만나 하나의 온전한 사랑을 만들어가는 것을 뜻한다. 애정은 ‘남녀간의 사랑’으로만 생각하기 쉽지만, 실은 가정이란 최소 단위를 통해 형성되는 것이다. 은조는 스스로는 인식하지 못하지만 행복한 가정에 대한 열망이 있다.

그녀가 술에 그토록 집착하는 것은 구대성에게 은혜를 갚기 위한 것도 있지만, 아버지에게 부끄럽지 않은 딸이 되고자 하는 열망도 크다. 이렇듯 <신데렐라 언니>에서 술을 주요한 소재로 삼고, 술도가를 그 배경으로 삼은 데는 이런 깊은 뜻이 숨겨져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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