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왜 ‘해피투게더’는 가수특집으로 꾸며졌을까?

朱雀 2010. 4. 2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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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방송된 <해피투게더>는 조금 독특하게 꾸며졌다. 김C, 타블로, 조권-진운, 손호범이 출연했기 때문이다. 그 때문일까? <해피투게더>는 초반에 출연가수들에게 짧게 한 소절씩만 노래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모두들 그 짧은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어제 방송된 <해피투게더>는 고정MC인 박명수가 신곡 ‘Fyah'를 불렀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다섯 팀의 가수들이 출연한 셈이 되었다. 그렇다면 왜 <해피투게더>는 ’가수 특집‘으로 꾸며지게 되었을까?

 

이유는 단순하다. 바로 최근 한달 가까이 예능-가요 프로가 결방되었기 때문이다. 올해 최고의 비극이라 할 수 있는 천안함 침몰사고가 벌어지면서 공중파의 예능과 가요 방송은 모두 중단되었다.-게다가 최근엔 MBC 파업까지 겹쳐졌다-

 

문제는 그 기간이 너무 길었다는 점이다. 그런 결방 사태로 가장 피해를 본 당사자는 다름 아닌 ‘가수’들이라고 여겨진다. 가수들은 오랜 시간을 투자해 앨범을 준비하고, 신곡을 발표한다.

 

그러나 오늘날 방송계는 변했기 때문에, 예능 프로에서 활약을 보여주지 않으면 가수로서 인기를 얻기가 매우 어려운 시대가 되버렸다. 하여 가수들은 평상시에도 예능 출연에도 힘쓰지만, 컴백하게 되면 그 어느 때보다 더욱 열심히 한다.

 

그러나 한달 가까이 예능-가요방송이 전면 중단되면서 가수들은 모두 곤란한 상황에 놓였다. 힘들여 작업한 신곡을 발표할 기회를 잃었기 때문이다. 어떤 의미에선 어제 <해피투게더>에 출연한 팀들은 그나마 운이 좋은 것이다.

 

박명수는 ‘Fyah'를 공중파에서 처음 불렀다고 했다. 물론 <해피투게더>에서 처음 발표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겠지만, 그만큼 부를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는 말이 되기도 한다.

 

<해피투게더>에 출연한 가수들을 보라! 원투, 2AM, 에픽하이, 뜨거운 감자 등 각자 자신이 활약하는 장르에서 상당한 인지도와 명성을 날리는 가수들인데도, 그들은 제대로 1절을 부를 수 있는 기회를 얻고자 재밌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 애썼다. 마치 그 모습이 필자의 눈엔 ‘생존경쟁’을 하는 것으로 보였다.

 

타블로는 결혼해서 이제 애까지 있고, 회사를 운영하는 입장인지라 더욱 신경 쓸 수 밖에 없다. 자신이 나온 기사들을 스크랩 해와서 이야기하는 모습에서 얼마나 그가 많은 준비를 해왔는지 알 수 있었다. 김C는 필자가 알기로 예능출연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가수다. 그런 그가 <해피투게더>에 출연할 정도면 얼마나 절박한지 새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어찌보면 <해피투게더>가 가수특집으로 꾸며진 것은 일종의 고육지책이라 할 수 있다. 예능에 출연해 자신의 노래를 홍보할 기회를 얻을 수 있어서, 요즘 아이돌의 경우엔 노래보다 방송에서 선보일 개인기에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한다는 ‘카더라’통신을 들은 적도 있다. -그리고 그런 홍보는 곧장 앨범 판매와 음원 판매로 이어진다. 단순히 인기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판매가 되니 더욱 목을 멜 수 밖에 없다-

 

그만큼 오늘날 공중파 출연 시간은 가수들에겐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어버렸다. 타블로의 우숫개 이야기에 김C가 ‘안 웃긴다’라며 견제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한 것은, 그만큼 자신의 노래를 홍보할 기회에 대한 ‘절박함’ 때문이었을 것이다.

 

사고로 돌아가신 분들에 대한 애도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렇게 뜻하지 않은 피해를 본 가수들의 모습을 보니 기분이 묘하다. 누구의 잘못을 탓할 부분은 아니지만, 부디 누군가를 향한 애도의 시간이 누군가에겐 피해가 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출연자들의 이야기에 웃음이 나오면서도, 어딘가 홀로 씁쓸한 입맛이 도는 그런 방송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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