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재미만 있었던 ‘승승장구’ 산악인 오은선편

朱雀 2010. 5. 19.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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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14좌를 모두 오르며 세간의 화제와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오은선이 <승승장구>에 출연했다. 산악인은 그녀는 의외로 예능감이 좋았다. ‘첫 출연인데 떨리지 않느냐?’라는 질문에 ‘제가 잘못한 게 없어서 떨릴게 없다’라는 식으로 맞받아치고, ‘재밌네요’라고 말하며 시청자의 예상을 뛰어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런 그녀의 모습은 이후로도 계속되었다. 아직 결혼을 하지 못한 그녀에게 김승우가 반장난으로 ‘우영이 어떤가요?’라고 묻자, ‘어려서 같이 살기에는 좀...’이라고 말해 웃음을 줬다. 자신의 이상형으로 꼽은 달인 김병만이 오자, ‘좀만 안쪽으로 오세요’라고 말한 부분도 그렇다.

 

물론 단순히 산악인 오은선이 웃음을 준 것만은 아니다. 그녀는 히말라야 같은 높은 산에 ‘왜 올라가느냐?’는 원론적인 질문에 답하고, 마침내 히말라야 14좌 완좌에 성공했을 때의 감격과 고 박무택 씨의 주검을 봤을 때와 고 고미영 대장에 대한 추억등을 이야기하며 뭉클함을 선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히말라야 14좌 완등’보다 중요한 등산과 왜 그렇게 그녀의 14좌 완등을 놓고 논란이 벌어지는지, 이유를 자세히 설명하지 않은 점이다.

방송에선 낭가파르밧 무산소 등정 논란과 칸첸중가 등정에 대한 의혹에 대한 해명이 이루어졌다.

 

잠깐 설명하자면, 산악인이 어떤 산을 오른 것에 대해서 ‘인정’이 이루어지는 것은, 주변 산악인들이 공감을 해야 인정해진다. 이를 위해 등반시 산악인은 ‘증거’가 될만한 것을 남기는 게 최근의 추세다.

오은선씨가 보여준대로 당시 근처 사진을 찍어서 보여준다든지, 정상부에 있는 물건들이 뭐가 있었는지 등을 기록을 통해 남겨두는 것이다. 또한 ‘히말라야 등정’같은 경우는 올라간 시간 등을 가지고 증거를 삼는다.

먼저 ‘무산소 등정’논란이 벌어지는 이유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등정의 세계’가 깨끗하지 않기 때문이다. 히말라야 중턱에는 산악인을 위한 호텔이 있다고 한다. 거기선 산악인을 위한 모든 서비스가 제공된단다. 온수로 샤워할 수 있고, 산소를 비롯한 모든 약물이 제공된다.

 불과 몇십년전만해도 산을 정복한다는 것은 마치 서구열강들이 다른 나라에 무작정 쳐들어가 식민지를 만드는 의미만큼 무분별하게 이루어졌다. 산소마스크는 그 와중에 생겨난 것이며, 고산에 오를 때 이상이 생기는 인간의 몸을 위한 각종 약물이 투여된다. 즉, 기술의 힘을 빌리면 전문 산악인이 아닌 이들도 일정 훈련만 받으면 히말라야 등정이 가능해진 것이다.

 오늘날 산악계에선 이런 ‘정복주의적’ 등정에서 벗어나, 보다 순수한 등정을 위해 ‘무산소’ 등정과 최소한의 장비만 가지고 올라가는 추세로 바뀌었다. 안타까운 것은 이런 산악계의 이면등은 전혀 소개되지 않았다.

 

좋다! 뭐 굳이 일반 시청자들이 그런 세계에 대해 알 필요는 없다고 양보하자. 그래도 오은선씨를 연예인으로 만들어버린 행위는 아쉽기 그지없다. 마치 박세리 선수가 LPGA 대회에서 우승하며 좋은 기록을 올리자, 그녀를 보고 ‘아름답다’고 찬양한 것처럼 <승승장구>는 치마를 입고 온 오은선씨에게 ‘아름답다’는 찬양을 늘어놓았다. 게다가 그녀의 허벅지를 ‘꿀벅지에 버금가는 산벅지’라 부르며 어떻게든 시대의 아이콘으로 만드려고 하는 노력만 보였다.

 ‘세계최초 14좌 완등’에는 기록과 남보다 앞서야 한다는 한국 특유의 경쟁심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 크다. 얼마 전 오은선씨는 청와대에 다녀왔고, 세상은 온통 그녀의 등정에 대해 칭찬하고 있다. 승승돌 우영이 말한 것처럼 ‘14좌’가 뭔지도 모르면서 말이다.

 

산을 오르다는 것은 ‘기록’을 세우기 위한 경쟁이 아니다. 산에 올라가 밑을 바라보며, ‘사실 인간은 대자연 앞에서 별것 아니라는’ 성찰과 더없는 자연의 품에 안겨 ‘자연과 하나’가 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닐까?

<승승장구>는 산악인 오은선씨를 불러 그런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왜 산에 오르냐?’라는 질문을 처음에 던진 것은 그래서 적절했으나, 그 의미를 끝까지 가져가지는 못했다. 그저 산악인 오은선씨를 예능인으로 만들었고, 달인 김병만의 등장은 <승승장구>의 예능적 재미를 최고조로 높혀주었다.

만약 오은선씨가 <무릎팍도사>에 출연했다면, 산악인으로써 그녀의 즐거움과 슬픔과 좌절 등등이 이야기되었을 것이고, 시청자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었을 것이다. 허나 안타깝게도 <승승장구>는 오은선씨를 불러 그저 그런 ‘예능 프로’중 한편으로 만들었다. 좋은 재료를 가지고 평범한 맛을 낸 요리를 만든 것 같아 아쉽기 그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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